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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 찌질해서 더 아름다운 '인생은 나쁜X'

2021.04.30
사진제공=필굿뮤직

비비(BIBI)의 캐릭터는 특별하다. 행운의 부적과도 같은 눈 밑의 빨간 두 점, 감정을 알 수 없는 표정과 몸짓, 비트 위를 넘실대는 자유로움, 긴 여운의 노랫말 등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탐낼 법한 색깔을 지녔다. 멜로디와 가사를 쓰는 것을 넘어, 표현하는데 있어 그 과정은 이미 독보적인 영역이다. 처음엔 독특한 음색에 놀라고, 다음엔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에 느낌표를 찍는다. 많은 걸 스스로 해내며 비로소 비비 스타일이 완성되었음을 알린다. 

'인생은 나쁜X'는 다방면에 재능을 드러낸 비비의 크리에이티브 감각을 강조한 스토리텔링 컨셉트의 앨범이다. 친숙하면서도 낯선 음악을 들려준다. 리얼리티에 가까운 생생한 이야기로 한층 성숙해진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를 드러낸다. 또 진솔한 가사와 긴 여운을 남기는 공감의 노래로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지금 이 순간, 비비만이 들려줄 수 있는 에세이같은 새 음악. 실제로 비비는 수록곡 주제에 맞춰 5편의 단편소설을 집필했다. 

끊임없이 성장을 거듭해온 비비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작사, 작곡, 기획 등을 맡아 독특한 문체와 음색을 뽐냈다. 20대 초반에 느끼는 있는 그대로를 노래로 풀어낸 만큼, 점점 깊어지는 감정폭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변화한 음악적 성향을 녹여낸 점은 인상적이다. 허나 그 결과는 파릇파릇한 20대 청춘의 얘기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실컷 욕설을 퍼붓거나 눈물을 흘리면서 치열하고 처량한 좌절의 순간을 수록했다. 현실의 괴리감에서 진짜의 나를 찾아가는 과정은 앨범 곳곳에 투영됐다. 

타이틀곡 '인생은 나쁜X'에선 다신 배신 당하지 않겠단 다짐을 녹였고 'BAD SAD AND MAD'에선 사랑하는 이에 중독되는 과정을 그렸다. '인생은 나쁜X'에는 구간마다 바뀌는 음색이 듣는 재미를 준다. 'BAD SAD AND MAD'에는 'red' 'blue' 'purple' 'black' 'pink' 등 컬러에 이중적 의미를 부여해 가져와 묘한 긴장감을 줬다.

사진제공=필굿뮤직

비비는 "여자의 속은 파도의 파동마다 다르고 삼만리 깊은 물길처럼 알 수가 없더라"며 '인생은 나쁜X'에 담긴 스토리에 대해 설명했다. 또 다른 타이틀에 대해선 "매일 밤 그 사람의 감정들이 피부 속에서 꿈틀거렸다. 주인에게 돌아가야만 했다. 나의 거대한 외로움의 바다엔 그에 대한 그리움만이 파도쳤다. 어느 날 그가 떠났다. 나를 지탱하게 했던 모든 것들을 가지고서"라는 이야기를 바탕에 뒀다고 전했다. 

결코 친절하지 않은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솔직함과 엉뚱함은 10`~20대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감각적인 이미지, 기쁨도 슬픔도 아닌 듯 묘한 경계에서 풀어내는 노래, 그리고 대화하듯 툭툭 내뱉는 직설적인 감정 표현 말이다. 게다가 똘끼 충만한 예능감까지. 

좋은 음악과 실력 있는 뮤지션은 언젠가 대중의 눈에 띄기 마련이지만, 진가를 먼저 알아본 것도 같은 뮤지션이었다. 타이거JK와 윤미래가 단번에 알아본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그 날 것의 매력은 박진영, 윤종신, 지코, 트와이스와의 협업까지 성사시켰다. 파죽지세로 글로벌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가 발표한 '2020 Top 5 Most Streamed RADAR Korea Artist'로 선정됐고, 락 네이션과 AC 밀란이 공동 주최한 콘서트 ‘From Milan with Love: Next Gen’의 케이팝 대표 헤드라이너로 참여한 경력도 가파른 성장곡선을 증명한다.

비비의 풀네임은 'Naked BIBI'다. 발가벗은 아기처럼 순수한 날 것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단 의미에서다.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만을 노래하고 표현하는 반면, 비비는 누구나 품고 있는 슬픔과 아픔을 주목한다. 그것은 결코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것을. 비비가 대중에게 처음 얼굴을 알린 SBS '더 팬'에서의 강렬함은 여전하다. 나른하고 느긋한 음색에선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여유도 느껴진다. 지금이기에 가능한, 그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이다. 비비가 20대의 언어로 자신의 얘기를 하는 스토리텔러, 진정한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하고 있다.

박영웅(대중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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