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의 놀라운 지상파 침투력

재재 이사베 쯔양 등 스타 크리에이이터 전성시대

2021.04.30

재재(맨위부터 아래로) 햇님 쯔앙. 사진출처=각 유튜브 방송 캡처

유튜버의 영향력은 어디까지일까. 유튜버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이 더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최근 그들의 활약을 지켜보면 플랫폼의 경계와 중요도가 역전되었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TV를 틀면 나오는 유튜버들의 모습에 내가 지금 TV를 보고 있는 것인지 유튜브를 보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을 정도이니.

 

전통적인(?) 유튜버는 아니지만, SBS PD이자 유튜브 ‘문명채널’ 진행자이기도 한 재재의 활약만 보아도 그렇다. 재재는 SBS 유튜브 채널에서 지상파 SBS 채널, 나아가 타 채널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윤여정은 ‘문명특급’에 출연해 재재에게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것, 남들이 안 하는 거 하는 거 대단한 거야. 잘하고 있는 거야.” 아닌 게 아니라, 재재의 출발은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 SBS 스브스뉴스 인턴이었다. 이후 SBS 정직원이 되며 스브스뉴스 내 ‘문명특급’이라는 단독 코너를 만들고 나아가 단독 채널까지 독립하게 됐다. 이제는 그 인기에 힘입어 유튜브뿐만 아니라 TV를 틀면 나올 정도이니. 그로서는 업무로 시작되었을 유튜브가 이제는 그의 가장 중요한 커리어가 된 셈이다.

 

유튜버의 방송 진출 1세대이기도 한 뷰티크리에이터 이사배는 아예 프로그램 고정 멤버로 활약하기도 했다. tvN ‘나의 영어사춘기 100시간’을 거쳐 MBC ‘언니네 쌀롱’ 고정 MC까지 꿰찼다. 과거 패션, 뷰티 분야가 톱스타나 연예인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뷰티 유튜버로 그 자리를 넘겨준 모양새다. 물론 여기에는 웬만한 예능인 못지않은 이사배 특유의 입담과 매력, 전문성도 뒷받침됐다.

 

최근 쯔양 역시 무서운 속도로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지난해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먹방 유튜버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최근에는 MBC ‘안 싸우면 다행이야’에 출연해 베테랑 예능인 박명수, 유민상 사이에서도 뒤지지 않는 예능감을 발휘했다. 쯔양의 활약이 더욱 눈에 띄는 것은 그가 뒷광고 논란 이후 오히려 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뒷광고 논란으로 은퇴를 선언하고 복귀한 이후 올 1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논란 당시 심경과 루머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유튜버가 유튜버 세상에서의 논란을 지상파 예능에 출연해 고백하는 모습이 새롭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


이사베, 사진출처=방송캡처


심지어 최근 쯔양은 예능의 영역을 넘어 시사 교양 프로그램까지 무대를 넓혔다. KBS 1TV ‘6시 내고향’ 속 ‘힘내라 전통시장’ 코너 고정 리포터로 합류한 것. ‘6시 내고향’의 주 타깃 시청자가 중장년층임을 고려해 보면, 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한다.

 

스타와 매니저의 리얼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도 유튜버의 침투력이 눈에 띄었다. 가수 비가 고강도 운동을 할 때마다 먹방 유튜버 ‘입짧은햇님’의 동영상을 보는 모습이 방송되었다. “먹방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라던 그는 방송 당시 입짧은햇님이 짜장라면과 섞박지를 먹는 모습에 “파김치를 먹어야지!”라고 외쳐 웃음을 안겼다. 이후 입짧은햇님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비 헌정 방송’이라면서 파김치와 짜장라면을 함께 먹는 먹방을 선보이기도 했다. 스타의 일상에 유튜버가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것도 신기한 일이지만, 유튜브에서 지상파로, 다시 유튜브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 또한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외에도 대도서관, 씬님, 감스트, 슈카, 도티, 신사임당 등 굵직한 인기 유튜버들의 방송 출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영화 유튜버 이승국이 KBS ‘대화의 희열’ 시즌3 고정 MC로 캐스팅되기도 했다. 이제 지상파 채널에서의 유튜버는 인기 연예인과 비슷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최근 지상파의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박정희 군사정권이 지상파 중간광고를 금지한 지 48년 만의 일이다.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채널에 이어 해외 거대 OTT 서비스가 한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고, 유튜브마저 TV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지상파 독과점 시대가 무너진 것이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TV는 전통적인 4대매체(TV, 잡지, 라디오, 신문)로, 유튜브는 UCC(User Created Contents)로 불리곤 했다.

 

세상이 180도 바뀌었다. 유튜버들의 지상파에서의 활약을 지켜보며, 다음엔 또 어떤 플랫폼이 새로이 생겨날지 기대가 된다. 그리고 그 희미해진 경계에서 창작자들의 고민은 얼마큼 깊어지고 새로워졌을지도 문득 궁금해진다.

 

김수정(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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