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데이트

'원더우먼 1984’ 가슴을 뻥 뚫어줄 비비드 컬러 슈퍼 히어로!

2020.12.18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미래로 오신 걸 환영합니다.

23일 개봉하는 ‘원더 우먼 1984’는 새로운 시대와 함께 뉴스 출연자의 말을 빌려 환영인사를 전한다. 약 40여 년 전의 과거로 돌아간 관객들에겐 어리둥절할 인사, 하지만 1편 이후 66년 후를 맞이한 다이애나 프린스(갤 가돗) 그리고 스티브 트래버(크리스 파인)에 대한 환영이자, 원더 우먼 시리즈 나아가 DCEU(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의 미래를 엿볼 관객을 향한 자신과 확신이 담겨 있다. 

‘원더 우먼’에게 1984년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해다. 1980년대는 ‘원더 우먼’이라는 여성 히어로의 전성기였다. 엄청난 인기를 누렸고 시대와 젠더의 아이콘이 됐다. 아직까지도 우리는 힘과 영향력이 있는 넘사벽의 여성들을 ‘원더 우먼’이라 칭한다. 즉, ‘원더 우먼’ 시리즈라면 꼭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시대적 포인트가 바로 1980년대인 셈이다.

워너브러더스 DCEU 특유의 음울함과 전쟁을 배경으로 잿빛 색채로 가득했던 ‘원더 우먼’은 1984년과 함께 강렬한 팝 아트 풍 비비드 컬러로 옷을 갈아입었다. 더 이상 이제 막 데미스키라에서 나와 인간 세상에 물음표를 띄우던 시골 소녀와 같은 다이애나는 없다. 어느덧 인간사에 완벽히 녹아들어 화려한 커리어 우먼과 신비한 히어로 사이를 오가는 원더 우먼만 있을 따름이다.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이와 대구를 이루는 건 1984년에 소환된 스티브 트래버다. 긴 시간을 뛰어넘은 만큼 모든 것이 신기한 소년 같은 모습으로 전작의 다이애나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선물한다. 눈물이 핑 도는 두 사람의 재회 장면이 시작된 순간부터 전편에서 너무나도 짤막했던 두 사람의 로맨스에 대한 아쉬움을 보상하기 시작한다.

우주 항공 박물관 데이트는 파일럿이었던 스티브의 미래에 대한 동경과 과거의 클래식 음악이 맞물려 남다른 판타지를 선사한다. 또한 전작 결말부에 스티브가 홀로 비행기를 몰고 나가 구름을 주황색 독가스로 번뜩였다면, 이번엔 화려한 무지갯빛 불꽃놀이가 구름 속을 물들인다. 원더 우먼 고유의 아이템인 투명 제트기의 구현과 함께 두 사람의 로맨스를 아름답게 수놓는 이 신은 영화 최고의 명장면이다.

설레는 핑크와 강렬한 레드의 로맨스를 넘어서면 블링블링한 골든 액션이 펼쳐진다. 트레이드 마크인 진실의 올가미는 더욱 강력해졌다. ‘태양의 서커스’를 참고했다는 올가미의 스윙 액션은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나아가 이번 작품에서 새로이 등장한 아르테미스의 황금 갑옷도 화려함을 넘어선 강력함을 보여준다. 그 누구도 뚫을 수 없다는 설정과 반대로 관객들의 마음을 관통한다.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눈의 호사라면 오프닝도 빼놓을 수 없다. 데미스키라에서 열리는 아마존 철인 경기를 그려낸 이 시퀀스는 싱그러운 녹색과 시원한 파랑, 그리고 어린 다이애나(릴리 애스펠)와 242명의 여성 배우들이 펼쳐내는 다이내믹한 액션으로 장관을 이룬다. 1편보다 조금 더 성장한 모습으로 등장한 릴리 애스펠은 “언젠가 너는 영웅이 될 거야”라는 히폴리타(코니 닐슨)의 말처럼 배우로서 성장할 모습을 더욱 기대케 한다.

섬세한 감정의 표현도 눈여겨볼 만한 요소다. 전작의 다이애나는 허망하게 떠나보낸 스티브에 대한 슬픔을 되삼킬 겨를이 없었다면 다시 한번 이별을 겪는 다이애나는 눈물 겨운 멜로의 블루를 제대로 표현한다. 액션을 넘어 감정 연기까지 훌륭히 소화한 갤 가돗의 열연이 돋보인다. 

나아가 빌런에 대한 묘사도 심화됐다. 다이애나를 소개하느라 먼지 같은 비중을 보여줬던 전작의 아레스(데이빗 듈리스)와 달리 치타(크리스틴 위그)와 맥스 로드(페드로 파스칼)는 그들이 어두운 악에 물드는 지점부터 결말까지 제대로 그려낸다. 이제까지 코믹한 이미지가 강했던 크리스틴 위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액션까지 가능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페드로 파스칼 역시 코믹부터 진중함까지 커버하는 원작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옮겨왔다.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메시지도 확고히 했다. 특히 1984년은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는 시대다. 상업주의의 정점에서 “다 가져라!”라고 외치는 선전 문구는 영화 속 빌런의 시발점인 ‘황수정’과 맞물린다. 인간은 누구나 바람이 있다. 선악의 개념 속에 ‘소망’과 ‘욕망’으로 나뉠 뿐, ‘소원’이라는 멋들어진 이름으로 포장되지만 거기엔 노력과 자격, 그리고 대가가 따른다. 결국 준비되지 않은 이의 왜곡된 바람이 이 세상에 실현됐을 때 현실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인류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존재다. 현 시대 SNS에 만연한 거짓된 허영의 과시는 오프닝에서 강조하는 진실, 그리고 영웅이 될 자격과 대조된다. 나아가 영화 속 이집트를 배경으로 생성되는 인종을 나누는 거대한 장벽은 미국과 멕시코를 나누는 국경에 대한 풍자이자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과 편견에 대한 은유다.

여러모로 ‘원더 우먼 1984’는 DC 유니버스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단단한 기반을 구축했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비해 부족하던 지점을 고치고자 한 흔적이 여럿 보인다. 무엇보다 영화적 재미에 충실하다. 블록버스터의 볼거리를 넘어 액션, 유머, 사랑, 감성 등 다양한 매력을 담았다. 더불어 1편과 2편의 유기적인 결합으로 시리즈가 가져야 할 미덕을 갖췄다. 나아가 원작 팬들이라면 알아볼 수 있을 다양한 이스터 에그도 탑재했다. “트릴로지로 만들고 싶다”는 젠킨스 감독의 말은 괜한 바람은 아닌 듯하다. 무엇보다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 ‘다크 나이트’ 등 워너브러더스의 트릴로지 중엔 명작이 많았다. 과연 ‘원더 우먼 1984’는 자신의 소원을 이룰 준비가 돼있는지, 이제 관객의 심사를 받을 시간이 됐다.

덧붙여 쿠키 영상은 하나다. 올드팬이라면 향수를 자극할  TV 시리즈의 '원조' 원더우먼 린다 카터가 등장하니 꼭 챙겨 보길 바란다.

권구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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