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과 김태호가 뭉치면 생기는 놀라운 일

MSG워너비 프로젝트로 발라드 열풍 소환하나?

2021.04.19
사진제공=MBC

"방송인 유재석과 김태호 PD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는 다양한 답이 나올 것이다. 저마다 그들에게 고마운, 감동받은 순간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의 경우, 두 사람의 강점을 하나만 꼽자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알고 있는 것을 돌아보게 만든다."

MBC ‘무한도전’ 시절부터 그랬다. 그들이 만지면 의미가 달랐다. 강변북로가요제, 올림픽대로가요제, 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를 통해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스타들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토토가’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HOT, 젝스키스를 비롯해 터보, 이정현, 엄정화, SES 등 우리가 기억하고 있지만 미처 꺼내보지 못했던 추억의 한자락을 가져와 눈앞에 펼쳐놓았다. 그 결과는 항상 ‘신드롬’이었다. 

그래서 유재석과 김 PD가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새롭게 선보이는 ‘MSG워너비’ 프로젝트는 흥미롭다. 한때 봇물처럼 쏟아졌으나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남성 보컬 그룹을 다시 선보이는 미션이다. 보이그룹, 걸그룹이 즐비하던 지난해 혼성그룹 프로젝트를 가동해 싹쓰리를 결성하며 ‘삐딱선’을 탔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 두 사람은 한 가지 요소를 더했다. 싹쓰리의 멤버인 이효리의 한 마디에서 시작됐던 ‘센 언니’들의 모임, 걸그룹 환불원정대 역시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성공에 성공을 더한 느낌’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대세’라 불리던 이효리를 필두로 엄정화, 제시, 마마무 화사를 한데 모은 것은 일종의 ‘반칙’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MBC

그래서 MSG워너비 프로젝트는 개개인의 스타성을 쏙 빼고, 오직 목소리와 가창력으로 팀원을 꾸린다. 새로운 시도다. 그래서 유재석이 빙의한 새로운 부캐릭터 유야호 역시 화려함을 추구하고 가볍던 쌍둥이 형 지미유와는 딴판이다. "오직 음악으로만 승부한다"고 못박는다.

외모는 종종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사고를 당한 택시기사가 빼어난 외모를 가진 김아중의 매력에 푹 빠져 머리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괜찮다"고 외쳤던 것처럼. 그래서 대한민국 4대 보컬이라 불리는 ‘김나박이’에서 첫 음절을 담당하는 김범수는 ‘얼굴없는 가수’로 활동해야 했고, 얼굴 공개 후 앨범 판매량이 감소해 다시 무대 뒤로 숨어야 했다. 가수가 노래만으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건 슬픈 현실이다. 

MSG워너비 프로젝트는 요즘 인기를 얻는 예능의 총아라 할 만하다. 신분을 가린 채 음색과 가창력 만으로 승부한다는 지점에서는 MBC ‘복면가왕’과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가 언뜻 보인다. 그룹에 최종 합류할 멤버를 뽑기 위해 한 단계 한 단계 경선을 치르고 합불이 결정되는 과정은 일련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닮았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장르다. 그동안 아이돌 가수를 필두로 한 K-팝, 트로트, 힙합, 포크 등이 다양한 음악 예능의 장르로 쓰였지만 발라드는 외면받았다. 대한민국 가요계가 수많은 발라드 명곡을 배출하고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다소 서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초 10부작으로 방송된 ‘전설의 무대-아카이브K’에서 한국형 발라드 계보를 기록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지만, 발라드를 좋아하는 이들은 아직 갈증을 느끼고 있다. MSG워너비 프로젝트는 이런 상황 속에서 단비와 같은 프로그램이 되고 있다.

사진제공=MBC

이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가치 역시 눈에 띤다. 유재석은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이미 스타라 할 수 있는 이들은 배제한다는 원칙이다. 이 기준 때문에 이미 김범수, 케이윌, 잔나비 최정훈 등이 탈락했다. MSG워너비의 메인 보컬로서 손색이 없는 이들이었지만 유재석은 "미안합니다만 유야호(유재석)는 이미 반열에 오른 분들은 탈락시킨다. 지미유와 차이가 그거다. 이미 반열에 오른 분들은 제작하는 의미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우리 오디션 기준과 안 맞다"고 말했다. 스타와 스타의 만남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던 싹쓰리, 환불원정대와의 확실한 선긋기다.

‘놀면 뭐하니?’가 추구하는 MSG워너비의 존재감과 기획의도는 지난 17일 방송된 ‘놀면 뭐하니?’를 통해 극명히 드러났다. 이 날 방송에는 MSG워너비의 모티브를 제공한 보컬 그룹 SG워너비가 출연했다. 이 프로젝트는 유재석이 과거 이들의 데뷔곡인 ‘타임리스(Timeless)’를 부르던 과거 영상에서 시작됐다. 3년 만에 완전체로 만났다는 세 사람은 ‘살다가’, ‘라라라’, ‘내 사람’, 타임리스’ 등을 불렀다. 이 노래들은 19일 오후 1시 현재, 지니뮤직 기준으로 1위(타임리스), 7위(라라라), 9위(내 사람)에 올랐다. 

물론 이 결과는 ‘놀면 뭐하니?’가 가진 힘을 상징하는 단면이다. 하지만 SG워너비의 주옥 같은 노래가 없었다면, 그들이 전성기 못지않은 가창력을 유지하지 못했다면, ‘놀면 뭐하니?’에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이 같은 성과는 언감생심이다.

MSG워너비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이다. 아직 그룹의 멤버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조급하지 않다. 그들의 신곡 못지않게, 참가자들이 다음 경연에서 들려줄 ‘잊힌 발라드 명곡’들이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MSG워너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놀면 뭐하니?’ 관련 영상에는 "아 이 노래가 있었지…"부터 "누구 노래가 이렇게 좋아?" 등 다양한 의견이 댓글로 붙는다. 이미 대중은 발라드의 매력을 한껏 즐기는 중이다. 역시 그들은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었다. 유재석과 김 PD는 또 해냈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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