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개' 강형욱 다음 펫방 3.0을 이야기하다

유기견 문제를 조명하며 펫방의 진화 보여줘

2021.01.12

사진출처=방송캡처

반려동물 100만 시대가 온 지도 꽤 됐지만 펫방 전문 프로그램들은 생각보다 빨리 활성화되지 않았다.


20년 넘게 말 그대로 반려동물 프로그램의 모든 것이었던 SBS ‘TV 동물농장’ 외에는 지상파, 종편과 케이블 주요 채널에서 펫방을 흔하게 만나기 어려웠다. 그나마 EBS에서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와 ‘고양이를 부탁해’를 상대적으로 일찌감치 선보였고 최근 들어서야 KBS ‘개는 훌륭하다’와 ‘펫 비타민’이 연속으로 등장해 펫방이 다양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BS 4부작 ‘어바웃펫-어쩌다 마주친 그 개’(이하 ‘어쩌개’)도 펫방에 합류해 방송 중이다. ‘어쩌개’는 ‘TV 동물농장’ 1000회를 기념해 제작된 특집 프로그램으로 후일 정규 편성에 대한 의지가 강한 다른 파일럿과는 좀 다른 분위기지만 펫방이 가야할 길을 생각해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어쩌개’는 끔찍한 학대를 당한 유기견들을 위해 만들어진 임시보호소 ‘어쩌개 하우스’에서 반려견 전문 연예인 집사들이 유기견들과 펼치는 공동 임보 프로젝트다. 조윤희 이연복 티파니 영 허경환 이호철 이규호 윤박 스테파니 미초바 등이 집사로 참여해 유기견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돌보기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사진출처=방송캡처


유기동물을 단독 소재로 프로그램이 제작됐다는 것은 펫방이 진화 중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펫방 1.0은 대중들에게 동물들이 그저 예쁘고 신기하고 재미있는 장난감이나 인형 같은 존재였던 시절이었다.


동물을 반려의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던 시기였지만 대다수에게는 여전히 사람의 호기심과 즐거움의 충족 거리 정도였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펫방 프로그램이었던 초창기 ‘TV 동물농장’도 반려동물들의 귀엽고 사랑스런 모습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 반려 문화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반려동물들은 가족이나 친구 못지않은 애정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열렸다. 이 시대에 펫방은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상대인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가 동반돼야 한다는 관점에서 제작돼 단계가 2.0으로 올라섰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고양이를 부탁해’ ‘개는 훌륭하다’는 이런 2.0 단계의 프로그램들이다. 말을 못하는 반려동물에 대해 사람의 입장에서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쏟은 애정은 반려동물의 습성을 망쳐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삶을 위협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출처=방송캡처


이 프로그램들이 반려동물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이해를 추구했다면 ‘펫 비타민’은 신체적으로 올바른 이해를 돕는다는 관점에서 또 다른 펫방 2.0 예능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보고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챙길 수 있는 건강법 등을 알려주면서 시청자들도 참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어쩌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생명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반려동물을 그들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2.0 단계마저도 반려동물은 사람인 나의 생활 속 일부인 존재라는 관점에 머물렀다면 3.0의 ‘어쩌개’는 나의 범위를 벗어나 있는 동물이 학대와 유기로 하나의 생명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처지일 때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어찌해야 되는가를 다루고 있다.


‘어쩌개’에서 학대 후 유기된 상태의 개들은 엉망인 몸상태와, 움츠리고 경계하느라 사랑스럽지 못한 태도로 인해 일반적인 반려동물의 친근함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에게 받은 몸과 마음의 상처가 깊어 출연자들이 유기견 보호소로 데려와 애정을 쏟으려 해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출연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깊은 애정과 끈기로 돌보자 유기견들의 겉모습과 태도 모두 서서히 사랑스러운 반려견으로 변화한다. 결국 생명은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갈 존재로 여기고 대해야 아름답고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유기견이 반려견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사진출처=방송캡처


사실 펫방의 각 단계는 이미 모두 ‘TV 동물농장’에서 다뤄져 왔던 내용들이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넘어 20년간 대한민국 펫방 그 자체였던 ‘TV 동물농장’이다 보니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2.0이나 이번 ‘어쩌개’의 유기동물 구호에 대한 3.0도 다 한참 전부터 다뤄왔다.


그런 ‘TV 동물농장’이 1000회 특집으로 유기견 문제를 생각했다는 것은 강형욱 훈련사를 대표로 한 현재의 펫방 트렌드 그 다음을 환기하고 싶었던 듯하다. 강형욱을 비롯한 훈련사들 덕분에 내 곁의 반려동물을 이해하게 되고 더 잘 사랑하게 됐다면 반려인의 삶이 발전한 것이고 좋은 일이지만 그러면 이제 유기동물들에 대한 관심도 가져보자는 제안 같다.


‘어쩌개’는 유기동물에 대한 입양과 사랑을 강권하지는 않는다. 다만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애정을 가지면 유기동물이 소중한 생명이 되고 내 곁의 아름다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영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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