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욱의 델리게이트

김강우, '믿고 보는 배우'란 찬사가 딱 어울리는

'내일의 기억'의 선굵은 열연으로 호평 이어져

2021.05.02

사진제공=㈜아이필름 코퍼레이션/CJ CGV㈜

살다보면 주위에서 주위의 평가에 상관없이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한 현대 사회에서 자신을 내세우거나 튀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런 사람들 덕분에 우리 사회는 나름 질서를 유지하며 돌아간다. 당장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 할지라도 이런 성실한 이들의 가치는 언젠가는 화려하게 빛을 발한다. 


연예계에서도 이런 성실한 이들을 만날 수 있다. ‘믿고 보는 배우’를 의미하는 ‘믿보배’라는 단어가 허투루 남용되는 요즘 시대에 진심으로 이름 석 자만으로도 신뢰감이 들게 하는 배우가 있다. 19년차 배우 김강우가 그 주인공. 그는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작품의 완성도가 높든 떨어지든 항상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의 신뢰를 받아 왔다. 연예계에서 보기 힘든 건실한 이미지를 구축하며 ‘국민형부’ ‘국민사위’로 불리는 그는 자신이 이끌어야 할 작품에선 강렬한 카리마스를 분출하며 시선을 압도하고, 누군가를 받쳐 줘야 할 때는 자신을 낮추고 상대배우가 빛이 나게 비춰주며 작품에 힘을 더했다. ‘진정한 배우’란 찬사가 아깝지 않을 정도. 탄탄한 연기력과 성실한 자세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며 존경을 받고 있다.


최근 극장가에서 화제를 모으는 영화 ‘내일의 기억’(감독 서유민, 제작 ㈜아이필름 코퍼레이션 ㈜토리픽쳐스)은 김강우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주는 작품. 개봉 전 상대역인 후배 서예지의 사생활 논란으로 인해 관심을 모았지만 영화가 공개된 후엔 탄탄한 완성도와 쫄깃한 영화적 재미로 호평을 받으며 코로나19 감염증으로 초토화된 극장에서 기대 이상의 흥행을 기록 중이다. 혹자는 ‘내일의 기억’의 흥행을 ‘노이즈 마케팅’의 영향으로 폄훼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안다. 근래 보기 힘든 잘 만들고 재미있는 스릴러 영화라는 걸. 오랜만에 만나는 영화적인 영화. 입장권 가격이 절대 아깝지 않은 작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 중심에 배우 김강우가 있다. 불안정한 심리 연기를 탁월하게 소화해낸 서예지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그 뒤를 든든히 받쳐준 김강우의 묵직한 존재감은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강렬하다.


영화 ‘내일의 기억’은 추락사고로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난 수진(서예지)이 갑자기 미래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김강우가 연기한 지훈은 기억을 상실한 아내 수진을 헌신적으로 보필하지만 어딘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는 미스터리한 인물. 수진이 기억의 퍼즐을 맞춰갈수록 남편 지훈의 충격적인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영화는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며 충격적인 반전에 도달한다.


스릴러 영화는 감독과 관객의 두뇌싸움이 묘미. ‘내일은 기억’은 스릴러 장르의 전형성을 탈피하며 다양한 장르를 오간다. 양파 껍질을 벗기면 벗길수록 새살이 드러나듯 서서히 드러나는 기억의 파편들은 관객들을 끊임없이 추리하게 만든다. 장르의 전형성에 기대어 추리하던 관객들은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 가슴 아픈 결말에는 성을 지를 수밖에 없다. 데뷔작이란 게 믿어지지 않는 서유민 감독의 신인답지 않은 연출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차기작이 기대되는 ‘걸출한 신인 감독’의 탄생이다.


사진제공=㈜아이필름 코퍼레이션/CJ CGV㈜


서예지는 기대대로 스펙트럼이 넓은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독보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기억을 잃어 모든 것이 새로우면서도 두려운 수진의 복잡한 감정 선을 탁월하게 형상화한다. 진실에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면서 겪는 극한의 감정의 파고를 완벽히 소화해내며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배우 사생활로 인한 논란 때문에 관객들이 온전히 수진 캐릭터에 몰입할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따름.


서예지가 이렇게 마음껏 뛰어놀며 혼신의 열연을 펼칠 수 있었던 건 선배 김강우 덕분이라는 걸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만큼 김강우는 절제되면서 무게감 있는 연기로 영화의 중심축을 완벽히 잡아준다. 영화 초반에는 다소 평면적인 순정남이었다가 수진이 기억의 오류로 혼란에 빠지면서부터는 선과 악이 모호한 양면적인 모습으로 긴장감을 높이고 결말 반전이 드러난 후에는 먹먹한 감동까지 선사한다. 결말부 영화 장르가 멜로로 변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건 김강우의 감성연기 덕분. 영화 초반부터 서서히 감정을 쌓아간 김강우의 농익은 감성연기에 영화가 끝난 후 극장을 나가면서 먹먹한 감정에 긴 여운이 남는다. 모든 걸 계산해 캐릭터를 만들어간 김강우의 노련한 연기력이 관객들의 심장을 두근두근 뛰게 만든다. 서예지가 화려하게 영화를 열고 김강우가 강렬하게 닫았다.


사회생활을 웬만큼 해본 사람들은 안다. 어떤 분야에서든 늘 한결같고 성실한 사람들이 그 가치만큼 주목받고 칭찬을 받지 못하는 일이 많다는 걸. 그러나 그들은 주위의 평가에 상관없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기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간다.


김강우도 이제까지 자신의 가치만큼 칭찬을 받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좋은 배우라는 걸 알지만 수상 이력도 다른 배우들에 비해 적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김강우를 봐온 필자는 안다. 그가 꾸준히 성실히 배우의 길에 걸어온 동력은 연기를 정말 좋아하고 배우라는 직업을 천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위의 평가는 부차적인 요소일 뿐. 연기를 사랑하는 초심은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내년으로 데뷔 20년차를 맞는 그는 30년차, 40년차가 돼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현장을 지킬 것이다. 그래서 더 응원하게 된다.


김강우는 이렇게 좋은 배우이면서 인간적으로도 좋은 사람이다. 김강우 인생의 화양연화는 특정한 한때가 아닐 듯싶다. 연기를 할 수 있는 매일매일이 그의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순간이다. 지금 같은 페이스로 배우의 길을 걷는다면 10년, 20년이 지난 후 그의 이름 앞에 '국민배우'란 호칭이 붙을 것이란 예감이 든다. 


최재욱 기자 jwch69@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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