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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몬스터라는 ‘부캐 혁명’

신곡 '내 루돌프', 24시간만에 조회수 100만 돌파

2021.05.07

매드몬스터, 사진출처='내 루돌프' MV 캡처


지난 4월 28일 재미있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룹 매드몬스터가 발표한 싱글 ‘내 루돌프’가 유튜브 공개 24시간만에 100만 조회수를 돌파한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내 루돌프’는 5월 6일 기준 유튜브 조회수 374만회를 넘어섰으며, 멜론과 벅스, 지니뮤직 등의 음원차트 진입에도 성공했다.

 

여러 스타들의 샤라웃(shout out, 유명인이 다른사람 언급해주는 걸 의미하는 힙합용어)도 쏟아졌다. 박재범은 해당 뮤직비디오에 직접 “노래가 왜 좋게 들리지...아 짜증나”라고 댓글을 남겼고, 이영지도 “제이호 레드코 에디션 포카 양도 받습니다. 선제시 부탁드려요”라고 적어 이들의 팬임을 인증했다. 이외에 tvN D 스튜디오나 11번가TV 등 대기업과 유명 채널의 섭외와 협찬 문의도 이어져 이들의 인기를 입증했다.

 

자 이쯤에서 누군가는 ‘그런데 매드몬스터가 대체 누구야’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이 의문에 대한 답부터 말하자면 (스포일러일수도 있지만 알려져도 별 상관 없을듯하다.) 매드몬스터는 개그맨 곽범과 이창호가 연기하는 가상의 아이돌그룹으로, 흔히 말하는 ‘부캐’다.

 

‘놀면 뭐하니?’의 성공으로 최근에는 너도나도 부캐 만들기를 시도하는 경향이 있지만, 매드몬스터에게는 더 특별하다. 매드몬스터가 특별한 이유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디테일 때문이다. 매드몬스터 이전에도 여러 상황극, 역할극에서 탁월한 감각을 발휘했던 곽범과 이창호는 매드몬스터에서도 탄과 제이호라는 캐릭터를 치밀하고 뻔뻔하게 연기하며 일반적인 부캐와는 결이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매드몬스터, 사진출처='내 루돌프' MV 캡처


당장 매드몬스터의 나무위키를 들어가 보면 탄과 제이호는 나이와 본명부터 곽범, 이창호와 전혀 다르게 설정됐다. 또 매드몬스터는 팬덤명과 데뷔일도 존재하며, 논란과 여담 항목까지 여느 아이돌그룹과 전혀 다르지 않은 디테일을 보여준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3연속 전세계 전플렛폼 디지털 싱글 매진’ 등과 같은 개그요소도 포함되어 있지만 말이다.)

 

또 곽범과 이창호가 운영하는 ‘빵튜브’ 채널에는 매드몬스터의 리얼리티와 안무연습, 컨셉트 회의, 킬링보이스, 화보촬영 현장, 뮤직비디오 스케치 등이 함께 업로드된다. 매드몬스터로 출연할 때 곽범과 이창호는 카메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아예 얼굴까지 보정해서 출연 중이다. 컨셉트와 설정의 디테일이 개그맨이라는 본캐보다 더 진짜 같을 정도다.

 

매드몬스터라는 콘텐츠는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것도 재미있지만, 부캐를 현실에서 만들어내는 방식이 신선하다는 점도 흥미롭다.

 

알다시피 ‘본캐’와 ‘부캐’는 게임에서 먼저 사용되던 용어다. 일반적으로 MMORPG 게임은 각 캐릭터의 직업이 정해져있으며, 이중 주력으로 플레이하는 캐릭터를 본캐릭터(本character), 서브로 플레이하는 캐릭터를 부캐릭터(副character)라고 불렀다.

 

게임에서 부캐를 만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크게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본캐릭터가 더 이상 할게 없을 정도로 성장을 해버려 플레이가 마땅치 않기에 다른 직업의 부캐를 키우는 경우다. 그리고 대개 이런 경우는 본캐는 본캐대로 유지하면서 부캐를 동시에 키우기 때문에 본캐와 부캐의 구분이 명확한 편이다. 이는 현실에서의 부캐 유행을 불러온 ‘놀면 뭐하니?’가 부캐를 시도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두 번째는 본캐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를 하고 싶은 경우다. 여러 가지 컨셉트와 룰을 설정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사냥이나 퀘스트 없이 채집만으로 레벨업을 한다든지, 철저하게 저랩만 학살하는 악당으로 활동한다든지 하는 부류이다. 이 경우는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더 흥미 있는 방향에 집중을 하다 보니 이에 심취하다보면 본캐와 부캐의 구분이 모호해지거나 뒤바뀌는 상황도 벌어진다. 매드몬스터라는 부캐는 이쪽과 더 유사하다. 그래서 매드몬스터의 부캐 만들기는 더 신선하다.


매드몬스터, 사진출처=MADtv 방송 캡처

 

매드몬스터 이전에는 현실에서 부캐를 만들어낸 방식이 대부분 전자에 가까웠다. 다시 말해 매드몬스터는 현실에서 부캐를 만드는 새로운 성공 사례를 남긴 셈이다. 새로운 사례라는 점은 중요하다. 법원의 판례처럼 콘텐츠의 성공사례도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하나의 이정표가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매드몬스터처럼 철저한 컨셉트와 설정하에 부캐 만들기를 시도하는 사례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이제와 고백하지만 사실 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부캐 만들기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 이미 다른 분야에서 얻은 인기와 거대 미디어의 힘을 통해 대부분의 신인이나 무명들은 엄두도 못 낼 이슈성과 마케팅 효과를 안고 시작하는 모습은 남들보다 한참 앞의 출발선부터 시작하는 부정출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나 매드몬스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이를 일종의 K팝 서브컬처로 이해하니 부캐 만들기의 유행에 납득이 갔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부캐라는 것은 단점도 명확하다. 본캐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이지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해당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부캐 만들기는 K팝의 메인 영역을 침범하는 게 아니라 K팝의 요소를 빌린 서브컬처로써 새로운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파이 키우기에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팬층의 유입이 발생한다면 결국 기성 가수들에게도 이득이다.

 

거창하게 써놓았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지금까지처럼 매드몬스터를 비롯한 각종 부캐 만들기를 그저 보고, 듣고, 즐기면 된다. 김정민의 말처럼 그게 현재의 문화이고 트렌드니까.


최현정(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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