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녀석들', 연말 예능대상 받을 만한 힐링 맛집

2020.11.16

사진출처=방송캡처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보는 방송 프로그램이 무엇일까? 그러니까 시청률이 높은 프로가 아니고 가장 재방송을 많이 보는 프로! 시청률 집계표를 증거를 내밀 순 없지만, 아마도 '맛있는 녀석들'이 아닐까?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 TV를 켜면 늘 나오는 프로가 바로 Comedy TV의 ‘맛있는 녀석들’. 본방은 금요일 저녁 8시인데, 본방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재방은 무지무지 봤다. 실제로 ‘맛있는 녀석들’의 시청률은 1%를 잘 넘기지 못할 정도로 저조하다. 하지만 높은 시청률이 프로그램의 인기도를 보여주는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이 프로만큼은 그 법칙이 적용하지 않는 것 같다. ‘맛있는 녀석들’의 시청자들은 ‘보고 또 보고’한다. 그리고 본방보다는 거의 재방으로 본다. 또한 유튜브를 비롯한 다른 플랫폼에서 챙겨본다. 

 

잠 못 드는 밤에 꼭 보게되는 효자 프로가 바로 ‘맛있는 녀석들’이다. 밤에 잠이 못 든다는 건 낮에 스트레스가 많고 해결해야 할 복잡한 문제들로 머리가 꽉 차 있단 증거. 머리는 멍하고,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영화나 드라마의 대사들조차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을 때 ‘맛있는 녀석들’을 보면 정말 맘이 편안해진다.


사진출처=방송캡처

 

이 프로그램을 누가 기획하고 만들었는지 참 궁금하다. ‘맛있는 녀석들’을 칭찬해주고 싶은 것은 잘 만들어서가 아니다. 이토록 욕심을 부리지 않는 방송프로그램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재미있으려고 캐릭터를 내세워 이야기를 끌어내지도 않고, 매주 새로운 컨셉트를 보여줘야겠단 강박도 없다. 그저 먹는다. 끊임없이 먹고, 끝까지 먹는다. 대사도 많지 않다. 그저 눈 앞에 있는 먹는 것에 대한 대사들뿐인데, 아주 단순한 대사나 맛있단 감탄사뿐. 그게 다다. 그래서 좋다. 이 단순함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맛있는 녀석들’이 다른 예능 프로와 차별화 되는 특장점이다. 이따금 끼어드는 PD의 목소리도 뭘 요구하거나 시키거나 하지 않고 제안하는 쪽이다. 


김준현, 문세윤, 유민상, 김민경의 캐릭터의 조화도 아주 편안하다. 이 네 사람은 각자 따로 다른 프로그램에 나오면, 아주 아주 눈에 띄는 개그맨들은 아니다. 하지만 뚱뚱하다는 공통점 하나로 이 ‘맛있는 녀석들’에 뭉쳤을 땐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한다. 네 사람이 먹는 모습만 봐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넷 다 어쩜 그리 뭘 먹어도 맛나게 먹는지.....실제로 사람이 젤 예뻐 보이고 정이 갈 땐, 잘 때와 먹을 때다. 행복의 가장 기초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인 것 같다. '맛있는 녀석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기본만 열심히 해도 사람은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실제로 여러 톱스타들이 ’맛있는 녀석들‘을 즐겨 본다는 인터뷰를 많이 봤다. 일상의 무게가 큰 사람들에겐 단순한 게 약인 가보다.


사진출처=방송캡처

 

공중파 방송에서 만드는 예능들은 어김없이 시청률에 대한 강박증이 보인다. 분당, 초당 시청률이 종이 한 장에 다 나오고, 그 몇초 몇분 0.1프로만 떨어져도 지옥으로 떨어진 것 같은 거대한 무능감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단 1초도 재미를 놓치면 안돼!!!!“ 하고 뒤로 옆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미친 듯이 1시간을 뛰어가는 달리기 선수들 같다. 단 1분 재미가 없어지면, 그걸 방송국 사람들은 늘어진다고 표현을 하는데, 그 1분 늘어져서 시청률이 1프로 떨어지면, 시청률을 다시 끌어올리기 전까진 마치 코로나를 퍼뜨린 원흉이라도 된 것같은 눈총을 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방송프로그램들이 다 그렇다. 시청자들이 방바닥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티비를 보며 웃을 때, 그 TV뒤의 만드는 사람들은 생사를 걸고 단 한번도 웃지 못한 채 울면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방송국에서 구성작가를 할 때 일주일에 거의 5일은 꼭 밤을 샜다. 5분에서 10분짜리 한 꼭지를 만들기 위해서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방송국 화장실에서 고양이 세수를 하며 책상에 엎드려 쪽잠을 잤다. 정말 가벼운 예능프로그램이었는데 말이다. 칸이나 아카데미 영화제 갈 작품도 아니고, 아주 가벼운 예능프로그램에 씻을 시간도 잠잘 시간도 없이 내 일상의 90프로를 갈아넣어야 한단 사실이 내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국내 최초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아야겠다 결심하고 방송국을 때려치고 시나리오 작가가 되었다. 한국을 무시하는 미국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고 날 무시하던 방송국놈들에게 한방 먹여주고 싶었다. 근데 고맙게도 봉준호 감독이 대신 받아줬으니 나는 다른 일로 국위선양을 하겠다.


사진출처=방송캡처

사람이 특별히 잘나거나 1등을 할 필요는 없다. 살아가려고 너무 애쓸 필요도 없다. 그냥 욕심을 버리고 놔두면 1등은 못해도 살아진다. 그렇게 살다보면 내 색깔과 페이스를 찾아 다시 궤도에 오른다. '맛있는 녀석들'이 딱 그런 프로그램이다. 잘난 사람들도 나오지 않고, 특별히 잘 만들지도 못했지만, ’보고 또 보게‘만들고 새벽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힐링을 시켜주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선한 영향력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내가 보기에 연말 예능 대상감이지만, 상은 안 주는 게 좋을 것 같다. 상을 받으면 더 잘 만들 욕심이 생겨 분명 뭔가를 바꿀 것이다.혹시나 더 재밌게 만들려고 개편을 한다거나 조금이라도 바꾸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 때나 틀어도 그냥 넷이서 지금 모습 그대로 계속 먹기만 해주시길.


고윤희(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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