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스,',한번 보면 놓을 수 없는 마성의 띵작!

극본 연출 연기 삼박자 이루며 최강 몰입도 선사

2020.11.04
사진제공=MBC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마성의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MBC 월화극 ‘카이로스’(극본 이수현, 연출 박승우)가 그렇다.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시민들로부터 가장 사랑받은 글귀로 꼽힌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 나오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가 ‘카이로스’에도 딱 적용이 된다. 처음 드라마가 소개됐을 때만 해도 ‘아류’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지난 3일 4회까지의 전개를 제대로 지켜봤다면 그런 말을 한 게 부끄러워질 지경이 됐다.

‘카이로스’는 2020년 9월 주인공 김서진(신성록)이 유괴된 딸을 찾던 중 우연히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온 또 다른 주인공 한애리(이세영)가 자신보다 한 달 전인 2020년 8월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전개됐다. 두 사람은 매일 밤 10시 33분 단 1분간 통화로 서로가 알아낸 정보를 교환하며 김서진은 딸을 찾고 한애리는 병원에서 사라진 엄마를 찾는 중이다.

결국, 한 달이라는 시간을 간격으로 둔 미래의 남자와 과거의 여자가 휴대폰으로 연결된 단 1분의 공조로 사건을 해결하고 운명을 바꾸려 하는 이야기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밤 11시 23분에 무전기로 연결된 과거와 현재의 경찰들이 공조해 사건을 해결했던 tvN ‘시그널’과 너무 흡사하다며 ‘카이로스’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며 아류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시그널’은 범죄를 막으려는 경찰들의 이야기로 철저히 형사물이었다면 ‘카이로스’는 가족을 되찾으려는 주인공들이 펼치는 사투라는 점에서 정서적으로나 접근하는 전개 방식이 전혀 다르다. 특히 김서진과의 통화를 거듭하면서 한애리는 2020년 9월 현재 친구인 임건욱(강승윤)을 죽인 살인자였다가 김서진의 딸을 납치한 김진호(고규필)의 자택에서 살해당하는 피해자로 바뀌었고 또다시 역삼동 오피스텔 살인사건의 피해자로 둔갑했다. 김서진은 딸의 행방을 찾기도 바쁜 와중에 한애리부터 살리고 봐야 하는 다급한 심정이다.

그런 가운데 김진호를 비롯해 한애리의 엄마 곽송자(황정민)도 김서진이 근무하는 유중건설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모든 사건의 단초는 유중건설의 부실시공으로 인한 것이겠다는 심증이 굳어지게 됐다. 1회 오프닝에서 김서진이 벽이 갈라지며 건물이 무너지는 꿈을 꾸며 트라우마를 겪는 모습이 등장한 것도 복선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한강변에서 딸의 옷과 인형 등 유류품만 발견되고 시신은 발견되지 않은 점이 이상하다고 하는 등 ‘카이로스’의 팬이 된 시청자들은 곳곳에서 찾아낸 작가의 떡밥이 어떻게 회수될지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만큼 궁금증을 자극하는 치밀한 구성인데 대본을 쓰는 이수현 작가가 ‘카이로스’로 데뷔하는 신인이기는 해도 이번 대본을 3년간 준비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사진제공=MBC

게다가 지난 3회까지 김서진의 오른팔로서 모범적인 모습만 보이던 서도균(안보현)이 4회 말미가 되자 숨겨뒀던 발톱을 드러내며 뒤통수를 제대로 때렸다. 검찰조사로 다급해진 김서진이 도움을 청하자 찾아가서는 돌변한 얼굴로 김서진과 동시에 시청자들까지 놀라게 했다. 올초 JTBC ‘이태원 클라쓰’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였던 안보현인 만큼 ‘카이로스’에서도 평범하지는 않으리라 예상했지만 이날 방송에서 보여준 신성록과의 대면 장면은 안보현의 폭발력을 다시금 확인시키는 것이었다.

심지어 서도균이 김서진의 아내 강현채(남규리)와 부적절한 관계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충격 엔딩으로 4회가 마무리됐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기회의 신 카이로스에서 이름을 딴 이 드라마는 주인공이 잘못된 결과를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것일 텐데 과연 김서진이 한 달 전 과거에 있는 한애리를 통해 멀어진 아내의 마음까지 돌릴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쯤이면 ‘시그널’의 아류를 운운했던 것에 대해 섣부른 것이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류가 아닌 것은 물론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카이로스’만의 매력이 분명해 오랜만에 MBC가 왕년의 ‘드라마왕국’으로서 회심의 한 방을 날렸다는 평까지 나온다. 

앞서 공동연출로 MBC ‘W’, ‘파수꾼’, ‘로봇이 아니야’ 등으로 경험치를 높인 박승우 PD가 이번에 총지휘하며 펼치는 연출력이 수준급인 덕분이다. 긴장감 넘치는 전개에 어울리게 ‘카이로스’를 영문으로 화면 가득 써넣으며 압도하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서로 다른 시간을 사는 신성록과 이세영을 각기 다른 톤으로 보여줘 시간의 간극을 느끼게 해준다. 

아쉬운 점이라면 경쟁작으로 너무 세다 못해 혼을 쏙 빼는 김순옥 작가의 SBS ‘펜트하우스’가 붙었다는 사실이다. 주인공들의 지명도까지 ‘카이로스’가 밀리면서 시청률 등 관심도가 한참을 뒤지는 상황이다. ‘카이로스’가 작품성이나 완성도에 있어서 결단코 밀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진제공=MBC

그렇다고 ‘카이로스’를 이끄는 신성록과 이세영이 약하다고 볼일은 아니다. 서로 다른 시간을 사는 주인공들이 연결되면서 벌어지는 타임워프 소재에 서스펜스 스릴러까지 버물여져 마니아팬들이 환호할 장르가 된 ‘카이로스’여서 자칫 몰입이 떨어지면 스토리를 쫓아가는 게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을 두 주인공이 흐트러짐 없이 관심을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신성록은 마성의 집중력을 일으키는 묘한 끌림을 보여주고 있다. 흡입력 있는 연기로 존재감을 확실히 입증하는 것이다. 전작들에서 악역을 도맡았던 터라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는 김서진 캐릭터에 깊이를 더하는 느낌도 있다. 이세영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극에 몰입하게 만든다. 예쁜 소녀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내고 숏커트로 변신해 다부진 한애리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이렇듯 자세히 보니 재미있고 매력적인 ‘카이로스’인 것으로 확인이 됐다. 이제는 부디 결말까지 지금 느낌 그대로 잘 이어지길 바라게 된다. 적잖은 드라마들이 용두사미가 되곤 했다. 끝까지 보아 오래도록 사랑받는 ‘카이로스’가 되길 기대해본다. 

조성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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