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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인생 2모작 예능 작황 풍년이로세~

솔직한 매력과 천부적 감각으로 예능 접수

2021.05.13
사진출처=방송 캡처

우리는 살면서 아이러니한 상황을 겪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상대가 화가 나는 모습을 보면서 도리어 웃음이 나는 경우다. 이런 상황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분노가 오히려 재미가 되는 상황이 있다. 인터넷의 ‘밈’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영상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분노의 아이콘’이 된다. 이는 또 새로운 세상을 맞아 전혀 다른 의미로 소비된다. 지금 방송가를 누비는 ‘아저씨’ 허재의 이야기다.

허재를 알고 있는 10대나 20대의 접근경로는 아마 이러했을 것이다. 일단 허재가 용산고-중앙대-기아자동차 등을 거치며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프로농구 시절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농구선수라는 사실을 모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감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허재에게 최근 생겨난 ‘분노의 아이콘’으로서의 모습이 그의 감독시절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2011년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이었던 그는 9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 준결승을 치른 후 인터뷰에서 중국기자가 “왜 경기 전 중국 국가가 나올 때 한국선수들은 움직였냐”는 등 시비를 거는 질문을 하자 그 자리에서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하고 있어, 짜증나게”라며 우리말로 욕설을 하고 자리를 떴다. 이 장면은 후에 계속 회자됐다. 하나 더 있다. 2013년 10월 프로농구 전주 KCC 감독으로 있던 그는 울산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경기 도중 나온 심판의 블락(슛하는 공을 가로막는 행위)판정에 항의하면서 “이게 블락이야? 이게 블락이냐고!”라고 항의했다. 이는 농구팬들에 의해 ‘불고기 낙지’의 준말인 ‘불낙’으로 바뀌면서 결국 JTBC ‘뭉쳐야 쏜다’의 농구팀 이름 ‘상암 불낙스’로 거듭난다.
 
아무튼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 허재의 모습은 화가 머리끝까지 난 아저씨다. 물론 이는 거친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특화된 모습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허재가 아직은 방송가와 담을 쌓던 시절, 그의 이미지는 이렇게 단선적이었다.

사진출처=방송캡처

그렇게 선수, 감독으로서 세월을 보낸 그에게 2019년은 45년 농구인생을 포함해 57년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다. 제작진의 계속된 요청에 술자리를 통해 마지못해 JTBC ‘뭉쳐야 찬다’의 합류를 결정한 것이다. 가끔 방송 나들이를 하곤 했지만 그에게 농구인이 아닌 삶은 전혀 상상도 못하던 것이었다. 그러나 의외로 직선적인 성격은 젊은 층에게는 솔직함으로 윤색되고, 오히려 건들건들 요령을 피는 동네 아저씨의 모습을 가졌지만 실제로는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진정성이 시청자들에 다시 와 닿기 시작했다.

그 다음부터는 예능가의 본격적인 표적이 됐다. 거의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에는 다 얼굴을 내밀었고 급기야 그 해 소속사도 생겼다. 지난해 MBC ‘리얼연애 부러우면 지는거다’처럼 안 어울릴 것 같은 프로그램의 고정도 시작했다. 지난 2월 시작한 JTBC ‘뭉쳐야 쏜다’에서는 프로그램의 방향을 농구로 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감독이지만 예전처럼 드세지 않은 푸근한 매력을 자랑하고 있다.

허재의 방송인으로서의 인기를 이야기하려면 그의 두 아들 허웅과 허훈 형제를 빼놓을 수 없다. 현직 농구선수로 KBL에서도 손꼽히는 인기선수를 둘씩이나 배출한 허재는 아들들 앞에 있으면 또 다른 이미지가 된다. ‘아들 바보’로서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허웅은 모범생의 이미지로, 동생 허훈은 말 안 듣는 장난꾸러기로 분하면서 아버지를 도리어 골탕 먹이기도 한다. 이는 아들들의 모습 앞에서 이미지가 새롭게 바뀌는 많은 육아예능의 아버지들, 예를 들면 추성훈이나 안정환, 송일국 등의 모습에서 본 것이다.

허재, 사진제공=스타잇엔터테인먼트

허재는 선수시절 운동능력도 뛰어났지만 코트의 전체를 보는, 머리도 비상한 선수였다. 지능적인 플레이를 많이 하던 선수들은 예능 안에서의 ‘롤 플레이’에도 지능적으로 스며든다. 최근 운동선수 출신 예능인, 아예 운동선수를 소재로 한 예능이 제작되는 이유는 순간순간 번뜩이는 이들의 재치가 예능인의 미덕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허재는 거기에 기존 예능에서 볼 수 없던 신선함. 고집을 부리는 ‘아재’의 이미지지만 또 아들들 앞에서, 때에 따라서는 온순해지는 반전매력 그러면서도 방송의 흐름을 영민하게 파악해 자신의 진가를 보이는 재치 등으로 입지가 오르고 있다. ‘농구대통령’이 바야흐로 ‘예능대통령’도 노리는 셈이다. 

허재의 활약을 시작으로 최근 예능가 스포츠인의 바람은 거침없이 불고 있다. 너도 나도 선수 출신 예능인을 육성하고, 아예 그를 전문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기획되고 있다. 예로부터 예(藝)와 체(體)는 같다고 했던가. 맹렬하게 돌진하는 그의 지금이 과거 코트에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요즘이다.

신윤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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