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총을 든 김태리가 주는 쾌감

'승리호' 장선장 역으로 호평 쏟아져

2021.02.16

사진제공=넷플릭스

인간이 총을 드는 이유는 두 가지다. 지키거나 빼앗거나. 둘 중 어떤 이유건 총을 쥔 이의 모습은 위압적이다. 그래서 작품 속 총을 든 김태리와 마주하면 압도된다.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고애신부터 영화 ‘승리호’ 속 장선장까지 지키고자 총을 든 그의 서사는 관객의 정의감을 자극한다. 총을 든 김태리는 불합리한 통념에 맞서고픈 우리네의 잠재적 욕망을 대변한다.

 

“정의롭지가 못해”. 아무렇게나 툭 내뱉는 그의 대사가 귀에 꽂히는 건 이런 캐릭터를 잘 소화하는 그의 능력에 있다. 신뢰감을 주는 묵직한 보이스톤, 어느 한 매력에 치우치지 않은 비주얼, 공간을 휘감는 묘한 분위기까지. 몇 안 되는 필모그래피이지만 벌써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이유다. ‘승리호’는 그런 그의 배우 인생에 있어 또 다른 방점을 찍게 해준 작품이다. “최초라 설렜다”고 밝힌 그는 뜨겁게 뛰는 심장을 따라 필모그래피를 그려나간다.

 

“작품을 고를 때 재미가 우선이에요.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인 사람이라 최종결정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내리죠. 한 마디로 구미가 당기는 걸 해요(웃음). ‘승리호’는 저한테 도전이었어요. 그럼에도 장선장이라는 캐릭터와 시나리오에 매력을 느껴서 하게 됐어요. 이제 우리나라에서 구현해내지 못할 이야기가 없다는 점도 크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오직 한국의 기술력으로 만든 영화니까 많은 예술가분들께 영감을 줄 수 있는 멋진 이야기가 나온 것 같아요. 그런 영화에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김태리가 연기한 장선장은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를 이끌며 막말과 술에 절어 있는 안하무인이다. 하지만 못 다루는 기계가 없고 비상한 두뇌와 남다른 리더십 그리고 정의로움을 지닌 복합적인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김태리는 시나리오를 읽고 장선장이라는 인물이 선뜻 그려지지 않았다고.


“시나리오를 보면서 글은 정말 재밌게 읽혔는데 그 안의 제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았어요. 이전에 했던 다른 작품들은 시나리오를 읽으면 그 안의 제 모습이 잘 그려졌는데 ‘승리호’는 아니었죠. 그래서 조성희 감독님을 만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조 감독님이 말하길 여전사 같지 않은 사람이 선장 자리에 앉아 있을 때 전형적인 인물보다 포스가 클 거라고 설명해주셨죠.”


사진제공=넷플릭스

 

감독이 설계한 장선장이라는 인물은 관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고들었고, 이를 실현한 김태리에게는 호평이 쏟아졌다. 여린 체구와 대비를 이루는 올백 단발과 선글라스도 캐릭터를 돋보이게 했다. 여기에 제 몸만한 레이저 건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은 은근한 카타르시스를 자극한다.

 

“장선장이라는 인물은 평범한데 똑똑해요. 입안의 자폭장치로 성격이 설명되는 거 같아요. 다른 인물들은 행동에 대한 과정이 있다고 본다면 장선장은 단순하고 평범한 생각을 지닌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1897’ 속 연희가 뚜렷한 계기는 없지만 광장으로 나온 것처럼요. 그가 하는 행동들은 그저 마음이 동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또 틀에 박히지 않은 인물이었으면 했어요. 그래서 인간적인 매력을 어떻게 넣을까 고민했죠.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해답을 많이 찾았고 선배들한테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SF 장르를 좋아하고, 한국 최초 우주 SF라는 타이틀에 대한 설렘도 컸지만 이에 따른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 전형적이지 않은 인물을 그리길 바란 주변 기대와 달리 선장이 갖는 기존 모습들을 떨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 컴퓨터그래픽(CG)으로 처리되는 배경이나 인물에 대한 연기도 쉽진 않았을 터다.


“부담이 많이 됐어요. 감독님께선 장선장이 전형적인 인물이 아니라서 제가 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선장이라는 직업에 대한 전형적인 모습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그걸 깨는 게 힘들었어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구석구석 살피면서 완벽하지 않은 인간적인 모습을 찾아내려고 노력했어요. CG도 어려운 부분이야 있었지만 재밌었어요. 제한적인 환경 속에서 어떤 식으로 제 모습이 카메라에 담길지 하나부터 열까지 연구했어요. 많은 손길이 필요한 만큼 스태프들과 같이 만들어낸 장면이 많았던 것 같아요.”


송중기, 진선규, 유해진 등 ‘승리호’에 함께 승선한 동료들의 극찬에 이어 조성희 감독도 김태리에 대해 ‘큰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김태리는 이런 주변 반응에 “모르겠다”고 수줍어했다. 그러면서도 “감독님이 저를 좀 높게 치는 것 같아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쑥스러워하고 수줍어하셨어요.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하죠. 그게 아마 선장이라는 역을 제게 맡기고 싶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요?”라고 생각을 털어놓았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지난 2016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로 데뷔한 김태리는 영화 ‘1987’, ‘리틀 포레스트’,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이번 ‘승리호’까지 시대를 넘나들며 주체성 있는 캐릭터들로 변주를 거듭하고 있다. 실제 주체적인 삶을 지향한다는 그의 성격이 엿보이는 필모그래피다.


“그동안 연기했던 배역들처럼 실제의 저도 주체적인 사람인 것 같아요. 물론 흔들림은 있지만 소신을 가지고 제 의지대로 임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인물들한테 많이 끌리는 것 같아요.”


그런 그의 차기작은 최동훈 감독의 SF 기대작 ‘외계인’이다. 같은 장르의 ‘승리호’로 이미 만선을 이룬 터라 벌써부터 관객의 기대감이 적지 않다. 특히나 두 번이나 총을 쥐었던 김태리의 손엔 새로이 무엇이 들려 있을지 호기심과 기대감이 모인다.


“외계인'도 나오면 관객들이 좋아해 주실 것 같아요. ‘승리호’ 선택했을 때처럼 ‘외계인’ 제 모습이 스크린이 어떤 인물로 비춰질 지 궁금하고 기대돼요.”


한수진 기자 han199131@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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