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자세' 넷플릭스 발목 잡을 경쟁자는 디즈니 or 토종?

OTT 전면전으로 인한 콘텐츠 풍년에 시청자는 행복하다

2021.04.12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 스틸컷. 사진제공=넷플릭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ver The Top) 시장이 무섭게 변하고 있다. 2016년 넷플릭스가 국내 상륙할 때만 해도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했다. 국내 콘텐츠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들은 굳이 비용을 지불하며 넷플릭스를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5년의 시간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가입자 확보를 위해 자세를 낮추던 넷플릭스가 점차 발톱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디즈니플러스와 애플 등 외래산 OTT와 함께 토종 OTT들도 대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5년 전, 넷플릭스의 현재를 예측할 수 없었듯, 지금 이 순간 향후 5년 후 시장 판도 역시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무료 서비스 없애고, 요금 인상 예상되는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지난 7일 ‘30일 무료체험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는 넷플릭스에 가입 후 한 달 동안은 요금을 내지 않고 모든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일종의 프로모션이었다. 수신료가 전기세에 포함돼 ‘TV시청=무료’라는 인식이 강한 한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한 달 간 무료로 넷플릭스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매력적인 미끼였다. 

동시에 이는 넷플릭스의 자신감이었다. 한 달 동안 넷플릭스를 본다면 그 매력에 빠져 유료 가입하게 될 것이란 확신이 있었던 셈이다. 아이지에이웍스의 집계에 따르면 2월 말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는 1000만 명이 넘는다. 전체 국민 5명 중 1명이 보는 셈이다. 그동안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7700억 원을 쏟아부은 결과이기도 하지만, 무료체험 서비스라는 달콤한 사탕이 크게 힘을 보탰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가입자가 적정 수준으로 증가한 후 이 프로모션을 없애는 것은 넷플릭스의 예고된 행보였다. 지난 2019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지난해 말에는 미국에서도 이 서비스를 종료했다. 한국을 비롯해 그리스·세르비아 등은 7일 이 서비스가 중단된 마지막 국가들인 것을 고려하면, 한국에만 적용된 ‘꼼수’라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사전 고지’가 없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향후 넷플릭스가 요금 인상 및 계정 공유 금지 조치를 내릴 것이란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넷플릭스 이용료는 국가별로 다르다. 현재 국내 요금은 월 9500~1만4500원. 미국과 일본의 요금이 1만5000∼2만 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한국 이용료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계정 공유까지 더해지면 이용자들이 느끼는 인상 상승폭은 더욱 커진다. 넷플릭스의 약관 기준으로 볼 때 계정 공유가 가능한 대상은 가족이나 동거인이다. 거주 공간이 다른 친구들끼리 계정을 하나씩 나눠 가지고 비용을 반씩 부담해왔다면 요금 인상 및 계정 공유 금지 조치로 인해 체감하는 인상폭은 2∼3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극장 개봉과 함께 한국 상륙을 앞둔 디즈니 플러스에서도 공개될 블록버스터 '블랙 위도우',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또 다른 공룡, 디즈니가 온다

‘어벤져스’ 시리즈를 비롯해 ‘겨울왕국’ 등 유명 콘텐츠를 대거 확보하고 있는 디즈니플러스도 하반기 국내 상륙한다. 디즈니플러스는 이미 밑작업을 끝냈다. 그들은 최근 국내 OTT업체인 웨이브 등에 공급하던 디즈니 콘텐츠를 이달 말까지만 제공한다. 이들이 지난 2019년 이미 넷플릭스와의 제휴관계를 종료한 데 이은 조치다. 이는 ‘디즈니 콘텐츠는 디즈니플러스에서만 보라’는 외침과도 같다. 

디즈니플러스가 어떤 형태로 한국 시장을 공략할지도 관심사다. 이들은 이미 넷플릭스가 론칭 초기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미 한국 시장을 학습했다. 게다가 ‘어벤져스’ 시리즈가 북미 시장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등 한국의 수익성 역시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디즈니플러스는 자체 콘텐츠 외에도 한국 시장을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비롯해 다수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해 온 NEW가 디즈니플러스와 협력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들이 제작하고 디즈니플러스에서 방송되는 ‘너와 나의 경찰수업’에는 가수 강다니엘이 주연을 맡는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런 기대감을 바탕으로 NEW의 주가는 단기간에 2배 넘게 폭등했다.

게다가 디즈니가 가진 콘텐츠가 워낙 막강하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한국 시장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히어로물이다. 올해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독립 히어로 영화 ‘블랙 위도우’는 오는 7월 극장뿐 아니라 디즈니플러스에서도 동시 공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캐릭터 뿐만 아니라 유명 애니메이션을 보유한 디즈니플러스의 영향력은 넷플릭스에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영화들은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인식도 있기 때문에 실제 디즈니플러스 가입자를 늘리는 데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지 여부는 아직 단정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애플TV플러스 역시 최근 첫 오리지널 한국 콘텐츠 제작 계획을 발표하고 SKT와 콘텐츠 제휴 논의를 하는 등 국내 출시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극장개봉과 함께 티빙서 동시 공개될 이용주 감독의 영화 '서복',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토종 OTT, 고래 싸움에 낀 새우가 아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이 있다. 외래 공룡인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경쟁 앞에 놓인 토종 OTT들의 상황을 이렇게 볼 수 있을까? 하지만 적잖은 업계 관계자들은 "토종 OTT 역시 또 하나의 공룡"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산 콘텐츠가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를 호령할 정도로 파급력이 강하고 대기업과 지상파 3사 등을 앞세운 토종 OTT의 저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CJ ENM은 올해 자체 OTT인 티빙의 성장을 가장 큰 주력 사업으로 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 독립 법인으로 분할한 후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당초 지난해 말 개봉 예정이었던 배우 공유·박보검 주연작인 ‘서복’은 오는 15일 극장과 티빙에서 동시 공개된다. 아울러 향후 3년간 4000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CJ ENM 영화사업본부 측은 "코로나19로 콘텐츠에 대한 소비즈의 시각과 니즈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복’ 역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해 티빙에서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고, 티빙 측은 "‘서복’은 티빙 사용자에게 특화된 콘텐츠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며 "다양한 장르에 걸쳐 오리지널 콘텐츠를 지속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합작해 만든 웨이브 역시 맞불을 놓는다. 웨이브는 오는 2025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1조 원을 투자한다. 또한 상반기 중 콘텐츠 기획·개발을 전담하는 스튜디오를 설립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3사는 가장 오랜 기간 드라마와 예능을 제작하며 안정된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 OTT로 재편되는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이지만 그들의 저력과 맨파워가 더해진다면 외래 OTT와의 경쟁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발주자인 쿠팡플레이도 1000억원을 국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며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예정이다. 

윤준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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