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칭찬에 울고 웃는 '국뽕 예능'의 명암

'윤식당2' 인종차별 오역논란이 던져준 시사점

2021.04.05
사진출처='윤식당2' 캡처

케이블채널 tvN 인기 예능 ‘윤식당2’가 뒤늦게 논란의 중심에 섰다. 3년 전 방송된 프로그램이지만, 최근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가 범글로벌 문제로 부각되며 우리가 놓치고 지나갔던 맹점이 다시 드러났다. ‘윤식당2’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외국어를 잘못 옮긴 ‘오역’을 넘어 다양한 시사점을 준다.

#무엇이 문제였나?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윤식당, 왜곡 주작 방송’이라는 제목을 단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윤식당2’에서 독일인 손님들에게 서빙을 하고 있는 이서진을 비라보며 그들이 나눈 대화를 지적하며 "명백한 인종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 독일인 커플의 대화를 놓고 제작진은 "여기 잘생긴 한국 남자가 있네"라는 자막을 붙였다. 이에 대해 글쓴이는 "어떻게 하면 ‘게이’가 ‘잘생긴’으로 번역될 수 있나?"라고 꼬집으며 "인종차별을 어떻게 오역하면서까지 방송에 내보낼 수가 있냐. 저거 유머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장면도 도마에 올랐다. 식사를 주문한 외국인 커플은 이서진을 향해 "혼혈일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그 이유는 정확히 설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통상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동양인의 이미지와는 다르다는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뛰어난 외모를 가진 이서진을 순수하게 동양인으로 보지 않고 서양인의 피가 섞인 ‘혼혈’일 것이라 넘겨 짚은 것이라는 주장은 "억측"이라고 하기에는 꽤 설득력이 있다.

결국 오역 의혹을 받은 영상은 삭제됐다. 제작진 역시 해당 영상과 자막을 붙이는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고 인정한 셈이다. 

#문제는 따로 있다?

여기까지만 놓고 봤을 때, 문제의 핵심은 인종차별이다. 여전히 서양인들이 동양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부지불식간 차별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런 대화가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오간다는 것은, 이미 그들의 정서 속에 동양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를 하루 아침에 바꿀 순 없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자신들의 발언으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 역시 이렇듯 화석처럼 굳어진 편견의 발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이를 대하는 우리, 즉 동양인들의 자세다. ‘윤식당2’의 제작진은 이런 발언을 여과없이 방송했다. 현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고, 더 나아가 편집과 자막을 붙이는 과정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는 의미다. 분명 이 과정에는 전문 번역가가 투입됐을 법하다. 현지 언어 뿐만 아니라 정서까지 파악하는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번역가를 쓰지 않았다면 제작진의 문제이고, 그런 전문가를 썼음에도 이런 문제를 잡아내지 못했다면 이 역시 문제다. 

하지만 남 탓만 할 순 없다. 3년 전 ‘윤식당2’가 방송됐을 때만 해도 해당 장면이 방송되고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었다. 몇몇 네티즌이 댓글을 통해 비슷한 의견을 올리기는 했지만, 공론화되지는 않았다. 제작진 뿐만 아니라 시청자 역시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사진제공=tvN

그러나 상황이 바뀌면 시각도 바뀐다.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가 만연하며 모든 것을 되돌아보고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윤식당2’의 해당 장면 역시 이런 인식이 바로잡혀 가는 상황 속에서 되돌아보니 아주 예민한 문제가 포함됐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 셈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윤식당2’의 오역 논란은 명백한 잘못이다. 이런 방송이 시청자들에게도 인종 차별적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며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바로잡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없나?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가 ‘외국인이 바라보는 우리나라’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쓰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같은 사안도 외국인이 좋게 평가하면 더 높은 가치를 매기는 식이다.

‘윤식당’ 외에도 ‘국경 없는 포차’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외국으로 가서 음식을 비롯한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을 그리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도 인기리에 여전히 방송 중이다. 
 
이런 프로그램의 흐름은 대동소이하다. 우리는 평소 익숙하게 접하는 김치를 비롯한 전통 음식, 혹은 한식을 기반으로 한 퓨전 음식을 선보인다. 외국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한국 문화를 칭찬한다. 이를 지켜보며 한국인들은 가슴이 뿌듯해진다. 요즘 신조어를 섞어 표현하자면 ‘가슴이 웅장해지는’ 느낌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예능 국뽕’이라 칭한다. 외국인을 통해 한국 문화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이를 바라보는 한국인들을 만족시키는 식이다. 물론 이는 의미있고, 또 가치있는 행위다. 기획 의도 역시 외국에 한국 문화를 널리 전파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같은 사안을 두고, 한국인이 칭찬하면 별다른 감흥이 없고 외국인이 칭찬하면 남다르다는 식이면 곤란하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외국에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듯,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볼 때 우리가 익숙해져 놓치고 있던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면서도 "하지만 맹목적으로 외국인, 특히 서양인이 반응하고 외신에서 다루면 더 대단하다는 식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우월한 그들이 인정해주는 우리 문화’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낮추는 판단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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