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소문', 악귀야 물러가라

2021.01.06

사진제공=OCN


살다 보면 가끔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일을 저지를 때가 있다. 불현듯 평상시와 다른 행동을 하고 그것이 큰 사고로 이어질 때, 우리는 흔히 ‘뭣에 씌었다’고 한다. 도무지 그 행위에 대한 합당한 명분을 찾을 길이 없을 때 변명처럼 하는 말. 그런데 정말 뭔가에 씐 인물들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OCN에서 매주 주말 방송하는 '경이로운 소문'(극본 여지나, 연출 유선동)이다.

 

황당무계한 스토리를 유난히 좋아하는 나는, 이 나이에 부끄럽지만 많은 허구들이 실제였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우주여행이 가능한 이 시대에도 뭔가(대부분 귀신이다)에 씌인 사람이 등장하는 드라마와 영화가 수도 없고, 어마무시한 힘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빌런과 히어로들 또한 영화에 끝없이 등장하는 걸 보면 나와 비슷한 사람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경이로운 소문'은 나 같은 부류가 좋아할 법한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쫄쫄이’가 아닌 트레이닝복을 입고 악귀와 싸우는 한국형 히어로라니! 그런데 여기에 늘 궁금한 사후세계까지 결합했으니…게임은 끝났다.

 

매일매일 전염병 확진자를 수치로 확인하고 죽음을 카운트하는 것이 일상인 요즘. 게다가 살아온 날보다 살날이 짧게 남았음을 실감하기에 죽음, 그리고 사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잦아졌다. 문득 생각하면 죽음은 항상 곁에 있다. 세상에서 숨 쉬며 사는 것이 내 힘으로 한 일이 아닌 것처럼 죽음 또한 내가 예측하고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므로. 죽음과 그 이후에 대한 상상은 그래서 늘 진지함과 허무맹랑을 넘나들고 한계가 없을 수밖에 없다.


사진제공=OCN

 

'경이로운 소문'이 그리는 죽음 이후 세상은 제법 친절하다. 평범한 모습의 저승사자(극중에서는 ‘카운터’인데 평범하지 않은 죽음에만 이들이 저승길을 인도하는 것일 수도 있어, 저승사자란 표현이 안맞을 수도 있다)가 인도하는 사후세계는 환하고 따뜻해 그 정도라면 가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디까지나 현생을 착하게 산 사람에 한해서겠지만….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이듯, 이 드라마에서도 사후세계와 현생은 찰떡같이 연결돼 있다. 현생을 어지럽히는 악귀들을 처단해 사후세계로 올려보내기 위한 카운터들의 눈물겹고 땀내 나는 분투는 어지러운 현생을 사는 입장에선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코마 상태의 사람들에게 목숨을 담보로 카운터 역할을 맡기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저세상 사람들(일명 저승 파트너들)이 괘씸하기에 카운터들에게 보내는 응원은 클 수밖에 없다.

 

늘 그렇듯 종국에는 우리의 영웅들이 승리하겠지만, 절정의 대결을 향해 치닫는 악귀들의 힘은 너무도 크다. 악한 마음을 귀신같이(귀신이니까) 파고들어 영혼을 지배한다는 악귀. 그런데 '경이로운 소문'에는 악귀가 씐 인물만이 아닌 스스로 악귀가 되기로 선택한 인물도 많다. 차라리 악귀 탓으로 돌린다면 좋겠건만…. 그들은 평범한 이웃의 모습으로 가장해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세상을 속이며 악귀가 되어 간다. 미워할 수 없는 입체적인 캐릭터가 아닌 전형적인 악인 캐릭터들. 그러기에 고민 없이 온전히 증오할 수 있지만 오히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소름이 돋는다.


사진제공=OCN


요즘은 악귀가 판을 친다. 고작 16개월 된 아기를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한 양부모처럼. 그 외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우리 사회의 악귀들은 과연 악귀의 숙주들일까. 진짜 악귀일까. 종교가 없는 나는 항상 세상에 악까지 창조하고 피조물에게 선택의 자유를 준 신의 의도가 궁금하다. 평범하고 힘없는 소수의 약자들은 어떻게 악귀에 대적할 수 있을까.

 

동네에 하나쯤은 있는 국수집마다 정말 카운터들이 국수를 말고 있으면 좋겠다. 맘이 추운 어느 날, 추여사(염혜란)가 내미는 뜨끈한 국수 한 그릇에 위로받고 싶다. 어쩌면 눈치채지 못했을 뿐, 언니네 국수집 같은 곳은 어딘가 분명 있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기대해야 할 건 강력한 힘을 지닌 소수의 카운터보다, 작은 힘을 가진 선한 다수일 것이다. 황당무계한 스토리를 좋아하는 나는 아직 세상에는 악귀보다는 선한 이들이 많고 그 선함이 모여 결국은 악귀를 물리치고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을 테다. 주인공 소문(조병규)을 철썩같이 믿고 지켜주는 웅민이와 주연이 같은 친구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악귀는 결코 없앨 수 없고 늘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카운터 또한 항상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비록 신분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이현주(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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