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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귤러스', 셜록 홈즈에게 숨겨진 딸이 있다고?

2021.04.16

이레귤러스, 사진제공=넷플릭스


'셜록 홈즈’,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우리 마음 속 최고의 탐정. 그래서 그의 이름이 등장하는 작품들은 언제나 기대를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다 잘 만들고, 재미난 건 아니다.

  

19세기 후반, 작가 아서 코난 도일에 의해 탄생한 ‘명탐정’ 셜록 홈즈는 추리 소설 마니아뿐만 아니라 성장기의 청소년에게 참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명석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캐릭터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근대 인물 중 하나가 되었으니까. 셜록과 그의 조수이자 동료인 왓슨을 주요 등장인물로 설정한, 또는 그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제작된 영화 및 드라마는 수 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근래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주드 로에 의해 견인된 영화 '셜록 홈즈'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각설하고 잊을 만하면 어떤 형태로든 제작되어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게 셜록 홈즈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다. 21세기 들어 그를 가장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등장한 작품은 누가 뭐래도 영국 BBC에서 제작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셜록'이 아닐까 싶다. 모바일의 스마트 월드를 적극 활용하는 셜록 홈즈라니! 이것만으로도 군침이 돌지 않을 수 없었고, 더욱이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는, 우리 시대의 셜록을 탄생시킨 작품이었으니 말이다.


만일 당신이 미드, 영드라 불리는 시리즈 마니아라면 '셜록'을 분명 접했을 것이라 믿는다. 이렇게 다시금 셜록은 현대 서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로 등극했다. 많은 제작자와 감독, 시나리오 작가들이 이토록 군침 도는 이야기를 가만히 놓아둘 수는 없었을 것. 그런 만큼 '셜록' 이후 또 다른 셜록 홈즈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종종 선보이고 있다. 혹시 이런 연작 중 하나를 추천한다면 런던 베이커 스트리트를 떠나 뉴욕 거리로 이사한 홈즈와 여성 왓슨이 등장하는 미드 '엘리멘트리'가 있다. 영드 '셜록'이 2010년부터 시작되어 흥행을 기록했다면, (분명 '셜록'의 흥행에 자극을 받아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엘리멘트리'는 2012년 첫 시즌을 시작하며 일곱 해나 제작되었다. 이렇게 수 많은 셜록이 맹위를 떨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리지널 영화나 드라마를 바탕으로 새롭게 파생되어 나온 작품을 일컫는) ‘스핀오프’ 시리즈들도 우리 앞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에놀라 홈즈', 사진제공=넷플릭스


2020년에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선보인 영화 '에놀라 홈즈'도 그 스핀오프의 대표적 사례다. 분명 홈즈 가문을 중심에 뒀지만 주인공은 셜록이 아닌, 우리에게는 너무도 생소한 그의 여동생 에놀라였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즈 가문의 혈통은 본디 그렇다는 듯 에놀라 역시 셜록 못지않은 논리적 추리를 해낸다. 자, 여기서 지켜볼 만한 것은 원작에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물론 아서 코난 도일이 아닌 낸시 스프링어라는 여성 작가가 창조하긴 했다)를 등장시켰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가장 최근에 셜록으로부터 도출된 흥미로운 스핀오프는 뭐가 있을까? 바로 2021년 3월 26일, 넷플릭스 서비스를 통해 오픈된 시리즈 '이레귤러스'다. 일단 특이한 타이틀부터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이레귤러스’라는 말은 애초 원작에서 셜록이 사건 해결을 위해 가끔 도움을 받은 ‘베이커 스트리트 이레귤러스’, 그러니까 베이커가의 부랑자 아이들을 뜻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레귤러스'는 셜록과 왓슨이 조연으로 등장하고, 거리의 아이들이 주인공인 셜록 홈즈 스핀오프 시리즈인 셈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레귤러스'는 초자연적 현상을 주요 소재로 끌어들이고, 지금껏 셜록 홈즈에게서 상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특히 아이들 중 한 명이 셜록의 자녀라는 것이 밝혀지는 것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말이다. 과연 이렇게 변형되고 뒤틀린 스핀오프를 본 이후 필자를 포함한 많은 시청자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일단 필자의 의견을 들자면 이렇다. ‘역시 스핀오프 치고 제대로 만들어진 작품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 더욱이 넷플릭스 오리지널에서 제대로 건질 만한 작품이 의외로 몇 안 된다는 것. 이게 과연 사견일 뿐일까? 많은 이들이 이에 동조할 것임에 의심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레귤러스'는 단지 ‘셜록 홈즈’의 이름 만으로 분명 구미가 당기는 작품이긴 했다. 셜록은 마약 중독자로 등장하고, 흑인 왓슨 캐릭터가 구축되고, 거리의 아이들 중 메인 캐릭터에 동양 계 배우가 캐스팅되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을 배경으로 굉장히 트렌디한 현대의 전자음악이 주요하게 사운드트랙으로 사용된 점도 흥미롭다. 하지만 서사 구조 속에 초자연적 판타지가 주요하게 자리잡음으로써 '이레귤러스'의 내러티브는 갈피를 잡지 못한다. 더욱이 오컬트 장르에서 종종 등장하는 능력자 캐릭터가 셜록과 엮이게 되면서 지금껏 상상하지 못한 엉뚱한 셜록 스핀오프가 되어버린다.


영드 '셜록', 사진출처=BBC


사실 필자는 '이레귤러스'를 이 컬럼의 소재로 선정하면서 꽤나 기대를 하며 시청하기 시작했다. 물론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첫 시즌을 무사히 끝내긴 했다. 하지만 과연 두 번째 시즌을 기다려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아니 정녕 시즌 2가 제작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런데 분명한 점은 셜록 홈즈는 굉장히 여러 갈래로 진행될 수 있는 ‘스핀오프’에 대한 가능성이 농후한 원작이라는 점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셜록'이 현대라는 시공간으로 진입하며 놀라운 성취를 이루어냈듯, 그 이상을 능가할 또 다른 셜록 기반의 시리즈 혹은 영화가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언제나 품고 있다. 그랬기에 '이레귤러스'는 실망감 가득한 스핀오프로 기억될 테다. 물론 시청자의 반응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있을 거다. 필자의 경우 그랬다는 이야기다. 


이 참에 다시 넷플릭스, 왓챠 등에서 ‘셜록’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했다. 그 유명한 '셜록' 이외에도 제레미 브렛이 셜록 역을 맡은 1980~90년대의 시리즈 및 영화들이 업로드되어 있다. '이레귤러스'의 아쉬운 마음을 또 다른 셜록들로 채워야겠다. 언제나 그러했듯, 셜록은 관객 및 시청자를 설레게 하는 매력투성이 캐릭터니까.


이주영(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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