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빼고 '찐'케미 넣은 '바닷길 선발대'

화려함은 사라진 바다 위 '삼시세끼'

2020.11.03

사진제공=tVN


요트는 럭셔리의 끝판이었다.


실제로는 갑판도 없는 소규모부터 호화로운 대형 범선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고 각자 경제 상황에 따라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꼭 소유하지 않더라도 접할 수 있지만 대중들에게 요트는 갑부들의 사치스러운 취미라는 선입견이 강했다. 돈은 넘치고 시간은 남는 부호들이 화려한 휴가를 즐기는 그런 도구로 여겨졌다.


예능은 요트와 거리를 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등장인물의 부 과시 수단으로 자주 등장했지만 정서적 친근함이 중요한 예능에서는 자칫 서민들의 위화감을 조성할까 우려한 탓인지 요트는 다른 세상의 존재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요트의 다양함이 알려지고 낚시, 관광이나 워크숍 등 단체 활동의 이벤트 중 하나로 렌트나 일회성 체험이 늘어나면서 요트에 대한 거리감은 크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요트 예능이 등장했다.


tvN ‘바닷길 선발대’는 요트를 타고 서해부터 동해까지 항해하는 과정을 담은 예능이다. 12일간 목포에서 남해안 거쳐 독도까지 1094km를 항해하면서 중간중간 하태도 제주도 포항 울릉도를 들른다.


사진제공=tvN


요트가 등장하는 예능은 앞서 지난 8월 MBC에브리원에서 ‘요트원정대’가 선을 보였고 이는 지난달 26일 시작한 ‘요트원정대 : 더 비기닝’으로 이어졌다. 요트가 친근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움은 느껴진다. ‘요트원정대’는 요트 항해가 화려한 수영복 입고 태닝이나 하는 호사스러움이 아니라 두려움과 고난의 바닷길을 헤쳐나가는 과정임을 보여주려 애셨다.


‘바닷길 선발대’도 프로그램 이름부터 흡입력이 있는 요트를 빼고 다소 모호한 바닷길이란 단어를 쓴 것도 요트를 마음껏 전면에 내세우기 부담스러웠던 고심의 반영일지도 모른다. ‘바닷길 선발대’는 프로그램 내용에서도 요트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낯선 여행의 수단으로만 활용한다.


지난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선보인 여행 예능 ‘시베리아 선발대’ 후속인 이 시리즈는 선발대라는 단어가 표방하듯 낯선 여행에 도전하는 포맷이 타 여행 예능과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


‘바닷길 원정대’에서 요트는 앞서 방송된 여행 예능 ‘바퀴 달린 집’의 캠핑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박성웅 김남길 고규필 고아성 등 배우로 구성된 출연진에게 요트는 항해라는 낯선 여행을 위한 숙식 해결 공간의 의미로 한정된다. 요트의 호화로움과 사치스러움은 끼어들 틈이 별로 없다.


낯선 여행에서는 멤버들간의 케미와 협력이 여행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방송도 출연진들이 함께 벌이는 에피소드들로 대부분을 채운다. 세일을 조작해 바람을 타게 하는 전문적인 요트 항해법이나 주변 바다 풍경 등도 등장하지만 둘 다 다양한 장면이 나오기는 어려워 비중을 크게 차지하지는 않고 있다. 중간 기착지도 유람 없이 극히 짧게 다루고 지나간다.


사진제공=tvN


식사에 뭘 먹을지를 결정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가장 큰 에피소드다. 이렇게만 보면 먹방 프로그램스럽기도 하다. 된장찌개 물의 양을 두고 김남길과 고규필이 티격태격하고 베이컨을 바짝 익히는 과정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하태도에서 산 전복 손질을 하면서 고규필과 고아성은 부부 놀이를 곁들여 식사 준비의 지루함을 잊는다.


먹는 일 외에는 함께 놀고 공감대를 찾으면서 서로 친근해지기에 노력한다. 함께 팩을 하거나 미러볼을 달고 노래방을 만들어 ‘비처럼 음악처럼’ ‘나에게로 초대’ ‘기억의 습작’을 같이 부른다. 이번에 처음 만난 김남길과 고아성은 서태지를 좋아하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함께 ‘Heffy End’와 ‘컴백홈’을 들으며 공감을 다져간다.


멀미를 안 하는 김남길은 식사 준비 도중 멀미에 시달리는 고규필을 대신해 두 몫의 일을 하고 멀미가 심해 객실에서 쉬게 한 박성웅의 일은 나머지 모두가 나눠서 처리한다. 김남길과 고규필은 침대를 함께 써서 잠을 설쳤다고 카메라에 호소하기도 하지만 낚시를 할 때는 힘을 합쳐 대어를 낚는 데 성공한다.


캐릭터들 사이의 에피소드가 주요 볼거리이다 보니 친화력 극강에 멀미도 안 해 가장 많은 일거리를 해내는 김남길이 핵심으로 흐름을 이끌어간다. 결국 인물과 관계에 대한 이 예능에서 요트의 화려함은 사라진다. 볼거리 보여주러 돌아다니기 바쁜 다른 여행 예능과는 달리 ‘삼시세끼’를 섬 대신 요트에서 찍은 듯한 체류 예능의 느낌이 현재까지는 강하다.


하지만 ‘삼시세끼’처럼 체류 예능들이 힐링을 자주 강조하는 데 비해 ‘바닷길 선발대’는 그렇지는 않다. 요트 자체보다 함께 하는 즐거움에 온전히 집중하는 이 예능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쳐가는 사람들에게 최종적으로 어떤 반응을 얻게 될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영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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