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출근’ 은근히 당기는 남의 밥벌이 엿보기

2021.03.04

사진제공=MBC

출근길 지하철에 오르면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나왔을까’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들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휴대전화로 하루 일과를 미리 살는 사람들부터 서류나 책을 읽고 있는 사람, 지난 업무에 치여 졸고 있는 사람들까지 직장을 향한 발걸음은 같 하루를 준비하는 모습은 다양하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저 사람은 무슨 일을 할까? 남의 밥벌이는 때론 나의 판타지가 되곤 한다.


지난 2일 첫 방송된 MBC ‘아무튼 출근’은 이런 궁금증을 파고들며 남의 밥벌이를 현실감 있게 담아냈다. 유행 중인 브이로그를 이용해 남의 직장 생활을 엿보는 형식을 취한 것이다. 연예인 관찰 예능이 넘쳐나는 방송가에서 일반인으로 관찰 대상을 옮긴 건 나름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신선함은 이내 동질감과 공감으로 바뀌었다. 역시 쉬운 밥벌이는 없다는 깨달음과 함. 브이로그라는 형태를 차용해 차별화를 꾀한 것도 좋았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남의 일터를 체험하는 기분을 느끼고, 다른 직업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첫 화에서는 혹독한 업무와 사투를 벌이는 은행원 이소연, 개발자 천인우, 공항철도 기관사 심현민의 생생한 직장 생활이 공개됐다. 9년 차 은행원 이소연은 하루 100여 통의 전화를 받으며 응대하고, 틈틈이 외근까지 해내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눈길을 모았다. 본사 은행원은 어떤 일을 하는 지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19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일찍 밥벌이를 시작하면서 일을 몰랐던 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라고 고충을 털어놓는 등 바쁜 우리네의 모습과 맞닿아있는 모습으로 공감을 샀다.


사진제공=MBC

다음으로 비춰진 인물은 반가운 얼굴이었다. ‘하트시그널3’ 출연자였던 천인우가 이번엔 사랑 찾기가 아닌 직장인의 모습으로 시청자와 마주했다. ‘하트시그널3’에서 멋있게만 그려졌던 그의 일상은 꽤나 사람 냄새가 묻어났다. 멀끔한 상체 패션과는 달리 파자마 바지를 입고 재택 근무를 하는 모습은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현대인들의 업무 환경을 체감하게 했다. 이후 화상과 대면을 오가며 6번의 미팅은 물론, 개인 업무와 팀원들의 진로 상담까지 모든 분야를 컨트롤하는 리의 고단한 숙명을 그려내며 해가 저문 후에야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심 그를 질투했던 MC 광희가 “죄송합니다. 저는 좋은 데서 움직이지도 않고 일하는 줄 알았는데”라며 사과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민의 모습은 짧게 그려졌지만 우리가 몰랐던 기관사들의 메뉴얼이 속속들이 공개되며 흥미를 유발했다. 특히 예고편에 등장한 간이 화장실은 생리 활동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기관사들의 고충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그렇게 ‘아무튼 출근’은 시청률 3.9%라는 첫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순간 최고 시청률은 6%를 기록했다. 좋은 출발선이다. 앞선 제작발표회에 정겨운 PD가 “출연자의 직장 생활을 비출 때 겉핥기식이 되거나 미화가 되지 않도록 특히 신경 썼다”고 말 것이 방송에 오롯이 투영됐다. 정직함로 승부수를 띄운 제작진의 전략이 옳았음을 보여줬다. ‘밥 벌어 먹고 살기 참 힘들다’는 은 직장인 모두의 공통된 고민이다. 그렇기에 타의 직장 생활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결국 공감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은행원 이소연이 고충을 토로하며 눈물을 보였을 때 함께 눈시울이 붉어진 것처럼 말이다.


김구라, 박선영, 황광희 세 MC의 미스트도 좋았다. 특히 김구라와 박선영은 '한밤'을 통해 4년 동안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어 대화 흐름이 자연스러웠다. 진중한 분위기 속 광희의 다소 방정맞은도 프로그램에 활기를 더하며 화면을 꽉 채웠다. 미사여구 없는 담백글을 볼 때 이 스럽게 스며드는 것처럼 ‘아무튼 출근’도 시청자들에게 잘 스며다. 제작진이 유념해야 할 말은 이것 뿐이다. 만 같아라.


한수진 기자 han199131@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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