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스 갬빗ㅣ안야 테일러 조이에게 중독되다②

2020.11.10
사진제공=넷플릭스

'안야 테일러 조이.' 발음조차 생소한 이 이름을, 머지않아 전 세계 모든 이들이 알게 될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체스를 단 한 번도 둬본 적 없는 사람도 체스를 주축으로 하는 7회 분량의 드라마 '퀸스 갬빗'을 완전히 집중해 시청했단 평이 잇따르니 말이다. 그들은 약 7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천재 체스 소녀 베스를 연기한 안야 테일러 조이라는 배우에게 중독됐다.

코로나19의 여파일까. 국내 드라마가 약속이라도 한 듯 다 함께 손잡고 후진하는 느낌이 역력해 여러모로 안타까운 요즘이다. 이런 타이밍에 넷플릭스는 '에놀라 홈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 그리고 '퀸스 갬빗'까지 다분히 트렌디하고 관심이 쏠릴 만한 작품을 촘촘한 일정으로 선보였다. (국내 방송사들은 반성하고 긴장하자!)

'퀸스 갬빗(The Queen's Gambit)'은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에서 100%란 수치를 받은 것도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잘 짜인 각본, 군더더기 없는 극의 전개, 1950~1960년 당시 유행한 패션과 음악까지 즐길 수 있는 점이 모두 인상적이다. 클리셰 짙은 악역을 덜어내 작품을 보는 내내 스트레스를 안 받는 점도 마음에 쏙 든다. (굳이 악역을 꼽자면 술과 안정제다.) 가족을 잃고 보육원에 맡겨진 아홉 살 베스가 세계 최고의 체스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은 몰입을 이끌어 시간을 ‘순삭’한다.

이토록 흥미로운 서사를 이끈 배우가 바로 안야 테일러 조이다. (무려 96년생!) 레드 컬러의 단발로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는 '퀸스 갬빗' 포스터는 안야 테일러가 작품 속에서 보여줄 몰입감의 예고편 역할을 톡톡히 한다. 눈빛과 손짓, 심지어 눈썹이나 핏줄로도 연기한다. 보는 내내 베스의 감정에 함께 동승하게 되는 착각은 그 디테일에서 나온다. (촬영의 섬세함이 이를 더 살렸다.) 덕분에 자칫 정적으로 흐를 수도 있는 '퀸스 갬빗'은 체스 경기를 벌이는 시간에도 종일 생동감이 흘러넘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안야 테일러의 예사롭지 않은 피지컬은 모델 출신이라는 것에서 기인한다. 스코틀랜드계 아르헨티나인 아버지, 스페인-남아공계 영국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탈국적 외모까지 탑재했다. 영어에 스페인어까지 가능한 이 매력적인 배우의 앞날이 환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작품 속 안야 테일러 조이를 가장 먼저 떠올리기엔 영화 '23 아이덴티티'(2017)가 적합하다.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연출과 제임스 맥어보이의 다중인격 연기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던 해당 영화의 한 축에는 안야 테일러가 있었다. 극중 납치된 소녀로 맥어보이와 호흡을 펼치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보다 앞서 이목을 잡아끈 것은 영화 '더 위치'(2015)인데, 내내 소름 돋는 이 영화 속에서 유난히 매력적인 외모로 관객을 더 옭아맸다.

사실 '더 위치'와 '23 아이덴티티' 외에도 '모건' '더 시크릿 하우스' '두 소녀' 등 대부분의 필모그래피가 호러와 스릴러에 집중된 탓에 '차세대 호러퀸'이라는 타이틀을 일찌감치 획득했다. 이런 기세(?)를 몰아 196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호러 영화 '라스트 나이트 인 소호'의 개봉도 오는 2021년 앞두고 있는 상황.

사진제공=넷플릭스

뿐만 아니다. '퀸스 갬빗'으로 안야 테일러 조이를 알게 된 이들에겐 기뻐할 소식이 꽤 수두룩하다. 당장 11월 18일에는 영화 '마리 퀴리'가 개봉을 앞두고 있고, '더 위치'로 호흡했던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신작 '더 노스맨' 촬영도 한창이다.

그 절정은 어쩌면 ‘퓨리오사’가 될 듯하다.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후속작 ‘퓨리오사 프리퀄’에서 퓨리오사 역을 꿰찬 이가 바로 안야 테일러 조이. 앞서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해 전 세계의 극찬을 받았던 퓨리오사의 젊은 시절을 스핀오프에서 맡아 연기하게 됐다. 샤를리즈 테론으로부터 무거운 바통을 넘겨받은 안야 테일러 조이의 전혀 새로운 퓨리오사를 기다리는 것으로 벌써 마음이 벅차다.

‘퀸스 갬빗’에서 안야 테일러 조이가 연기한 베스는 체스의 보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단 64칸으로 이뤄진 하나의 세상. 그 안에선 안전한 느낌이다. 내가 주도하고 통제할 수 있으니깐.” 극중 베스가 보드에서 느꼈던 그러한 안정감을, 안야 테일러 조이는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들 속에서 충분히 만끽하고 있는 게 아닐까. 모든 작품 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듯 연기하는 안야 테일러 조이를 보고 있자니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박현민(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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