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아이돌ㅣ K-팝 ‘탈국경화’의 정착 ①

2021.04.21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사진제공=빅히트뮤직

가요계에 ‘4세대 아이돌’의 시대가 열렸다. 이들은 탈국경화(脫國境化)를 근간으로 아예 글로벌 시장에 초점을 맞추며 ‘K-팝’이라는 장르를 세계화 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4세대 아이돌은 1990년대 H.O.T.와 젝스키스, 핑클, S.E.S 등이 이끈 1세대, 2000년대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 빅뱅, 소녀시대, 원더걸스가 중심이 된 2세대, 2010년대 방탄소년단(BTS)과 엑소, 트와이스 등이 활약한 3세대의 뒤를 잇는다. 한두 해 전부터 출현한 2000년대생 아이돌들이 대체로 4세대로 구분되고 있다. 4세대는 지난 세대들의 성공 전력과 시대 흐름에 발맞춘 새로운 전략을 통해 또 다른 차별화로 국내외 음악팬들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보다 주체적이며, 메시지(세계관, 컨셉트)가 강하고, 뉴미디어에 강해졌다. 

그렇다면 4세대를 주도하는 아이돌은 누가 있을까. 우선 JYP엔터테인먼트의 있지(ITZY) 스트레이키즈(Stray Kids) 니쥬(NiziU)와 하이브 계열의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엔하이픈(ENHYPEN), YG엔터테인먼트의 트레저(TREASURE), SM엔터테인먼트의 에스파(aespa)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소속사 선배 아이돌의 인기를 흡수해 ’동생 그룹’이라는 인지도를 활용하면서도, 시대상에 발맞춘 차별화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가요계 전문가들은 이들 외에도 더보이즈, 에이티즈, 위클리, 스테이씨 등도 주목하고 있는데 대형 기획사가 아이돌 시장을 주도했던 과거와 달리 중소형 기획사도 기획력만 잘 갖추면 동등한 경쟁력을 갖는 시대가 열렸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니쥬,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 데뷔 전부터 글로벌 공략…뉴미디어에 특화

K-팝 아이돌의 활약은 더이상 국내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1,2세대 때부터 주변국을 통해 세력을 확장해간 K-팝은 방탄소년단, 엑소 등 3세대들의 활약을 통해 글로벌 성장을 가속화하면서 세계 음악시장에서 주류까진 아니더라도 나름의 힘을 갖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덕분에 4세대 아이돌은 데뷔와 동시에 해외에서 먼저 각광받는 사례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역으로 해외 팬덤을 기반으로 국내에서 성장하는 광경도 목격된다. 대표적 예가 2018년 데뷔한 에이티즈로, 지난 2월 트위터가 발표한 ‘2020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트윗 된 뮤지션’에서 5위를 차지하는 등 해외 인기를 발판 삼아 국내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니쥬의 경우는 아예 현지화 전략으로 기존 K-팝의 범주를 벗어난 새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활동 영역과 출신에 제한을 두지 않음으로써 새 출로를 개척한 셈이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각 소속사들도 아예 데뷔 전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글로벌 시각에 맞춰 그룹을 기획하고 있다. 초기 단계부터 해외 시장의 레코드사와의 파트너십 또는 에이전시 계약을 맺는다든지, 다양한 국가의 문화 모니터링을 다각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3세대가 미국과 유럽 시장의 벽을 뚫고 이룩한 '탈영토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재영토화'로의 진화다. K-팝의 주도권이 더 이상 한국에만 귀속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특히 온라인 기반의 뉴미디어가 활성화되면서 공간의 제약도 없어지자 유튜브, 브이라이브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접근을 달리하고 있다. 굳이 방송 출연이나, 현지 활동을 하지 않아도 뉴미디어를 통한 자체 컨텐츠로 이미지 메이킹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활동이 더욱 중요시되며 자체 컨텐츠 강화로 내력을 키우고 있다. 유튜브 팔로워수만 해도 투모로우바이투게더 645만명, 스트레이키즈 600만명, 있지 471만명, 트레져 380만명 등 각 팀마다 수백만에 달한다. 이들은 브이로그나 예능 등의 포맷을 통해 그룹과 멤버 개인의 매력을 십분 살린 컨텐츠로 음악과는 별개로 소통의 폭을 넓히고 있다. 

있지,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 4세대 키워드는 '자아'…음악만큼 중요해진 이색적 세계관

메시지나 컨셉팅 등도 달라졌다. 2000년대생이 주도하는 4세대들은 당당하고 솔직한 세대 분위기에 따라 주체적인 컨셉팅을 통해 좀더 적극적인 포지션을 취하기 시작했다. 멤버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작사, 작곡, 퍼포먼스, 디자인까지 관여하는 분야가 다양해졌고, 시점을 좀더 가까이하며 진정성을 높였다. 앨범에 담은 메시지도 사랑보다는 자아에 초점을 맞춘 컨셉트가 주효해졌고, 가치 전달이 가능한 심오한 주제와 차별화된 세계관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의 특징을 고스란히 갖는다. 무엇보다 정체성이 중요시된 만큼 이색적인 세계관은 또 다른 경쟁력이 되고 있다.  

있지는 '나'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을 강조하며 삶의 주체는 자신뿐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엔하이픈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표현하며 변화와 혼란 속에서 찾아낸 자신만의 정체성을 MZ세대와 공유한다. 스트레이키즈는 '자체제작'을 통해 보다 과감한 '나'의 이야기로 진정한 자아를 모색하며 꿈을 쟁취해간다. 단순 듣는 음악에서 서사를 지닌 이야기의 형태로 음악의 문학적 가치 공유를 중요시하는 모습이다. 한 아이돌 제작자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아이돌의 트레이닝이 체계화됐고, 모두가 상향평준화된 만큼 실력만으론 더 이상 차별화를 이룰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세계관은 각 그룹의 차별화를 도모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단, 주 무대가 넓어진 만큼 4세대에게 주어진 숙제도 많다. 선배 아이돌이 쌓아온 기대치에 부응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책임도 더 무거워졌다. 특히 기존 2,3세대가 계속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4세대 아이돌의 시대가 열렸다곤 하나 네임벨류가 중요한 연예판에서 이들의 인지도는 아직 취약하고, 이룩해야 할 성장이 더 많다. 하지만 MZ세대의 특징은 신선한 활로를 잘 모색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많다. 4세대 아이돌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한수진 기자 han199131@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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