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옥-김은희-김은숙, 2020년 안방극장은 X세대'3김시대'

2020.12.24
김순옥 김은희 김은숙 작가. 사진출처=스타뉴스DB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3김시대’는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김종필 전 국무총리 등 지금은 서거한 세 명의 정치인이 풍미하던 약 30여 년 간의 시간을 의미한다. 세 명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권력의 정점에 오르내리며 대한민국의 근대 정치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에 영향을 받은 호칭도 많았다. 야구에서는 1990년대 김응용, 김인식, 김성근 등 세 감독이 돌아가며 우승을 하던 시대를 ‘3김시대’로 일컫기도 한다.

지금 방송가에서 가장 위력을 떨치는 이들도 ‘3김시대’를 이루고 있다. 여성작가이고 드라마를 쓴다. 나이도 비슷하다. 그리고 2020년 방송가를 돌아봤을 때 이들 셋의 이름을 빼고는 1년을 규정하기 쉽지 않다. 1971년생 김순옥 작가, 1972년생 김은희 작가, 1973년생 김은숙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김순옥 작가가 SBS ‘아내의 유혹’으로 이름을 알린 것이 2008년, 김은희 작가의 출세작 SBS ‘싸인’이 2011년, 김은숙 작가의 히트작 SBS ‘파리의 연인’이 2004년작이니 이들의 위세가 다 함께 오른 시간을 따지면 넉넉히 10년은 된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안방극장은 이들 ‘3김’에 의해 물줄기가 바뀌어온 것이다.

'펜트하우스', 사진출처=방송캡처

‘3김’의 올해 활동도 바빴다. 김순옥 작가는 2020년 12월 지금 가장 뜨거운 드라마인 SBS ‘펜트하우스’를 쓰고 있다. 닐슨코리아 집계로 지난 22일 방송된 17회 2부는 전국가구기준 24%까지 시청률이 치솟았다. 숨 쉴 틈 없는 빠른 전개, 온정신으로 5분을 채 볼 수 없는 자극적인 구성 그리고 등장인물의 당장 눈앞을 모르는 치열한 캐릭터 변화는 작품을 2020년 하반기 최고 문제작으로 올려놨다.

김은희 작가는 글로벌 인기를 재확인했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조선좀비물 ‘킹덤’은 올해 시즌2를 방송해 첫 시즌과 버금가는 인기를 구가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방송된 ‘킹덤’은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인기를 얻은 한국 드라마로 꼽힌다. 이 드라마를 보고 전 세계의 ‘킹덤’ 팬들이 조선의 복색인 한복과 갓 등에 관심을 보이며 ‘드라마 한류’의 새 지평을 열었다.

김은숙 작가는 SBS ‘더 킹:영원의 군주’를 방송했다. 시청률은 초반 10% 수준에 비하면 조금은 떨어진 7~8% 선에서 마무리됐지만 글로벌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홍콩 등 동아시아권과 태국 등 동남아권에서는 계속 넷플릭스를 통해 인기를 얻고 있으며, 남미에서도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작인 ‘도깨비’나 ‘미스터 션샤인’의 후광을 업은 부분도 있지만 그의 세계관이 더욱 더 심화된 것은 주목할 만한 점이었다.

'킹덤 시즌2', 사진제공=넷플릭스

이들 3김은 확고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 작가라는 점에서도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세계관’은 2020년 문화 콘텐츠가 갖는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rights·IP)의 핵심으로 꼽힌다. 방탄소년단처럼 가수들도 하나의 독립된 세계관 속에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이 요즘엔 필수다. 세계관은 말 그대로 하나의 콘텐츠 정체성을 규정하며 다양한 산업적 파급력을 담보할 수 있는 요소다.

3김의 세계관을 축약하자면 김순옥 작가는 ‘파국의 판타지’, 김은희 작가는 ‘미스터리 판타지’, 김은숙 작가는 ‘로맨스 판타지’다. 김순옥 작가는 드라마를 통해 일관적으로 일그러진 태생과 욕망으로 잉태된 파국의 상황을 총천연색으로 펼쳐낸다. 반면 김은희 작가는 장르물을 기반으로 한 미스터리극으로 그 밑에는 진실과 정의에 대한 묵직한 물음을 숨겨놓는다. 김은숙 작가는 전체적으로 발랄한 톤을 갖고, 신분에 대한 욕망과 그 무게감을 다양한 로맨스를 통해 펼쳐놓고 있다. 

그 안에서도 판타지는 핵심이다. 셋 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을 자기색깔로 들여와 판을 펼친다. 시청자들은 현실에서는 맛볼 수 없는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을 이들의 작품에서 체험한다. 현실을 벗어나야 비로소 현실을 볼 수 있는 객관화의 기회도 제공한다. 드라마에서의 판타지는 현실에서 너무 벗어나면 안 되는, 반 발짝 정도의 거리가 필요한데 이들은 그동안의 작품으로 그 거리를 절묘하게 지키고 있다. 

'더 킹:영원의 군주', 사진제공=SBS

‘드라마작가 3김시대’는 그런 의미에서 지금 유효하다. 코로나19로 집을 벗어날 수 없는 시간, 서로에게 다가갈 수 없는 단절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답답하고 팍팍한 현실은 항상 어딘가로의 탈출구를 필요로 한다. 이들은 드라마라는 도구를 통해 시청자들을 쉴 새 없이 색다른 판타지로 실어 나른다. 드라마를 시작하던 때, 너무나 분명한 색깔 때문에 이들의 작품은 평단의 호불호를 부르기도 했으나 최근의 결과로 이들은 지금 시대 스스로 가장 적합한 이야기꾼임을 증명하고 있다.

김순옥 작가는 ‘펜트하우스’의 시즌 2, 시즌 3를 기획 중이다. 김은희 작가는 내년 초 tvN ‘지리산’의 방송을 앞두고 있고, 김은숙 작가 역시 ‘더 킹’의 상대적으로 낮은 성적에 차기작을 절치부심하고 있다. 다가올 2020년대, 우리는 이 세 명의 이야기꾼에게 어떤 식으로 현혹되고 매혹될 것인가. 아직 드라마가 할 일이 남아있음은 이들을 통해 예감할 수 있다.

신윤재(칼럼니스트)




목록

SPECIAL

image 펜트하우스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