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씨 겨울에 들을 K-캐럴 찾아주세요!

2020.12.23
사진출처=MBC '놀면 뭐하니' 방송 캡처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시름하는 요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온전히 느끼기는 쉽지 않다. 이 시기가 되면 길거리에 넘실대던 형형색색 불빛도 찾아보기 힘들고, 구세군의 자선냄비도 유난히 가벼워 보인다. 

하지만 불현듯 귓전에 울리는 캐럴은 어느덧 대중을 크리스마스 한복판으로 데려간다. 노래의 힘이다. 익숙한 캐럴 한 소절은 숱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다. 매서운 한파와 코로나19로 인한 공포로 마음 안팎이 추운 요즘을 견디게 만드는 한 줌의 온기다.

#머라이어 캐리 없으면 크리스마스도 없다?

음원사이트 지니뮤직이 최근 발표한 12월 크리스마스 차트(1∼21일)에 따르면 팝가수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는 4년 연속 캐럴 여왕의 자리를 지켰다. 26년 전 발표한 이 노래가 최근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도 재차 1위에 오를 정도니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다. 머라이어 캐리는 올해 신곡인 ‘오 산타!’(Oh Santa!, 3위)와 경쾌한 ‘산타클로스 이즈 커밍 투 타운’(Santa Claus Is Comin‘ to Town, 7위), ‘크리스마스(베이비 플리즈 컴 홈)’(Christmas (Baby Please Come Home), 10위)로 지니뮤직 톱10에서 무려 네 자리를 차지했다. 

4위는 아카펠라 그룹 스트레이트 노 체이서(Straight No Chaser)의 ‘텍스트 미 메리 크리스마스(Text Me Merry Christmas)’가 차지했고, 5, 6위에는 각각 존 레전드(John Legend)가 부른 ‘브링 미 러브’(Bring Me Love),싱어송라이터 알레시아 카라(Alessia Cara)의 매력적인 보이스가 돋보이는 ‘메이크 잇 투 크리스머스’(Make It To Christmas)가 랭크됐다. 

이외에도 8위는 루카스 그레이엄(Lukas Graham)의 ‘히어 포 크리스마스’(HERE For Christmas)가 올랐고, 9위는 미국 컨트리팝 듀오 댄 앤 셰이(Dan+ Shay)의 신곡 ‘테이크 미 홈 포 크리스마스’(Take Me Home For Christmas)였다.
 국내 노래 중에는 성시경·박효신·이석훈·서인국·빅스가 함께 부른 ‘크리스마스니까’가 2위를 차지해 자존심을 지켰다. K-팝의 열기 속에서도 캐럴 부문만은 여전히 팝이 대세인 셈이다.

 
사진출처= 머라이어 캐리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 뮤직비디오 캡처

#한국과 외국의 캐럴 선호도는 다르다?

지니뮤직의 2017∼2019년 조사를 살펴보면 크리스마스 시즌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캐럴은 역시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였다. 올해까지 내리 1위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니까’역시 4년 연속 2위를 지켰다. 올해의 경우 아리아나 그란데의 ‘산타 텔 미(Santa Tell Me)’, 아이유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등 차트에 진입했다. 정통 캐럴 보다는 유명 가수들이 비교적 최근 발표한 겨울송이 캐럴로 더 각광을 받는 셈이다.

반면 해외의 경우 정통 캐럴의 인기가 여전하다. 브렌다 리의 ‘록킹 어라운드 더 크리스마스 트리(Rockin’ Around The Christmas Tree)’, 보비 헬름스의 ‘징글벨 록(Jingle Bell Rock)’ 캐럴의 고전에 속하는 곡들이 빌보드 톱10을 장식했다. 톱50으로 범위를 넓히면, 앤디 윌리엄스의 ‘잇츠 더 모스트 원더풀 타임 오브 디 이어(It’s The Most Wonderful Time of The Year)’(12위), 호세 펠리치아노의 ‘펠리즈 나비다드(Feliz Navidad)’ 등 역시 크리스마스의 단골 손님들이 신곡들을 압도한다. 

이는 크리스마스를 대하는 한국과 외국의 태도에 기인한다. 한국에서 크리스마스는 특정 종교의 행사이자 휴일의 개념이 강하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보름 이상 장기 휴가를 가지며 새해맞이를 준비한다. 우리의 명절 개념에 가깝다. 한국에서 설이나 추석과 같은 고유의 명절이 되면 한복을 입고 전통 놀이를 즐기듯, 외국의 크리스마스는 그들의 오랜 전통을 되새기는 연례 행사다. 그렇다 보니 캐럴이 더 많이 울려 퍼지고, 정통적 의미의 캐럴을 더 많이 선택하는 것이다.

사진출처=MBC '놀면 뭐하니' 방송 캡처
 
#한국을 대표하는 ‘겨울 송’은?

최근 몇 년 사이 ‘캐럴의 실종’이라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쏟아졌다. 더 이상 캐럴이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기사는 2015년 이후 많이 발견된다. 저작권 문제로 백화점이나 마트를 비롯해 공공 장소에서 캐럴을 틀 때 과금이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어느 정도 사실에 기인하지만 과도하게 부풀려지며 사업자들이 캐럴을 트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음악 저작권 단체들에서 "캐럴을 틀어도 된다"는 내용을 담은 홍보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항간에는 "왜 우리는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 같은 캐럴이 없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K-팝이 전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지만 정작 캐럴 부문에서는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외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94년 발표한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가 매해 이맘 때가 되면 빌보드 정상을 지킨다.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가 워낙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는 의미다. 2014년 이후 매년 벚꽃이 될 때면 ‘봄 캐럴’이라 불리는 ‘벚꽃엔딩’이 음원 순위 상단을 차지한 후 이를 넘기 위한 다양한 봄 노래들이 쏟아졌지만 ‘벚꽃엔딩’의 아성을 넘지 못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우리에게도 겨울과 크리스마스 감성을 물씬 느끼게 하는 노래가 꽤 있다. 김현철의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은 고전 급이고, 터보의 ‘스키장에서’, 박효신의 ‘눈의 꽃’, 핑클의 ‘W.H.I.T.E’, 미스터투의 ‘하얀 겨울’ 등은 옷깃을 저미게 만든다. 얼마 전부터는 "창 밖을 봐∼ 눈이 와∼’라는 가사로 유명한 지누의 ‘엉뚱한 상상’이 라디오에서 울려퍼지고 있다. 

게다가 MBC '놀면 뭐하니'는 새로운 프로젝트로 '겨울노래 구출작전'을 시작했다. '우리식 캐럴송'의 탄생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의미다.  내년 이맘 때는 머라이어 캐리가 아니라 한글 캐럴을 음원순위 1위 자리에서 보게 될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기억하는, 우리를 추억에 빠지게 만드는 캐럴은 항상 곁에 있었다. 다만 이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돼 있느냐가 관건이다. 코로나19와 함께 하는 올해 크리스마스에 캐럴이 더 애잔하게 들리는 이유다.

윤준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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