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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만이 꺼낼 수 있는 말 "‘이효리 비켜!"

2020.11.17

사진제공= MBC

가수 이효리의 '환불원정대' 활동이 마무리됐다.


지난 봄 MBC ‘놀면 뭐하니’의 '싹쓰리 프로젝트'로 오랜만에 장기 활동에 들어가 '환불원정대'까지 연이어 성공시킨 후 14일 방송을 끝으로 화려한 퇴장을 했다. 이효리는 앞서 환불원정대 마지막 녹화 후 핑클 갤러리에 올린 영상을 통해 ‘5년 후에 또 인사드리겠다’는 말을 애매하게 남겨 복귀 시기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연말 시상식이나 특별 무대 같은 경우는 스페셜 컴백이 있을 수 있어도 이번처럼 장기간 활동하는 경우는 5년 정도 지나고 또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효리는 2010년대 이후에는 4, 5년 주기로 돌아와 이번처럼 예능판을 뜨겁게 달궜다.


2013년과 2017년은 각각 정규 5집과 6집 솔로 가수 음반 발표에 맞춰 방송 활동을 했다. 5집 활동 후 이상순과 결혼을 했고 이후에는 2014년 ‘매직아이’처럼 MC로 지속적인 방송 활동을 한 경우는 한 차례 있다.


사진제공=MBC


하지만 ‘효리네 민박’ ‘캠핑클럽’처럼 제주도 거주 자연인 모드를 유지하면서 단발적인 시리즈 출연을 했던 사례를 빼면 대대적인 활동은 가수 혹은 엔터테이너로 4, 5년마다 반복해 왔다. 이 장기 활동 시기에는 예능 출연을 통해 많은 말들이 이슈가 되고 출연 프로그램 시청률이 상승하는 슈퍼스타로서의 영향력을 입증해 왔다.


결혼 후 섹시 스타로서의 어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지만 이효리가 일으키는 파장은 변함없다. 장기 활동 뒤에는 방송 매체 밖으로 쿨하게 퇴장한 후 은둔에 들어가고 한참을 지나 다시 등장하는 패턴을 반복해 왔는데 가수 활동은 모두 대성공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엔터테이너로는 늘 컴백마다 연예계를 압도하는 면모를 보여줬다.


‘놀면 뭐하니’는 지난해 첫발을 내디딘 후 올해 2월 처음으로 시청률 10%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후 좀처럼 10%를 넘어서지 못했고 '싹쓰리 프로젝트'에 들어서서 몇 차례 다시 10%를 돌파했다. 그러다 '환불원정대'를 시작한 8월22일 11%를 기록한 이후 단 한 번도 시청률이 단 자리수로 떨어지지 않고 최고 시청률 13.3%를 기록하는 등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결국 '싹쓰리'에서 시작된 상승 기류가 '환불원정대'로 들어서면서 확실히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 상승세는 이효리의 합류, 활약과 맞물려 있다. 물론 MC 유재석과 싹쓰리의 비, 환불원정대의 엄정화 제시 화사, 그리고 김태호 PD와 제작진 등 여럿의 힘이 합쳐진 결과겠지만 이를 핵심에서 이끈 이효리의 영향력은 평가에서 뒷전으로 다루기 힘들어 보인다.


사진제공=MBC


한때 ‘이효리 비켜’라는 기사 제목이 유행했다. 여성 솔로 섹시 스타를 지향하는 수많은 여가수들에게 언젠가부터 이효리는 넘어야 할 유일한 목표로 굳건히 자리했다. 그러다 보니 ‘이효리 비켜’가 과하게 남용돼 밈처럼 쓰이고 희화화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결국 이효리를 비키게 한 후배는 아직까지 없다.


섹시 여가수만이 아니라 엔터테이너로서도 그렇다. 이번 ‘놀면 뭐하니’의 싹쓰리와 환불원정대 활동으로 이효리는 독보적 예능인이라는 사실을 더욱더 공고히 했다. 결국 이효리는 스스로 비켜야 비켜지는 존재임을 40대에 접어든 2020년에도 확인시켜 줬다. 이효리를 비키게 할 것은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는 스스로의 판단뿐이다.


입담과 발군의 예능감을 가진 예능인은 이효리 외에도 꽤 존재한다. 하지만 여기에 방송이 시작되면 공격적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밉지 않은 악당 노릇을 주도적으로 수행해 다른 출연자의 캐릭터도 명확히 잡히게 만드는 큰 그림까지 그려내는 예능 능력자는 이효리 외에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출연자가 있으면 제작진은 큰 틀만 잡아줘도 강도 높은 예능 콘텐츠가 원활히 생산되고 같이 등장하는 연예인들도 함께 살아나는 효과를 본다. '싹쓰리'와 '환불원정대'를 통해 침체기에 있다 확실히 살아난 비, 예능과 가수 활동을 부활시킨 엄정화 모두 이효리가 파트너가 아니었다면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사진제공=MBC


인과관계는 좀 더 분석이 필요하지만 이효리가 ‘놀면 뭐하니’로 활동을 재개한 이후 ‘식스센스’ ‘노는 언니’ ‘나는 살아있다’ 등 걸크러쉬 예능들이 늘어난 것도 직간접적으로 이효리의 활약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당당하고 시원시원하게 판을 주도하는 여성 캐릭터의 활약, 전통 여성상에 반하는 영역의 도전 등은 이효리가 이미 오래전부터 보여왔던 모습이었다. 수많은 제약을 매끄럽게 넘어서면서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예능 멘트와 행동들의 범위를 꾸준히 넓혀온 이효리를 빼고는 여성 예능을 논하기 쉽지 않다.


결혼도, 나이 들어 가는 것도, 긴 활동 공백도 이효리를 비키게 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효리는 언젠가부터 한국에서 여성 엔터테이너가 슈퍼스타로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척도 같은 존재가 돼 버렸다. 


5년 뒤면 40대 중반이지만 자신만만하게 컴백해 엔터업계를 뒤흔들고 또 스스로 비키는 모습을 변함없이 보여줄 듯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이효리의 이번 활동을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비슷하지 않을까.


최영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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