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 영업전략으로 합격점 받은 '대박부동산’

K공포물의 변화, 시선 비틀기로 신선한 재미 선사

2021.04.28

사진제공=방송캡처

매년 더위와 함께 생각나는 ‘안방극장 스테디셀러’가 있다. 하얀 소복을 입은 처녀 귀신이 자신의 원혼을 풀어달라며 새로 부임한 사또를 찾아가거나(아랑 전설),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가 사람의 간을 빼 먹는다는(구미호전) 등의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전설의 고향’이다. 다리 한쪽이 절단된 남자 귀신이 “내 다리 내놔”라며 쫓아오는 장면, 검은 갓을 쓴 저승사자가 망자에게 길을 안내하는 모습은 ‘전설의 고향’이라는 제목과 함께 자연스럽게 떠오를 만큼 한국 납량 드라마의 대표 격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확실한 권선징악으로 교훈까지 선사했다.

 

하지만 콘텐츠의 홍수와 함께 납량 드라마는 자취를 감췄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눈높이가 높아진 대중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려면 정교한 CG는 당연한 요건이지만, 시간과 비용의 투자에 비해 대중의 수요가 높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캐스팅도 PPL도 쉽지 않다는 것 또한 환영받지 못하는 연유로 꼽혔다. 여기에 원한 맺힌 귀신이 특정한 장소에 출몰하는 전형적인 한국형 공포는 익숙하다 못해 식상한 소재로 치부됐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4일 문을 연 KBS2 수목드라마 ‘대박부동산’(극본 하수진 이영화 정연서, 연출 박진석)은 K-오컬티즘의 새로운 장을 제시한다. 이 드라마는 공인중개사인 퇴마사 홍지아(장나라)가 퇴마 전문 사기꾼 오인범(정용화)과 한 팀을 이뤄 흉가가 된 부동산에서 원귀나 지박령을 퇴치하고 이들의 기구한 사연을 들어주는 이야기를 담는다.


사진제공=KBS


‘대박부동산’은 퇴마사, 영매를 주인공으로 세우고 지박령을 최근 대중의 관심 1순위인 부동산을 중점으로 보는 비틀기를 시도했다. 지금까지 한을 품은 귀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온 한국형 공포물에 변주를 가미하자 새로운 퇴마 드라마로 이어진 것. 원혼 서린 귀신 탓에 흉가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부동산에서 원귀나 지박령의 기구한 사연을 풀어줌으로써 이들을 퇴치하고 부동산 매매를 성사시킨다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야기의 만남은 시청자를 사로잡기 충분했다. 결국 이 드라마는 뻔한 이야기들에 지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첫 방송부터 수목극 시청률 1위 자리에 올랐다.

 

‘대박부동산’의 새로운 맛에는 ‘배우의 새 매력 보기’도 포함된다. 무대 위에서는 물론 전작들에서도 밝은 에너지를 내뿜었던 장나라는 180도 변신했다. 사랑스러운 표정과 말투로 발랄하고 건강한 캐릭터를 주로 보여줬던 그는 극중 퇴마에 있어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프로페셔널 퇴마사 홍지아 역을 맡아 한껏 다크해졌다. 특전사에 밀리지 않는 무술 실력과 단호한 결단력을 지닌 인물을 소화하기 위해 날카로운 눈빛과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한껏 낮아진 목소리와 어두운 의상으로 색다른 장나라를 완성시켰다.

 

연기 데뷔작인 ‘미남이시네요’부터 온화하고 부드러운 매력으로 누나들의 마음을 훔쳤던 정용화 역시 ‘대박부동산’을 만나 반전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극 중 퇴마 사기꾼 오인범 역을 맡은 그는 사기꾼 특유의 느물느물함과 뛰어난 관찰력과 논리력에 근거한 빠른 판단력을 발휘하는 치밀함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보컬로도 익숙한 따뜻하고 꿀 떨어지는 목소리와 전작에서도 만났던 다정한 말투는 여전하지만, 이 모든 게 사기를 위한 밑밥으로 사용된다는 게 차별점이다. 사람 죽은 건물에서 퇴마 사기를 치다가 진짜 퇴마사 홍지아를 만나 자신이 영매라는 사실을 알게 된 오인범, 이를 보여주는 정용화는 갑작스럽게 빙의돼 원귀와 혼연일체 된 연기를 소화, 폭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사진제공=KBS

여기에 강말금, 강홍석은 캐릭터가 지닌 반전 면모를 찰떡같은 연기로 소화하며 극의 개연성을 이끌고 있다. 강말금이 연기하는 주사무장은 딱 부러지는 성격을 지닌 인물로 진상 갑질에도 영업용 미소를 잃지 않는 프로 중의 프로다. 하지만 홍지아의 엄마 홍미진(백은혜)에게 큰 은혜를 입은 인연을 바탕으로 지아 곁을 10년째 충직하게 지키고 있다. 강홍석이 연기하는 허실장은 오인범의 퇴마 사기 파트너로 은행에 개설한 통장만 다섯 개가 넘을 정도로 성실한 면모를 지녔다.

 

익숙한 소재와 뜨거운 감자가 만나 탄생한 이야기, 이를 바탕으로 펼치는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여기에 환상을 현실인 듯 그려내는 감쪽같은 CG는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제목만큼 ‘대박’적인 ‘대박부동산’이 코로나에 이른 더위까지 더해진 시청자의 지친 일상을 달래줄 전망이다.

 

조이음(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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