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 중인 '꼬꼬무' '유퀴즈'가 증명하는 대화의 힘!

2020.12.01

사진출처=SBS '꼬꼬무' 방송 캡처

최근 시간을 순삭시킨다는 평을 듣는 프로그램 둘이 있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와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이다. ‘꼬꼬무’는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장항준 장도연 장성규 등 스토리텔러들이 지인을 앞에 두고 이야기로 들려주는 형식의 교양 프로그램이다. ‘유퀴즈’는 유재석과 조세호가 매주 테마에 맞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인터뷰 예능이다.


‘꼬꼬무’는 1992년 휴거, 무등산 타잔 박흥숙, 지존파, 김대중 납치, 오대양 집단 자살 등 현대사에 굵직한 사건들을 다뤄왔다. ‘유퀴즈’는 ‘어떻게 살 것인가’ 같은 관념적인 주제도 다루지만 소방관, 국과수, 공무원 특집 등 직업 관련이나, 금손 특집처럼 공통된 특징으로 묶을 수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꼬꼬무’는 2%대에서 시작한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이 9회 4%를 넘기는 등 8회로 예정된 방송분이 좋은 반응을 얻어 2회 연장 방송한 후 지난달 26일 10회로 종영했다. 동시간대 2049 시청률에서 최고를 차지하는 등 교양 프로그램으로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끝에 시즌 2를 확정 예고하며 훈훈한 시즌 종영을 맞이했다.


‘유퀴즈’도 상반기 2%대 머물던 시청률이 점차 상승해 3~4%를 오가다가 25일에는 4.9%로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돌아다니면서 일반인들을 만나 대화하던 지난 시즌 포맷을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여파로 지정된 실내에서 테마에 따른 초대 손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형식으로 변경해 진행 중이다.


두 프로그램의 매력은 흥미로운 요소가 풍부한 사건(‘꼬꼬무’)과 인터뷰어(‘유퀴즈’)를 잘 선정하고, 풍성한 이야기 전개가 가능하게 하는 제작진의 남다른 취재와 자료 조사 노력에서 비롯된다. 두 프로그램 속 이야기들은 특히 꼼꼼한 디테일이 돋보이는데 이는 그물처럼 작용해 이야기를 따라가는 시청자들을 빠져나오기 힘들게 만든다.


이 디테일 덕분에 시청자들은 피상적으로 기억에 있던 과거의 사건(‘꼬꼬무’) 그리고 나와는 다른 직업(‘유퀴즈’)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가는 데서 느끼는 재미가 크다. ‘꼬꼬무’와 ‘유퀴즈’는 여기에 이야기의 힘을 높이는 다양한 기술을 잘 구사하고 있다.


사진출처=tvN '유퀴즈' 방송 캡처


‘꼬꼬무’의 스토리텔러들은 흥미로운 상황을 먼저 묘사하거나 서술만 해서 궁금증을 유도한 후 이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는 화술로 호기심을 유도한다. ‘꼬꼬무’와 ‘유퀴즈’는 모두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강렬한 전달 효과가 있는 반전 화법도 잘 사용한다.


‘유퀴즈’는 현실에서 겪은 극적 사건을 통해 출연자가 얻은 깨달음을 잘 이끌어낸다. 경험의 극적인 부분을 먼저 전달하고, 이어 여기서 얻은 깨달음도 빠트리지 않아 시청자들이 몰입하고 감동하기 쉽게 만든다. 이에 대해 유재석은 ‘소방관 특집’에서 ‘책에서 본 내용보다 현실 체험에서 나오는 명언은 분명 울림이 다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무엇보다도 이 두 프로그램의 진정한 강점은 논픽션 스토리가 가진 힘일지도 모른다. 사실의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이야기는 극적으로 창작된 어떤 작품보다도 극적이다. 검사를 꿈꾸던 청년이 4명의 살해범이 된 이유가 삶의 터전을 빼앗긴 자의 몸부림이라는 점을 알게 되는 ‘꼬꼬무’의 무등산 타잔 박흥숙 이야기처럼 현실의 비극은 어떤 창작품 이상으로 비탄스럽다.


’유퀴즈‘에서도 사실의 리얼리티가 가진 강력한 힘이 적극적인 공감을 부른다. 국과수 편에서 한 전문가가 ’이 일을 하면서 가족에게 잔소리가 많아졌다‘고 한 이유가 ’허망한 죽음을 많이 보다 보니 안전에 관한 잔소리를 많이 하게 된다‘는 설명은 잔소리라는 말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던 이라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꼬꼬무‘와 ’유퀴즈‘가 현실의 리얼리티로 얻은 흡인력을 극대화하는 것은 이야기를 대화체로 전달한다는 점이다. ’꼬꼬무‘는 스토리텔러들과 지인의 대화 형식을 기본 포맷으로 하고 있고 ’유퀴즈‘도 경직된 인터뷰 문답 구성이 아니라 인터뷰 대상이 되묻기도 하고 서로 돌발적인 잡담도 종종 나누는 대화적 구성인 경우가 적지 않다.


대화는 일방적인 스토리 전달 방식에 비해 몰입을 강하게 유도한다. 대화에는 문답법을 통한 호기심 고조가 용이하다. 동조나 반문 등이 추임새로 작용해 대화 내용 전개의 상승 작용을 돕는다.


친구들과 술자리의 이야기가 나중에 생각해보면 별거 아닌데 그 자리에서는 빠져들게 되고 흥미진진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 이런 이유일 것이다. 대화 형식은 사람과 사람이 직접 교류하는 데서 오는 아날로그의 따뜻함도 더해 상대의 이야기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들기도 한다.


’꼬꼬무‘와 ’유퀴즈‘가 주목받는 것은 수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사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채워주는 콘텐츠들의 부족함을 의미하지는 않는지, 대화처럼 상호 작용이 활발한 방식의 소통에 대한 대중들의 욕구는 충족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최영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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