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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흑화된 이승기의 아찔한 변신은 무죄

2021.03.26
'마우스' 이승기, 사진제공=tvN


이승기는 성실의 아이콘이자 바른 청년의 표본이다. 그간 보여줬던 예능 속 모습이나 작품 속 캐릭터들은 하나 같이 성실하고 선했다. 오랜만의 드라마 복귀작을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극본 최란, 연출 최준배)로 택했다는 소식에도 이전의 결을 잇는 선한 연기를 선보일 거라 예상했다. 자신의 위치를 꿰뚫는 영민함을 갖췄기에 도전보단 안전한 길을 택할 줄 알았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반전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햇살 같던 그의 눈빛이 돌연 서슬퍼레졌다. 

‘마우스’는 자타 공인 바른 청년이자 동네 순경인 정바름(이승기)과, 어린 시절 살인마에게 부모를 잃고 복수를 향해 달려온 무법 형사 고무치(이희준)가 상위 1퍼센트 사이코패스 프레데터와 대치하는 모습을 그려낸 추적극이다. 이제 중반부에 들어선 ‘마우스’는 고무치와 사이코패스 성요한(권화운)의 대치가 긴박하게 그려졌다. 사이코패스에게 부모를 잃고 형마저 잃은 고무치 역을 연기 중인 이희준은 거의 매 신 포효하며 폭발적인 감정 연기로 1막을 이끌었다. 그에 반해 이승기의 존재감은 미비했고, 정바름 캐릭터 역시 매력적이지 못했다. 추적극에성실하고 착한 인물은 상호작용을 위한 필수 요소이지만 눈에 띄는 존재는 아니다. 대체 이승기가 오랜만의 복귀작으로 왜 이런 역을 맡았을까 그간 의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섣부른 기우였다. 2막을 위해 그저 숨죽여왔을 따름이다. 

'마우스' 이승기, 사진제공=tvN

'마우스'의 본격적인 2막이 열린 지난 7,8화에서 이승기는 아예 다른 인물을 연기하듯 급변한 모습을 보였다. 이승기가 연기하는 정바름이 변한 이유도 그려졌다. 성요한과 대치 중 머리를 크게 다쳤고, 여러 차례 대수술을 받았을 정도로 치명상을 입었다. 의식을 회복했을 때도 주변인을 기억하지 못했다. 수술 과정 속 그의 뇌에 변화가 생겼음을 짐작하게 했다. 특히 오랜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그가 첫 번째로 한 일은 새의 목을 부러뜨리는 일이었다. 그냥 시끄럽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 장면은 정바름의 본격 흑화를 알렸다. 이후 그는 사이패스의 심리를 꿰뚫고 타인에게 폭력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를 연기한 이승기의 눈빛과 분위기는 완벽게 이전의 정바름을 지다.

"어서와 나쁜 이승기는 처음이지?"라는 반전이 그려지며 '마우스'는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이승기의 비릿해진 변화가 당혹스러우면서도 매우 신선하게 와닿는다. 주연배우로서 이승기를 바라보는 업계와 시청자들의 고정적 시선에 회심의 뒤통수를 날렸다. 그간 보아온 이승기가 아니라는 감탄과 함께 물오른 그의 연력에 두 번 놀라고 있다. 배우에게 종종 틀을 깨고 거듭난다고 표현할 때가 있데, 지금 이승기가 그렇다
  
이승기, 사진제공=tvN

영리한 이 배우는 타이밍 좋게 또 한 번 변화를 주며 호감도를 올렸다. 여러 작품을 하는 동안 지켜본 그는 참 성실했다. 그렇기에 가수들이 배로 전할 때 겪는 잡음 하나 없이 자연스럽게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힘이 꽉 들어간 연기도 듯이 소화했다. 그간 노력과 성실의 아이콘인 배역을 이승기라는 인물의 형상으로 연기했다면 ‘마우스’에서는 오롯이 캐릭터로서 몰입하게 하고 있다. 이승기가 아니라 정바름이라는 인물 자체로 말이다. 순간의 몰입도로 확 달라진 눈빛과 분위기는 이승기배우의 넓은 스펙트럼을 실감하게 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정바름을 지켜보며 손에 땀을 쥐는 중이다. 선에서 악으로 변한 그의 눈빛은 화면 너머마저 섬뜩하게 하고 있다. 나쁜 정바름에게 점점 빠져 하는데, 이는 이승기라는 사람의 매과 물오른 연기의 시너지 덕분이다. 이승기가 주도하는 2막, '마우스'의 진가는 이제부터다. 

한수진 기자 han199131@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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