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다시 찾아온 라디오 데이즈

2020.12.11
사진출처=방송캡처

10일 오전 8시. 난데없이 가수 정승환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로 올라왔다. 뭘까? 팬들은 덜컥 겁이 난다. 통상 이런 이른 시간에 특정 연예인의 이름이 검색어로 올라올 때는 ‘사건·사고’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행히 별일 아니었다. 그가 이날 방송된 SBS 파워FM ‘김영철의 파워FM’에 생방송 출연하면서 그의 이름 검색량이 늘어난 것이었다. 

기억을 되짚어보니, 9일 점심 때는 배우 한지민의 이름이 검색어 상단을 장식했다. 그는 이 날 MBC FM4U ‘김신영의 정오의 희망곡’에 참여했다. 10일 개봉된 영화 ‘조제’를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 영국 밴드 버글스는 틀렸다. 그들은 지난 1979년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 (Video killed the radio star)’를 발표했다. TV 중심으로 방송 환경이 재편되며 라디오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었다. 하지만 라디오는 여전히 건재하다. 오히려 TV를 외면하는 스마트폰 시대에 라디오는 그 영향력을 공고히 다지는 모양새다.

#‘보이는 라디오’를 아시나요?

드라마나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주연 배우들은 홍보 활동에 나선다. 통상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해 화제를 모으며 그들이 출연한 신작이 곧 공개된다는 사실을 넌지시 알린다. (개봉이 연기되긴 했지만)최근 배우 공유가 영화 ‘서복’의 개봉을 앞두고 tvN 예능 ‘유 퀴즈 온더 블럭’에 출연했고, SBS ‘펜트하우스’의 편성 시기에 맞춰 이지아·김소연·유진 등이 자사 간판 예능 ‘런닝맨’에 참여하는 식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스타들의 라디오 나들이가 부쩍 늘었다. 한지민은 9일 ‘정오의 희망곡’에 등장한 데 이어 10일에는 한지민과 남주혁이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에 동반 참여했다. 당연히 그들의 이름은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단에 올라갔고,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사진출처=방송캡처


왜 다시 라디오일까? 여타 예능 프로그램이 녹화 후 편집 과정을 거치는 반면 라디오는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이 매력을 십분 발휘하는 것이 포인트다. 

순서를 짚어보자. 생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그들의 이름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란을 장악한다. 각 인터넷 매체들은 이슈를 좇기 때문에 실시간 검색어가 포함된 기사를 작성한다. 그러면 ‘정오의 희망곡’을 진행하는 방송인 김신영은 생방송 도중 관련 기사를 검색해 "OOO 매체 OOO 기자님께서 기사를 써주셨습니다"라고 감사를 표하며 해당 기사를 읽는다. 이러한 흐름 자체를 라디오 프로그램 속 콘텐츠로 녹이는 기민한 대처다.

장기간 TV가 라디오를 압도했던 이유는 ‘보는 만족’이 컸기 때문이다. 귀로 듣는 것보다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라디오는 이런 맹점을 ‘보이는 라디오’로 메웠다. 라디오 생방송이 진행되는 과정을 눈으로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10일 ‘컬투쇼’에서는 한지민과 남주혁이 쿨의 ‘아로하’를 함께 부르는 모습이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 생생히 전달됐다. 이는 스마트폰을 통해 곧바로 온라인 접속이 가능한 세대들에게 상당히 큰 매력이었다.

서울 상암 MBC 앞에는 라디오 오픈 스튜디오가 있다. 그곳을 찾는 누구나 스튜디오 안에서 생방송이 진행되는 과정을 일일이 볼 수 있다. 유명 아이돌 가수가 DJ를 맡고 있거나, 팬덤이 강한 연예인이 출연할 때면 오픈 스튜디오 앞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녹화 과정이 철저히 비공개된 TV 예능보다 더 만족도가 큰 서비스인 셈이다.

사진출처=방송캡처

#라디오, 코로나19 시대를 정면 돌파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방송가의 풍속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방송가뿐만 아니라 이를 협찬하는 기업들의 사세도 줄어들며 된서리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서 스타들이 상대적으로 라디오를 더 찾고, 라디오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안전’이다. TV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출연진과 그들의 소속사 관계자, 스태프까지 포함하면 최소 50명이 한자리에 모여야 녹화가 진행된다. 얼굴을 노출해야 하는 방송의 특성상 녹화가 시작되면 코로나19 시대의 필수품인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 이로 인한 출연진들의 부담과 두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라디오 생방송은 최소의 인원으로 진행된다. 라디오 부스 안에 DJ와 담당 PD, 게스트 정도만 들어간다. 부스 밖에도 작가 몇 명만 앉는다. MBC 라디오본부 관계자는 "생방송이 시작되기 전 안전 수칙에 따라 모든 참여 인원들의 발열 체크 및 자가 진단 등을 실시한다. 부스 밖 작가들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DJ들도 마스크를 쓴 채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며 "총 참여 인원이 5명 안팎이기 때문에 대규모 인원이 함께 움직이는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출연진이 느끼는 부담감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사진출처=방송캡처

부득이한 상황이 생겨도 프로그램이 결방되는 일도 드물다. 12월 초 트로트 가수 이찬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그와 함께 녹화를 진행했던 임영웅·영탁·장민호 등도 2주 간의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이로 인해 그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결방이 불가피해졌다.

반면 이찬원과 동선이 겹쳐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방송인 박명수가 자가격리 기간을 갖는 동안 KBS Cool FM ‘박명수의 라디오쇼’를 진행할 수 없게 됐지만, 이 프로그램은 방송인 하하, 김태진 등이 스페셜 DJ로 나서며 공백 없이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뜻하지 않은 악재도 비교적 슬기롭게 극복해갈 수 있도록 채널 안정성이 높다는 의미다.

라디오는 생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출연 시간이 짧다는 것도 스타들에게는 반가운 요소다. 1시간 분량 TV 예능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족히 반나절이 걸린다. 미용실에 들러 헤어·메이크업을 받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하루를 통으로 써야 한다. 반면 라디오 출연은 길어야 1시간 정도다.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 모습이 노출된다고 하지만, TV에 비해 화질이 확연히 낮기 때문에 보다 편안한 복장과 가벼운 메이크업 정도만 받기 때문에 굳이 미용실에 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결국 대면 접촉이 많은 것을 꺼리는 코로나19 세상 속에서 라디오는 여러모로 보다 안전한 편이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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