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제훈, 배우로서 성장사는 여전히 진행형

'도굴'서 오락영화에 도전해 아찔한 변신 성공

2020.11.15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대중이 함께 나이 들어가며 배우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 1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영화 ‘도굴’(감독 박정배, 제작 ㈜싸이런픽쳐스)의 주인공 이제훈의 여전히 진행형인 성장사는 항상 아찔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무조건 열심히 역할을 파고들던 수줍은 소년이 이제 주위를 챙기며 연기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된 모습은 오랫동안 그를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던 사람들을 미소짓게 만든다.


영화 ‘도굴’은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가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 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며 짜릿한 판을 벌이는 범죄오락영화. 이제훈은 흙맛만 봐도 보물을 찾아내는 타고난 도굴꾼 강동구 역을 맡아 이제까지와 다른 능글맞고 허세 가득하면서도 귀엽고 섹시한 입체적인 캐릭터를 그려낸다. 개봉 직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제훈은 아직 동구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아주 많이 들떠 이었다.  영화 속에서 러브라인을 이루며 밀당을 나눈 윤실장(신혜선)을 대할 때처럼 여기저기 ‘끼’를 부리며 주위 텐션을 업시켰다. 진지함이 넘쳐나던 과거 이제훈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다소 당황스럽지만 기분 좋은 변화다.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도굴’을 무슨 변신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출연한 건 아니에요. 이제까지 진지한 역할을 주로 연기해왔는데 이런 큰 규모의 오락 영화에서 실컷 놀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배우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실 난 동구처럼 대화와 분위기를 이끄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주로 경청하고 맞장구치는 사람이었죠. 그러나 동구를 연기하면서 좀더 활발해지고 적극적으로 변해가더라고요. 쉬지 않고 말을 하며 넉살을 떠는 제 모습을 제가 보면서 깜짝깜짝 놀란 적이 많아요.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친한 친구들은 내 초등학교 때 모습이 연상된다고 하더라고요. 사춘기를 맞기 전에는 저도 엄청 개구쟁이였거든요. 저의 이런 변화된 모습에 사람들이 당황해하는 걸 보면 정말 재미있어요. 늘 뻔하면 재미없잖아요. 늘 궁금하고 호기심을 들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도굴’은 케이퍼 무비인 만큼 도굴 작전에 연관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차진 케미스트리가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둥구와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할 수 없는 윤실장부터 존스 박사(조우진), 삽다리(임원희), 만기(주진모), 혜리(박세완) 등 매럭적인 선후배 배우들과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치며 완벽한 앙상블을 이룬다.


“선배님들 덕분에 촬영장에 오는 게 늘 즐거웠어요. 아침마다 ‘오늘은 어떻게 재미있게 놀아볼까‘라는 마음으로 현장에 왔죠. 강동구스럽게 선배님들에게 농담을 하며 넉살을 떨었는데 그걸 잘 받아주시니까 저도 신이 나서 강도가 더 세지며 역할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할 따름이에요. 개인적으로는 흥행이 잘돼 이 한 편으로 끝나지 않고 속편까지 나와 이 캐스팅 그대로 호흡을 다시 맞출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영화 후반부에 나온 일본 오구라컬렉션이나 보물섬 등 제작진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있어요. 그러나 흥행이 잘돼야 가능한 이야기죠. 코로나19로 관객들이 극장에 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개봉하게 돼 정말 만감이 교차해요.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극장까지 와주신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에요. 오셔서 모든 시름 잊으며 즐거운 시간 가졌으면 좋겠어요. 우리 영화가 관객들이 다시 극장을 찾는 발판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영화 촬영장에서 주연배우는 영화의 상징이기 때문에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챙기는 역할까지 요구되곤 한다. 이제훈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촬영 현장에서 주위를 돌아올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도굴’ 촬영장에선 도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한 강동구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며 현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데 앞장 섰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후반부 도굴 당일 존스 박사의 상징인 모자가 물에 떠내려오는 걸 제가 주워 돌려주는 장면은 제가 아이디어를 낸 거였어요. 관객들이 많이 웃으셔서 정말 기뻤어요. 둥구가 팀원들을 챙기듯이 저도 사람들을 챙기게 됐어요.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제가 맡은 역할을 소화해내는데 급급해 시야가 무척 좁았어요. 고개를 밑으로 처박고 제 역할에만 몰두한 거죠. 민폐가 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작품수가 늘어나면서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피게 되더라고요. 영화 촬영 현장 상황이 늘 좋을 수 없어요. 그럴 때 주위에 좋은 기운과 에너지를 불어넣으려 노력해요. 이번 영화 촬영하며 스태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흙을 씹어먹는 장면에서 제가 직접 흙은 먹은 건 아니에요. 스태프들이 ‘돼지바’를 잘게 부숴 흙처럼 보이게 만들어주셨어요. 또한 도굴 장면에서 날리는 흙먼지는 콩가루였어요. 그런 배려들 덕분에 더 힘을 내서 무사하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어요.”


‘열일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이제훈은 올해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려 모든 영화들이 개봉을 미루는 상황 속에서도 ‘사냥의 시간’과 ‘도굴’ 두 편을 관객에게 선보였다. 지난 봄부터 가을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브 투 헤븐: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촬영을 마쳤다. 현재 이제훈의 선택을 기다리는 영화와 드라마가 수두룩하다. ‘파수꾼’으로 각종 영화 신인상을 휩쓴 지 10년. 이제훈은 기대주에서 충무로를 대표하는 남자배우 반열에 올라섰다. 자신이 걸어온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쉬지 않고 멈추고 않고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에 만족해요. 부족한 게 아직도 많지만 그런 노력을 해온 제가 뿌듯하고 다독여주고 싶어요. 사실 전 관객으로서는 ‘도굴’ 같은 상업 영화를 좋아하지만 배우로서는 잘 선택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이젠 관객과 많이 소통하고 싶고 즐기면서 작업하고 싶어요.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 지금은 가장 해보고 싶은 건 멜로 영화요. 사실 이제까지 멜로란 장르는 일부러 피해왔어요. 그러나 이제 나이의 앞 숫자가 바뀌는 만큼 30대의 진한 사랑을 담은 작품에 출연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제대된 된 액션 영화도 해보고 싶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최재욱 기자 jwch69@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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