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몰아보기

'스위트홈',원작과 높은 기대치를 지워야 재미있는

2020.12.22
사진제공=넷플릭스

웹툰 ‘스위트홈’(글 김칸비, 그림 황영찬)의 주인공 차현수는 어느 날 휴대전화 캘린더에 ‘자살’이라는 계획을 새겨 넣는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며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다 부모와 여동생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홀로 ‘그린 홈’이라는 낡은 오피스텔에 누워 있는 현수에겐 하루하루가 무의미했다. 굳이 오늘이 아닌 앞으로의 날짜를 D-DAY로 삼은 건 자신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마리아는 하늘에서’ 극장판 시사회에 당첨됐기 때문이다. 괴롭기만 했던 현실 속에 몇 안 됐던 즐거움을 기다리는 나날, 하지만 하늘은 그간의 고통이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는 듯 엄청난 재앙을 선물한다. 그리고 세상은 괴물들에게 장악됐다.

엄청난 인기를 누린 웹툰 ‘스위트 홈’의 독자들은 휴대전화 캘린더에 12월 18일을 D-DAY로 새겨 넣었다. 현수에게 ‘마리아는 하늘에서’가 있었다면, 그들에겐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 (극본 홍소리 김형민 박소정, 연출 이응복)이 있었다. ‘태양의 후예’ ‘미스터 선샤인’ 등 굵직한 히트작들을 연출했던 이응복 PD가 메가폰을 잡았고, 스튜디오 드래곤이 함께 했다. 더불어 넷플릭스가 지갑을 열었다. 회당 30억 원, 무려 3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됐다. 지금까지 한국 웹툰의 영상화에 이보다 좋은 조건은 없었다. 원작의 팬들은 당연히 환호했고, 현수와는 사뭇 다른 마음으로 D-DAY를 기다렸다. 

드라마 ‘스위트홈’ 은 여러모로 원작보다 대단한 작품을 만들고자 했던 욕망이 느껴진다. 넷플릭스 제공 작품인 만큼 시즌 2(현재 제작 미정)를 위해 결말을 열어놓거나 새로운 캐릭터로 세계관을 켰다. 또한 연출의 용이를 위해 폐쇄된 그린 홈을 오피스텔이 아닌 홍콩의 구룡성채처럼 그려낸 것 역시 글로벌 플랫폼을 감안할 때 매력적인 요소다. 나아가 극 전반부와 후반부를 구성하는 오리지널 스토리는 원작의 후속 이야기 같은 느낌까지 부여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세세한 설정의 변주나 삭제는 영상화를 위한 각색으로 받아들일 일이다. 예를 들어 현수(송강)와 은혁(이도현)이 같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덕후였다는 점이나, 지수(박규영)가 만화 속 주인공을 닮아 있어 두 사람이 호감을 느끼는 지점 등 잔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과감하게 드러냈다. 드라마로 처음 ‘스위트홈’을 접한 시청자에겐 고교생의 어린 느낌이 존재했던 은혁 대신 냉철하고 지적인 이은혁을 마주하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원작과의 차별점이자 새로운 매력 포인트이며, 드라마 감상 이후 원작 정주행으로 이어지는 파고들기의 묘미를 선사하는 지점이다.

하지만 기본 골자의 훼손은 심각한 문제다. ‘스위트홈’에 있어 ‘욕망’이란 매우 중요한 요소다. 허나 드라마는 이를 무시한다. 누구에게나 있을 욕망에 탐닉하고 집착하고 잠식됐을 때 인간은 괴물로 변이한다. 괴물은 살인을 하고 식인을 하지만 사실 그 안에 들어있을 본체는 자신의 욕망을 구현한 환영을 보고 있다. 욕망의 모습은 발현된 괴물의 모양새보다 다양하다. 누군가에겐 이미 죽은 가족과의 단란한 한때이며, 누군가에겐 장애와 콤플렉스의 극복이다. 

원작은 괴물의 환영 또는 신음 속 대사를 통해 캐릭터의 전사와 설정을 소개한다. 하여 잔혹한 괴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등장인물처럼 연민이 느껴진다. 여기에 ‘그들도 인간이었다’라는 전재가 올라갈 때 괴물화가 진행 중인 현수의 딜레마가 극대화된다. 하지만 드라마 속 괴물은 그저 피를 튀기는 액션과 관객 놀라게 하기에 급급할 따름이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욕망이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놓아버린 채 전사 요소만 집요하게 취하는 것도 아이러니다. ‘스위트홈’의 중반부는 캐릭터들의 과거 회상으로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스릴과 공포에 집중하고 사건 전개로 바쁘게 흘러가야 할 타이밍을 놓치다 보니 서사가 늘어진다. 심지어 원작보다 소개하는 캐릭터도 많아졌다. 물론 조연 혹은 엑스트라로 스쳐 지나간 인물들이 설정을 부여받는 건 즐거울 일이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신파나 자극적인 요소, 뻔한 이야기들로 채워지는 건 속상할 일이다. 결국 그간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 등에 장기를 보인 이응복 감독과 스릴러 장르의 부조화가 만든 부산물이다. 첫 장르물 도전이었던 이응복 감독은 자신의 이름값과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과물을 내보인다. 

소방관 서이경(이시영)과 아동 연쇄살인마 최윤재(고건한) 등 새로운 캐릭터의 활용법도 아쉽다. 서이경에게 부여된 액션, 임신이라는 설정은 우리가 재난물에서 흔히 봐왔던 부분이다. 힘과 여성이라는 지분을 새 캐릭터가 가져가다 보니 기존의 주인공급인 편상욱(이진욱)과 윤지수의 분량이 줄어들었다. 최윤재의 경우 인간의 그릇된 욕망을 표현하기 딱 좋은 빌런이었으나 스릴의 변죽만 올리다가 사그러든다.

더불어 가장 큰 문제는 음악이다. 음악은 소설이나 만화 등 기존 미디어가 가지지 못한 요소다. 영상화에 있어 명절 보너스 같은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스위트홈’에겐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됐다. 공포와 스릴이 가득할 순간에 힙합의 스웨그가 뿜어져 나오고, 폐쇄된 공간에서 고교생이 창 한 자루 가지고 처절하게 돌진할 때 이매진 드래곤스의 ‘워리어스’가 웅장하게 울려 퍼진다. 롤드컵의 주제곡이자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많이 사용된 곡이라 웃음부터 튀어나온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원작을 보지 않고 기대치가 높지 않다면 장르물로서는 즐길 요소가 분명히 있는 ‘스위트홈’이다. 눈에 익숙한 화면 연출과 뻔한 설정들이 있지만 이 또한 아포칼립스 재난물이 가져야 할 기본 미덕이라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 크리처라는 요소를 CG로 훌륭히 구현하며 특별함을 더했다. 사실 제작 발표 때부터 가장 염려됐던 숙제였는데 수준급으로  형상화해냈다. 가장 팬이 많은 머리가 잘려 앞이 보이지 않는 연근 괴물부터 만년 2위 육상선수의 욕망인 스플린터 괴물, 헬스 마니아 단백질 괴물 등 책 속의 괴물들이 3D의 모습으로 ‘그린 홈’을 걸어 다닐 때 ‘스위트홈’ 영상화의 의미를 50%는 이뤄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어쨌든 ‘스위트홈 시즌 1’은 오리지널 스토리와 함께 열린 결말로 막을 내렸다. 만약 ‘시즌 2’가 제작된다면 이는 웹툰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하여 넷플릭스의 ‘스위트홈’은 리메이크가 아닌 리부트로 명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오롯한 영상화를 원했던 팬들은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조금은 허무하게 끝났던 웹툰의 결말에 후속을 기대했던 사람도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스위트홈’은 자신의 역할을 웬만큼 해냈다고도 볼 수 있다. “세상 가장 진한 어둠도 가장 흐린 빛에 사라진다”는 원작의 대사는 시즌2를 예고하는 드라마의 결말과 맞닿아 있는지도 모른다. 부디 흐린 빛으로 찾아온 ‘스위트홈’이 ‘시즌2’에선 밝은 빛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권구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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