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가수전’, 좋은 음악 예능의 남은 퍼즐 한 조각

2021.05.04

사진제공=JTBC

JTBC ‘유명가수전’은 ‘싱어게인’의 파생 음악 예능이다.


무명가수들의 재도전 경연 프로그램이었던 ‘싱어게인’의 톱3 수상자들과 심사위원으로 꾸려진 음악 예능이다. 이승윤 정홍일 이무진과 규현 그리고 이수근이 추가돼 ‘갓 유명가수’가 된 톱3 멤버들이 대한민국 레전드 가수들인 ‘갓(GOD) 유명가수’들을 초대해 같이 노래 부르고 이야기를 나눈다.


이런 파생 프로그램은 어딘가 눈에 익다. '내일은 미스터트롯' 이후 '뽕숭아학당' '사랑의 콜센터' 등 파생 예능으로 원래 경연 프로그램의 인기를 이어가는 TV조선의 전략은 KBS '트롯전국체전'이나 JTBC '팬텀싱어' 등으로 확산됐다. '싱어게인'도 이 흐름에 합류했는데 앞선 파생 프로그램들과는 다소 다른 스텝을 밟고 있다.


'유명가수전'은 수상자들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다른 파생 프로그램들이 인기가 높아진 수상자들에게 최대한 집중해 그들의 유명세를 활용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면 '유명가수전'은 레전드 초대 가수를 심도 있게 다루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수상자들은 이를 도울 따름이다.


이승윤 정홍일 이무진과 종종 추가로 등장하는 '싱어게인' 출신들은 레전드의 노래를 커버하거나 레전드와 함께 무대를 갖는다. ‘싱어게인’ 출신들이 시청자의 신청곡이나, 주어진 테마에 맞춰 해당 회차 주인공인 레전드 아닌 다른 가수의 곡을 부르기도 하지만 프로그램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곡을 부르는 가수는 초대된 레전드다.


사진제공=JTBC


자신의 곡을 이렇게 많이 부르는 경우가 있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레전드를 깊게 파고드는 드문 음악 프로그램이다. 그러다 보니 유명한 곡도 있고 잘 안 알려졌지만 사연이 있는 곡, 레전드가 들려주고 싶은 곡들도 들을 수 있다. 시청률만을 생각한다면 시도하기 힘들, 음악 자체에 집중하는 구성이고 음악팬 입장에서는 몰랐던 좋은 곡들을 알게 해주는 좋은 음악 예능이다.


3회 양희은 편을 예로 들면 ‘아침이슬’ ‘한계령’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하얀 목련’ 등 유명한 곡들과 함께 ‘사랑이 메아리칠 때’ ‘당신만 있어준다면’ ‘참 좋다’ ‘꽃병’ ‘4월’ ‘못다한 노래’ 등 상대적으로 덜 대중적인 곡들도 만날 수 있었다. 이러다 보니 토크도 초대 가수에 대해 깊이 있고 풍성한 내용들로 채워진다.


지금까지 아이유 양희은 김범수 이승철 등 쉽게 방송에서 보기 힘든 레전드들이 연이어 '유명가수전'을 찾고 있다. 한 가수와 심도 있는 만남의 시간을 갖게 만들어 주는, 이 음악적 대접이 확실한 프로그램에 레전드들이 출연으로 화답하는 것이다.


'유명가수전'은 좋은 음악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음악팬들이 마음 편히 즐기기에는 퍼즐 한 조각이 남겨져 있는, 아직 미완성의 프로그램이라고도 생각된다. 커버와 관련된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싱어게인'의 톱3가 레전드들의 곡 또는 다른 기존 유명 곡을 부르는 무대를 보여주는 포맷은 본질적으로 이들 이미지가 커버 가수로 굳어질까 우려하게 만든다.


대개의 요즘 TV 경연 프로그램들은 창작곡보다 기성곡을 커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싱어게인' 내내 많은 커버로 경연을 거친 입상자들이,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오리지널곡이 아닌 커버의 무대를 반복하는 예능에 속해 있는 상황은 이해는 되지만 아쉬움도 갖게 만드는 것이다.


이승윤, 사진제공=JTBC


물론 커버 공연이라도 '유명가수전'을 통해 인지도를 더 다지는 것이 결국 자신의 신곡이 나왔을 때 더 많은 사람이 듣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무대를 보여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일 수도 있다. 예능 프로그램 고정 출연으로 그동안 무명가수로 넉넉하지 못했던 생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측면도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싱어게인'의 톱3는 자신들만의 음악적 개성이 뚜렷한 뮤지션 타입의 가수들이다. 그래서 '싱어게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싱어게인’이 트로트 천편일률적인 최근 경연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이런 가수들은 결국 자신의 필이 온전히 새겨진 창작곡으로 확고한 유명가수가 되는 것이 팬들도 가장 바라는 일일 듯하다.


커버 곡을 계속 부르는 것은 다른 경연 프로그램의 파생 예능 출연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파생 예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트로트 장르 경우 원래 커버가 활발해 커버가 가수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포크나 록에 기반한 ‘싱어게인’ 입상자들은 좀 다르다.


사실 이 문제는 ‘유명가수전’ 프로그램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입상자들 본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 만한 오리지널 곡들을 발표하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먼저이고 ‘유명가수전’은 입상자들이 커버 가수로 굳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보완하는 내용들을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이승윤이 드라마 ‘로스쿨’ OST 삽입곡 ‘We Are’를 발표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처음 발표되는 곡을 부르면서 커버에만 갇혀있던 활동에 숨통을 틔웠기 때문이다. 앞으로 ‘유명가수전’이 좋은 음악 프로그램으로서의 완성도는 유지하면서 입상자들은 자신들만의 노래로도 진정한 유명가수가 되는,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보고 싶다.


최영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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