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ㅣ 쌀쌀한 가을바람 막아주는 설렘과 위로①

2020.10.28
사진제공=tvN

이런 ‘심쿵’ 드라마를 봤나! 

청춘 코딩 로맨스를 표방한 tvN 토일극 ‘스타트업’(극본 박혜련, 연출 오충환)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 4회를 방송한 ‘스타트업’은 한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을 꿈꾸며 스타트업에 뛰어든 청춘들의 시작(start)과 성장(up)을 그리는 드라마다. 배수지와 남주혁이라는 최고의 청춘스타들을 주인공으로 해 아직 드라마 초반이라 불붙지 않은 로맨스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의 설렘지수를 드높이고 있다. 

요즘 많은 이들이 꿈꾸고 실현하는 창업을 소재로 하며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의 혈기가 드라마의 활력을 북돋워주는 것도 크다. 지금은 변변치 못한 미생이어도 꿈꾸고 도전하는 청춘의 모습은 언제 봐도 가슴 벅차다. 게다가 그게 배수지와 남주혁이니 말해 무엇할까. 서달미(배수지)와 남도산(남주혁)이 아무리 볼품없이 나와도 배우 본연의 매력이 숨겨지지 않는다. ‘스타트업’이 그야말로 눈호강 드라마가 되고 있다.

주연 라인업에 함께 이름을 올린 김선호와 강한나 역시 뒤지지 않는 매력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김선호의 한지평 역과 강한나의 원인재 역은 외모며 능력까지 자타공인의 캐릭터들인데 배우들이 연기로 그려보이는 면면이 설득력 그 자체다. 

물론 이들 네 명의 선남선녀가 환심을 끄는 전부는 아니다. ‘스타트업’의 공간적 배경이자 창업자들에게 투자하고 지원하는 회사로 등장하는 샌드박스의 서사가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또 하나의 심쿵 포인트가 되고 있다.

극중 샌드박스는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모래를 깔아놓듯 창업하는 이들이 도전에 실패해도 그 타격이 너무 크지 않도록 완충 역할을 하는 투자회사이자 벤처캠프로 등장한다. ‘스타트업’ 첫 회에서 달미의 아버지 서청명(김주헌)이 SH벤처캐피탈 대표 윤선학(서이숙)에게 지나가는 말처럼 딸을 위해 그네 아래 모래를 깔았다고 이야기했는데 15년이 흘러 윤선학이 세운 샌드박스라는 회사는 창업지망생들이 앞다퉈 지원하는 창업의 요람이 된 것이다.

사진제공=tvN

실제로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한국에도 극중 샌드박스와 같은 엑셀러레이터 혹은 벤처캠프가 존재하니 뭐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심쿵이냐 호들갑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일단 참신한 소재가 늘 갈급한 안방극장에서 창업과 벤처캐피탈, 엑셀러레이터 등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라는 점은 신선하고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마음에 와닿는 점은 ‘스타트업’에 주인공들을 위한 샌드박스 같은 캐릭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바로 달미의 할머니 최원덕(김해숙)이다. 초기 창업자들을 위한 샌드박스라는 회사가 존재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할머니는 아직 여물지 못한 청춘들을 뒤에서 은근히 지원해주며 가슴 뭉클하게 하고 있다.

할머니는 보육원에서 나와 오갈 데 없는 지평을 거둬준 것은 물론 자신을 오해하고 떠나려 한 지평에게 늘 하나 사주지 못해 마음이 쓰였다며 새 운동화를 선물로 안겼다. 또, 오해는 풀렸어도 이별을 결심한 지평에게 연신 “연락하지마”라며 정을 떼는 듯하다가 “힘들면 연락해. 비 오는데 갈데 하나 없으면 와. 저번처럼 미련 곰팅이처럼 맞지만 말고 그냥 와”라며 마음을 쿵 내려앉게 했다.

그에 앞서서는 부모의 이혼으로 유일한 친구나 다름없던 언니와도 헤어지게 되면서 상심했을 달미를 위해 지평에게 부탁해 가상의 펜팔친구 남도산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 덕분에 달미는 편지에도 썼듯 그 봄을 지는 꽃으로 아쉬워하는 계절로 기억하지 않을 수 있었다.

또 조바심 내는 달미에게 “너는 코스모스야. 아직 봄이잖아. 찬찬히 기다리면 가을에 가장 예쁘게 필거야. 그러니까 너무 초조해하지마”라고 위로해 먹먹하게 했다. 그 순간 눈가가 벌게지는 건 달미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거나 “나 때는 말야” 할 게 아니라 진짜 뭉근한 위로가 필요한 청춘들의 마음에 할머니가 푸근한 쿠션이 돼 다가오는 모습이다. 할머니라는 존재의 감동은 우리 인생에도 샌드박스가 필요하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지게 한다. ‘스타트업’은 그 자체로 아픈 청춘들을 위한 샌드박스라는 생각에 이른다.

사진제공=tvN

무엇보다 대본을 쓰는 박혜련 작가가 청춘들의 샌드박스가 되어주려는 요량으로 보인다.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등을 통해서도 배경으로 등장한 법정이나 언론사 등 사회 시스템의 이야기를 잘 녹여낸 박 작가가 이번에는 창업의 세계를 이야기하면서 우리 삶에 쿠션 같은 사람과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미 턱 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으며 나아가고 있는 이에게 그저 최선을 다하라는 말은 응원이 아니라 오히려 무관심인데 ‘스타트업’은 그런 무관심에 경종을 울리고 진정한 위로를 생각하게 한다. 특히 몽실몽실한 솜사탕 같은 드라마로 아픈 청춘을 위로해주지 못하는 사회에 대해 돌려 말하고 청춘의 도전을 응원하니 심쿵이라는 것이다.

벌써 네 번째 호흡을 함께 하며 박 작가의 페르소나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김해숙이 드라마의 중심에서 ‘스타트업’의 심쿵을 이끌고 있다. 화사한 배수지도 좋지만 푸근한 김해숙이 너무도 좋다. 김해숙의 활약 덕분에 배수지가 더욱 반짝반짝 빛을 내며 앞으로 성공의 날개를 펼치는 ‘스타트업’이 될 것이다.

박 작가와 두 번째 호흡인 오충환 PD의 감각적인 연출도 드라마의 매력에 빠지게 하는 요인이다. 청명의 죽음 등 아픈 순간을 그릴 땐 더 저릿하게 만들고 들뜨는 마음이 들 땐 스파크를 더욱 크게 일게 했다. ‘스타트업’이 코믹했다가 몽환적이었다가 아팠다가 들떴다가 정신없이 널을 뛰는데 어느 순간도 이질적이지 않게 잘 연결하는 것 역시 연출의 힘이다.

하마터면 쓸쓸할 뻔했던 가을이 ‘스타트업’으로 훈훈해지고 있다. 쓸쓸했기에 더 큰 위로가 되는지도 모른다. 대본부터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까지 부족함 없는 따뜻한 토닥임이 되어줄 ‘스타트업’이다. 

조성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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