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도 감탄하게 만든 신박한 채널의 비밀

아이들의 순수한 눈으로 진한 감동과 위로 선사

2021.05.11

사진출처=유튜브 방송 캡처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유영하다 놀라운 채널 하나를 발견했다. ‘ODG’가 그것이다. ‘오디지’라고 읽는 이 채널은 어린이들이 메인 출연자로 꾸려가는 채널이다. 처음엔 키즈 채널인가 싶었다. 하지만 키즈 채널의 필수 콘텐츠인 장난감 언박싱이라든가 먹방이라든가 하는 영상이 없어 의아했다. 영상의 퀄리티, 연출 또한 어찌나 세련되었던지.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 채널, 완전 물건이었다. 영어 약자라고만 생각했던 ‘오디지’는 어느 날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을 받은 어른의 심리를 표현한 단어였다. 채널 제작자는 “그럴 때 이정표가 되는 것이 나의 어렸을 적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아이들의 꾸밈없고 무해한, 그러면서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통해 어른들에게 사색의 길을 열어주고자 한다고. 정말 멋지지 않나. 유튜브에서 이런 마음을 접하게 될 줄은 솔직히 몰랐다. 심지어 ODG가 패션 브랜드 커머스 채널이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시작은 아이유였다. 유튜브 실시간 동영상에도 랭크되었던 ‘아이유 모른 척하기 챌린지’는 조회수 919만 회를 기록하며 ODG 콘텐츠 가운데서도 인기 동영상으로 꼽힌다. 영상에서는 ODG 인기 출연자이자 배우이기도 한 민서가 아이유를 모른 척하는 상황을 연기한다. 연예인을 거의 모르는 민서는 모르기에 가능한 편견 없이 순수한 시선으로 연예인을 대했다. 


사진출처=유튜브 방송 캡처

하지만 아이유는 예외였다. 민서가 거의 유일하게 좋아하는 연예인이 아이유였던 것. PD는 그런 민서에게 오늘 출연자를 혹시라도 알더라도 모른 척하라는 미션을 줬고, 민서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민서 앞에 나타난 연예인은 아이유. PD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민서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아이유를 모른 척한다. 하지만 얼마 후 모든 게 연출된 상황임이 밝혀지고, 민서는 그제야 아이유 앞에서 아이처럼 엉엉 운다. 그러면서 민서는 엄마의 허락을 받지 못해 아직 사지 못한 아이유의 새 앨범, 굿즈샵에서 놓치고 돌아온 아이유 굿즈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는다. 이어 연기 오디션장에서 보여줬던 아이유의 수화 연기까지 보여줘 아이유를 놀라게 한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고 기뻐 우는 순수함과, 배우로서의 프로페셔널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민서의 모습에 아이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진심으로 감복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이 영상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민서가 아이유를 좋아하게 된 계기를 밝힐 때다. 그건 아이유의 노래도, 사랑스러운 외모도, 패션도 아니었다. 아이유가 선배 가수 최백호와 함께 한 무대에서, 최백호가 의자에서 일어나자 자동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영상을 보고 “이분은 정말 겸손이 몸에 밴 분이구나”라며 좋아하게 됐다는 게 아닌가. 민서의 이러한 고백에 아이유 역시 놀란 듯 “그런 모습을 보고도 팬이 될 수가 있구나”라며 말한다. 여기서 이 채널의 기획 의도가 다시 한번 강조된다. ‘You were a kid once’. 당신도 한때는 아이였다는 것. 아이들은 우리와 다른 존재가 아닌 우리의 과거라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이정표가 되는 존재라는 것. 아이유를 비롯한 영상을 본 어른들은, 어린 시절 자신에게 영향을 끼쳤던 어른들의 행동을 떠올려보게 되었을 테다. 그리고는 지금 자신의 행동을 다시 살펴보았을 것이다. 과연 어린이들에게 얼마큼 좋은 영향을 끼치는 어른인지를.


사진출처=유튜브 방송 캡처


샤이니가 등장한 영상도 흥미로웠다.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데뷔한 샤이니의 무대를 보며 “옛스럽지만 레트로라고 해두죠”, “빈티지스럽네요”, “헤어스타일이 조금..”, “누나가 예뻐요?”라는 솔직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정중한 아이들의 반응을 보며 내내 웃었다. 그 당시엔 파격적이라 생각했던 샤이니의 무대가 아이들과 함께 보니 내 눈에도 조금은 낯설고 촌스럽게 보였다. 샤이니 역시 그랬는지 ‘우리가 이랬나’라며 자신들의 과거 영상을 지켜보는 모습이 그 어느 예능에서보다 자연스럽고 인간적으로 보였다. 종현의 빈자리에 “이 삼촌 어디 갔어요? 아팠어요? 그럼 나쁜 삼촌은 아니네”라고 말하는 아이의 모습에서는 샤이니처럼 함께 울컥하기도 했다.

 

가수가 출연하는 ODG 노래방 콘텐츠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들이 생전 처음 보는 가수들이 별안간 등장해 그야말로 폭풍 가창력을 쏟아내고는 “그럼 가볼게”라고 사라지는 컨셉트가 웃기고 신선하다. ‘동네 아줌마’, ‘낚시 좋아하는 아저씨’가 무슨 노래를 저렇게까지 잘하지? 하며 깜짝 놀라는 아이들의 반응이 재밌다. 그 당시엔 좋은지 몰랐던, 그저 흘러가는 가요 중 하나였던 노래들을 아이들의 반응과 함께 다시 들어보니 정말 좋은 노래였구나, 싶기도 하고. 


사진출처=유튜브 방송 캡처

특히 강산에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은 익숙하게 들어 제대로 들어볼 생각을 못 했던 노래였는데, 가사 한줄 한줄에 새삼 마음이 여러 번 오르락내리락했다. 힘들었던 마음이 녹아내리고 잘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우는 아이의 표정에서 이 노래의 힘을 느꼈다. ODG 채널의 특징 중 하나는 어른 세대의 연예인을 모르는 어린이 앞에서 어른들이 젠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세대 차이에 밑줄 긋지 않는다는 점. ODG 노래방 역시 그저 노래를 노래로 대하는 지점이 산뜻했다. 그러면서도 내심 좋은 옛날 노래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기도 했지만.

 

아이들의 세계는 작지 않다. 그저 어른의 단어로 이름 붙이지 못할 뿐, 아이들만의 온전하고 단단한 세계가 있다. 여기가 어디지? 길을 잃을 때면 ODG 채널을 찾아보자. 그곳에서 나의 어린 시절 모습을 보며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자. 복잡했던 머릿속이 어느새 말갛게 정리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테니 말이다.

 

김수정(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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