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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이 증명한 인생은 새옹지마

편견을 깨고 얻어낸 '글로리 데이즈'

2021.02.02

사진출처=스타뉴스DB

최근 시작한 tvN '윤스테이'를 재방으로 보고 있자니, 문득 드는 생각. 다른 사람들은 저 나이 정도면 할 일도 없고, 외롭고 쓸쓸해질 나이인데, 윤여정은 웬 복이람?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어떻게 저렇게 천복을 타고 났지?


최근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코 윤여정이다. 그의 나이와 관록으로 보아 윤여정 선생님 혹은 윤여정씨라고 존칭을 해야 옳지만, 이상하게 그녀는 이름 뒤에 어떤 미사여구나 존칭이 어울리지 않는다. 윤여정은 그냥 단독으로 윤여정이라고 쓰는 게 제일 어울리고 세련되어 보인다.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로 전미비평가위원회(NBR), 노스텍사스비평가협회, 뉴욕온라인비평가협회의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으로 20관왕에 오르며 오스카 여우조연상도 내다보는 상황.1980년대를 배경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 남부 아칸소로 이주한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미나리'로 윤여정은 LA, 보스턴, 오클라호마, 노스캐롤라이나, 디스커싱필름, 그레이터웨스턴뉴욕, 콜럼버스, 뮤직시티,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세인트루이스, 뉴멕시코, 캔자스시티, 흑인비평가협회와, 미국여성영화기자협회, 선셋필름서클어워즈 등에서 상을 받았다.


와우~. 정말 믿어지지 않는 엄청난 상복이다. 그야말로 윤여정은 말년복이 터진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잘 나가는 사람을 보면 부러워하고 칭송하고 그 사람이 원래부터 태생적으로 다른 사람과는 전혀 다르게 완전체로 태어난 것만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현재 잘 나가는 모습만 보이는 것이다. 


나는 윤여정이 상을 받을 때마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딴 프로그램들이 성공하는 것을 지켜보며, 인간의 운명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진제공=판씨네마


한때, 컴퓨터가 많이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에 윤여정은 가장 많은 안티와 악플러들을 달고 다니는 존재였다. ’존재‘라는 표현이 좀 미안하긴 하나, 배우로서 인정받지 못했다. 그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저 피부로! 저 얼굴로! 어떻게 배우를 하냐?” “김수현 작가 빽으로 김수현작가 드라마에만 나오는데 거칠거칠한 목소리 듣기 싫어 죽겠어”. 


윤여정에게는 TV드라마에 나오지 않게 해달라는 시청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늘 폭주했다. 당시 윤여정은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만 단골 출연했는데, 아마도 이런 시청자들의 불만때문에 다른 드라마에는 많이 출연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이렇게 필자가 어린 시절 봤던 윤여정의 모습은 늘 안쓰러웠다. 


많은 시청자들에게 윤여정은 불편한 존재였다. 특히 남자들이 그의 목소리를 싫어했다. 예쁘고 참한 천생 여자같은 여성이미지가 각광받던 시대였다. 윤여정은 다른 여배우들과 외모부터 너무 달랐다. 서구적인 두상과 입체적인 마스크에 여성스럽고 참해 보이는 인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 남성중심적 시각이 지배적이었던 매스미디어에서 윤여정의 외모나 목소리는 절대 장점이 될 수 없었다.


게다가 이혼녀들은 TV에 나오기 힘든 세상이었다. 윤여정은 꿋꿋하게 끝까지 TV에 나왔다. 결혼 전에는 주인공만 맡았지만 이혼 후에는 대부분 별 비중없는 조연이나 단역이었다. 그런 그에게 “질기고 억세다”라는 악평까지 얹어졌다. 그러나 그는 버텼고 현재의 위치에 올라섰다. 


사진출처=tvN '윤스테이' 캡처


윤여정의 인생을 지켜보며 정말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사실이 크게 느껴진다. 최근 와르르 쏟아지는 상들 안에 얼마만큼의 그의 눈물이 녹아있을까? 아마도 윤여정은 정말 관두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자식들을 먹여살리고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이를 악물고 버텼을 것이다. 


최근에 윤여정이 듣는 찬사는 과거에 그가 듣던 악평의 정반대에 서 있다. “멋있다.” “ 쿨하다.” “독립적이다”“존경스럽다”“우아하고 세련됐다”“목소리가 개성있고 카리스마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할 독립적인 여성상.”.

 

과거 그녀를 TV 드라마에서 끌어내리려고 아우성치던 안티들은 지금 무슨 생각으로 윤여정을 바라볼까? 결국 윤여정이 그들을 이겼다. 그래서 나는 윤여정을 보면 묘하게 가슴이 뜨겁고 벅차오른다. 꼭 내가 이긴 것처럼 말이다.


나는 윤여정이 오스카상을 받든 말든 이미 그는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윤여정은 자신의 인생에게 상을 받았다. 아무리 힘든 고통과 고비가 와도, 현재를 질기게 버티고 인내해 나가다 보면, 결국 인생이 상을 준다는 걸 윤여정을 보면서 깨달았다. 


지금 tvN에서 하는 윤스테이도 재미있지만, 윤여정이 희망을 잃은 젊은 세대들을 상담해주는 인생멘토 프로그램 같은 게 예능으로 만들어지면 정말 좋을 듯싶다. 


고윤희(칼럼니스트 겸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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