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능글맞아진 이제훈을 보는 유쾌한 즐거움

영화 '도굴'로 흥행배우로 등극하나?

2020.11.02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제훈이 천상천하 유아독존 '아싸' 생활을 청산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인싸'로 탈바꿈했다. 

항상 영화 속에서 외로운 아웃사이더 역할을 주로 연기한 이제훈이 4일 개봉되는 영화 ‘도굴’(감독 박정배, 제작 (주)싸이런픽쳐스)에서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범죄 오락 영화를 표방한 ‘도굴’은  천재 도굴꾼 강동구가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팝콘무비다. 이제훈은 흙 맛만 봐도 유물이 어디 있는지 알아낸다는 '도굴꾼' 강동구를 연기했다.

이제훈은 탄탄대로를 걸어온 배우다. 2010년 영화 첫 주연작인 ‘파수꾼’으로 대종상과 청룡영화제에서 신인상을 거머쥐며 새로운 스타의 등장을 널리 알렸다. 이후 ‘고지전’과 ‘건축학개론’ ‘분노의 윤리학’ ‘점쟁이들’ ‘파파로티’까지 열일의 아이콘으로 관객과 마주한 후 군 입대를 선택, 제대 이후에도 ‘탐정 홍길동’으로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또한 드라마도 꾸준히 노크한 결과 tvN ‘시그널’의 대성공으로 대중적인 인지도까지 챙겨가며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하지만 ‘도굴’의 강동구와 배우 이제훈의 이제까지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케이퍼 무비의 매력은 도둑들의 케미스트리다. 만화 ‘원피스’의 루피가 해적왕의 꿈을 품고 바다로 나선 후 “너 내 동료가 돼라”를 외치고 다닌 건 괜한 이유가 아니다. 특출난 능력을 지닌 개개인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하나의 완전 범죄를 이룩하는 것. 그게 바로 케이퍼 무비의 시작이자 끝이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그런데 이제훈이 지금껏 동료의 힘을 빌린 적이 있었던가? 누구보다 반짝반짝 빛나는 배우이건만 작품 속의 모습은 언제나 항상 어딘가 외로웠다. ‘파수꾼’의 기태는 학교 일진으로 아이들의 중심에 서 있지만 절친들과 소통 단절에 괴로워했던 아이였다. ‘고지전’의 신일영은 더 심각했다. 어린 나이에 중대장을 맡은 그는 전쟁의 중심에서 인간성을 상실하고 약물에 의지해 살육에 집중했던 인물이자 전쟁의 참혹함을 드러내는 상징이었다.

사랑을 할 때도 그랬다. 첫사랑의 풋풋함으로 관객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던 ‘건축학개론’에서마저 알콩달콩이 아닌 짝사랑 같은 외로움에 괴로워했다. ‘파파로티’나 ‘아이 캔 스피크’ 같은 감동 중심의 드라마에서도 여러 사람과 마주하는 역할이 아니었고, ‘탐정 홍길동’ ‘사냥의 시간’ 같은 장르 영화에서도 천상천하 유아독존미를 뽐내는 독고다이 스타일을 연기했다. 

심지어 출연진이 영화보다 많을 드라마에서도 그랬다. 최고의 히트작인 ‘시그널’에선 나이 어린 천재 프로파일러로 경찰 내에서도 물과 기름처럼 겉돌았다. 최고의 합을 자랑했던 상대역 이재한(조진웅)과는 시건을 넘어 무전기 안에서만 케미를 발산할 수 있었다. ‘내일 그대와’나 ‘여우각시별’ 같은 작품에서도 러브라인 외에 챙겨야 할 설정과 메시지가 많았다. 

결국 이제훈이 외로웠던 건 오락성을 앞세우는 작품보다 메시지와 완성도 위주의 필모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을 지우고 캐릭터를 비춰내는 배우라는 역할에 오롯하게 몰입했음을 말한다. 사실 이제훈만큼 ‘천의 얼굴’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배우도 드물다. 올해 만 36세의 나이로 어린 학생까지 연기 가능할 동안의 비주얼은 차치하더라도 냉정하고 차가운 도시남부터 무자비한 악역, 풋풋한 로맨스부터 따뜻하고 감동 가득한 드라마까지 모두 가능할 연기 스펙트럼을 소유했다. 그리하여 이번엔 ‘도굴’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젠 더 이상 외롭지 않은, 동료 속에서 빛이나는 이제훈의 얼굴이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제훈 역시 “이번 영화를 작업하며 성격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하이텐션 혹은 비글미와는 거리가 먼 실제 성격이다. 허나 조우진, 임원희, 주진모, 박세완 사이에서 선릉 털이에 나서는 모습은 실로 가볍고 능청맞다. 자칫 도굴꾼이라는 직업에 비해 프로다운 모습이 부족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제훈의 진지한 모습을 이 영화에서 바라는 것은 아니다. 신혜선과 마주할 때의 능글맞은 모습도 즐겁다. 시선 강탈의 미녀 앞에서 절대 기죽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으니 그 매력에 퐁당 빠질 수밖에 없다.

사실 영화 ‘도굴’은 캐릭터의 서사가 잘 짜여진 작품은 아니다. 허나 이제훈을 비롯한 다른 배우들의 연기와 매력이 이를 상쇄한다. 본래 영화 작업이라는 게 그렇다. 한 쪽이 부족할 때 다른 쪽이 보충하며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간다. 하여 서로를 동료라 부르는 것 아닐까?
 
‘도굴’ 속 이제훈은 이제 더 이상 외로워보이지 않는다. 동료들 사이에서 앙상블을 이루고 유쾌한 하모니로 관객들을 이끌고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멀티캐스팅의 흥행공식이 아직 유효한 영화계다. 그간 작품성에 비해 흥행력이 다소 아쉬웠던 이제훈인 만큼 더 훌륭한 배우가 되기 위한 터닝 포인트를 마련한 셈이다. 이제훈은 작품에서 더 웃어도 좋고 더 많이 어울려도 좋다. 관객들은 이제훈의 유쾌한 한방과 마주할 준비를 진즉 마쳤다.

권구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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