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10년, 대한민국 방송은 무엇을 얻고 잃었나?

2021.02.25


지난 2011년 12월1일 대한민국 방송의 역사는 또 한 번 바뀌었다. 1991년 SBS가 개국한 이래 20년 동안 3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던 방송의 판도가 종합편성채널의 개국으로 다변화됐기 때문이다. 올해 2021년은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비교적 짧은 역사였지만 종합편성채널이 가져온 변화의 폭 역시 만만치 않았다. 

시작은 정치논리였다. 2008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친정부적인 성향을 가진 채널들을 육성하기 위해서 당시 신문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였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이 방송을 겸업할 수 있는 미디어법을 통과시켰다.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날치기 통과로 입법된 미디어법은 헌법재판소에서조차 의결과정에 대해 위법성을 지적했지만 결국 법안의 효력에 대해서도 유효하다는 판단을 해 설립의 기틀이 닦였다.

결과적으로 조선일보는 TV조선, 중앙일보는 JTBC, 동아일보는 채널A 그리고 매일경제신문은 MBN을 개국했다. 정부는 이들에게 많은 특혜를 안기며 성장을 도왔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를 통해 광고를 받는 공영방송 채널과 다르게 이들은 2년 동안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었으며, 개국부터 중간광고가 가능했다. 또한 케이블 SO에서도 15번에서 20번 등 상위권 번호를 할당받았다. 하지만 편성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부담을 줄여주고, 방송통신 발전기금도 면제받았다. 

정치적 논리로 시작된 방송들이 시장에 연착륙하기엔 쉽지 않았다. 출범초기 종합편성채널들은 1%대의 저조한 시청률로 부진을 거듭했다. 개국을 기념해 야심찬 프로그램을 방송했지만 시청자의 냉대를 받으면서 경영은 악화됐고, 재방송 비율은 높아져갔다. 이는 오히려 시청자들이 종합편성채널을 외면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됐다. 급기야 자본구조가 취약해진 채널들은 아예 드라마를 방송하지 않고 보도 프로그램이나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은 교양 프로그램으로 편성표를 도배하는 질적하락을 부채질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종합편성채널들이 날개를 단 것은 2010년대 중반 이후 더욱 첨예해진 대한민국 내의 이념갈등 때문이었다. 2012년 대선 이후 정치관련 보도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채널들은 세월호 사건, 탄핵사태 등의 정치적 이슈가 터져나올 때마다 저마다 진영의 선명성을 강조해 지상파에서 돌보지 않던 중장년층 시청자들을 유입시키기 시작했다. JTBC는 오히려 이러한 상황에서 예능과 드라마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와 정부와 각을 세우는 보도 스탠스로 취향이 맞는 젊은 층의 지지를 얻었다.

2015년 이후 종합편성채널들의 수익은 서서히 안정세로 접어들었고, 현재는 4사 모두 무리없는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를 소재로 한 대담형태의 오후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도 종합편성채널이었으며, 사안에 따라 속보체제로의 전환도 빨랐다. 

결과적으로 한국방송 시스템에 도움이 된 부분도 있었다. JTBC의 경우가 그러한데 드라마로는 ‘아내의 자격’ ‘밀회’ ‘부부의 세계’ ‘유나의 거리’ 등 작품성있는 프로그램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또한 예능도 ‘마녀사냥’ ‘슈가맨’ ‘히든싱어’ 등의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었다. 채널A도 ‘지금 만나러 갑니다’, MBN은 ‘나는 자연인이다’ 등 특색이 있는 프로그램이 방송됐다.

'부부의 세계', 사진제공=JTBC

2010년대 후반부터는 TV조선이 약진하고 있다. 도무지 기존체제로는 경영악화를 탈출하기 쉽지 않아보이던 TV조선은 2019년 방송된 ‘내일은 미스트롯’으로 방송가의 분위기를 단숨에 트로트 중심으로 역전시켰다. 시청률은 최고 30%를 돌파했으며 이후 지상파에까지 트로트 프로그램이 무더기로 편성되는 기폭제가 됐다. 종합편성채널의 등장은 이처럼 지상파나 기존 케이블이 잡지 못했던 중장년층 시청자들을 TV 앞에 끌어들였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위기도 많다. 일단 뉴스쇼 형태의 프로그램은 여전히 진영논리를 뉴스에 녹인 ‘선동’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많은 프로그램의 만듦새 또한 헐겁다. 그리고 앞서 서술했던 인기 프로그램들 역시 지나치게 자극적인 편집과 설정으로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곤 한다. 채널이 많으면 물론 채널끼리의 건강한 경쟁도 담보되지만, 한정된 시청자들을 뺏어오기 위한 자극의 경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늘 있다.

거기다 방송환경이 급변했다는 사실도 악재다. 유튜브나 개인방송이 기존 방송의 시장을 빠르게 점유하기 시작하면서 방송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는 낡은 논리가 됐다. 플랫폼의 홍수 속에 아이디어만 있으면 되는 상황에서 거대한 제작인력과 편성인력, 기술인력을 가진 종합편성채널의 구조는 갈수록 고용축소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지상파의 어려움도 종합편성채널에도 마찬가지라 광고시장의 어려움 또한 이들이 맞닥뜨려야 하는 시련이다.

10년은 방송 역사 전체에서는 짧은 시간일 수 있으나, 방송환경의 변화에 있어서는 충분히 긴 시간이다. 종합편성채널의 개국 이후 대한민국의 방송은 저변이 넓어졌지만 그만큼 생존에는 어려워졌다. 과연 10년 후 우리는 현재의 방송사 판도를 여전히 지금과 같이 기억할 수 있을까. 종합편성채널의 10년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과 함께 그 이상의 고민도 얹어주는 2021년 방송의 화두가 됐다.

신윤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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