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아이돌 컨셉트가 달라졌다

블랙핑크 에버글로우 위클리 등 개성있는 무대로 승부

2020.10.22

블랙핑크, 사진=YG엔터테인먼트


큐트 아니면 섹시청순 아니면 성숙여성 아이돌의 컨셉트를 이야기하며 이 정도의 대비가 고작이던 시절이 있었다심지어 길었다많이 노력해야 걸 크러시가 최선이었던 이 블루 오션에 드디어 전에 없던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20 10월은 최근 수년간 케이팝 신에 있어 가장 다양한 스펙트럼의 여성 아이돌 무대를 만날 수 있는 눈과 귀가 풍족한 시기다. 블랙핑크, 에버글로우위클리위키미키프로미스나인의 신곡 무대를 통해 힘차게 가지를 뻗어 나가고 있는 지금 여성 아이돌의 개성 있는 컨셉트와 매력적인 무대 포인트를 살펴보자.


BLACKPINK (블랙핑크) – Lovesick Girls

너무 단순해 일견 도전적으로까지 보이는 제목 'The Album'의 타이틀 곡 ‘Lovesick Girls’는 모난 곳 없이 잘 만든 팝 넘버이자 블랙핑크 멤버들의 개성이 자연스레 녹아든 좋은 곡이다특히 듣는 순간 수 만 명의 관중이 들어찬 대형 스타디움이나 드넓은 야외 페스티벌의 메인 무대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곡의 편곡 방향성은 노래를 부르는 이들이 전 세계를 누비며 4년을 꼬박 활약해 온 블랙핑크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여성 아이돌은 어쨌든 대중적이어야 한다는그로 인해 만들어진 히트곡 하나로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행사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았던 여성 아이돌을 둘러싼 기존의 암묵적인 업계의 법칙은 이 거대한 영향력 앞에 무용지물이 되었다단순히 뮤직비디오 조회수나 개인 SNS 팔로워 숫자로 증명할 수 없는대형 걸그룹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아우라를 가진 곡과 무대다. 


에버글로우, 사진제공=위에화엔터테인먼트


EVERGLOW (에버글로우) – LA DI DA

지금까지 여성 아이돌과 레트로가 만나 만드는 풍경은 어느 정도 공식이 있었다. ‘Tell Me’에서 ‘Bo Peep Bo Peep’, 최근 발표된 우주소녀 쪼꼬미의 흥칫뿡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노래들은 중독성 있는 후렴구와 애교에 가까운 몸짓으로 구성한 안무를 곡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활용해 왔다에버글로우의 ‘LA DI DA’는 이렇듯 레트로보다는 복고가 어울리는어쩐지 옷장 깊숙한 곳에서 엄마아빠가 입던 교복을 꺼내와야 할 것만 같던 여성 아이돌의 레트로 공식을 정면으로 부숴버리는 노래다. ‘LA DI DA’의 레트로 무드를 이끌어가는 건 옛 사진첩 속의 과거가 아닌 팝 역사상 가장 글램했던 80년대 댄스팝과 이제는 고전이 된 우주를 배경으로 한 각종 고전 SF물이 남기고 간 흔적들이다확신에 찬 박수소리와 멤버 이런의 ‘EVERGLOW FOREVER LET’S GO’라는 속삭임이 남긴 메아리를 따라 우주의 별처럼 쏟아지는 멜로디에 넋을 잃지 않을 수가 없다.


위클리 (Weekly) - Zig Zag

소녀시대가 ‘Oh!’라는 감탄사로 오빠를 애써 가려 부른지도 벌써 10년 전이다. ‘오 오오오 빠를 많이 사랑한다며 수줍게 손사래 치던 소녀들은이제는 동경하는 선배에 대한 마음을 담아 언니를 부른다바로 그 언니를 첫 곡으로 한 두 번째 미니앨범 We can'을 발표한 위클리는 불과 4달 전 데뷔한 신예 중의 신예다덕분에 사랑에 빠져 어쩔 줄 모르는 어린 마음과 다소 미숙한 느낌을 살린 가창표정 연출은 아직 신인 여성 아이돌 무대의 전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지만 달라진 건 이들이 입고 있는 무대 의상이다신인 아이돌의 통과 의례라 할 수 있는 교복 콘셉트는 유지한 채 하의로 반바지를 매치한 이들의 모습은 손과 발을 뻗으며 힘차게 춤추는 무대 위 멤버들의 몸도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도 전에 없이 편안하게 만든다.

 

위키미키 (Weki Meki) - Cool

데뷔 시절부터 틴에이지와 걸크러시를 혼합한 틴크러시를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추구해오던 꾸준한 노력이 빛을 발했다짧지 않은 시간 틴과 크러시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헤매던 팀이 찾은 종착점은 다름 아닌 ‘쿨(COOL)’이었다위키미키의 쿨한 세계는 그간 힘차지만 명확한 방향성이 보이지 않던 관습적인 소녀적 밝음을 걷어낸 뒤 드디어 드러난 새로운 영토다노래는 곡의 중심을 잡는 둔탁한 베이스 리듬과 한층 건조하고 여유로워진 보컬과 랩을 시종일관 시원시원하게 울리며 쿨(COOL)한 이미지 자체를 그려낸다그에 맞춰 낮은 채도로 가라앉은 멤버들의 눈빛과 몸짓은 도연루아 등 이전의 무대들에 비해 훨씬 돋보이는 멤버들의 부각을 끌어냈다. 2 50초경 루아의 파트가 끝난 후 일렬로 늘어선 멤버 전원이 무대 앞으로 전진하는 파트는 위키미키라는 그룹이 가진 에너지와 가능성의 깊이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프로미스나인, 사진제공=오프더레코드엔터테인먼트


프로미스나인 (fromis_9) – Feel Good

‘Feel Good’ 3년여의 활동에 걸쳐 찾아낸 프로미스나인의 소중한 비밀계정 같은’ 노래다. ‘아이돌 학교라는 노골적인 명칭을 내세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라거나 열도의 왜곡된 여성 아이돌 소비 방식을 벤치 마킹한 약속회라는 이벤트를 공식 오프라인 이벤트로 내세웠던 이들의 이력은 시작부터 이들에게 붙은 좀처럼 떼기 어려운 꼬리표였다. ‘Feel Good’은 쉽고 직관적인 제목만큼이나 전에 없이 당당하고 자유로운 프로미스나인의 자아를 드러내며 그러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가볍게 털어낸다곡의 도입부부터 노래 전반을 장악하는 상쾌한 기타 리프는 펑키한 리듬스포티한 느낌이 살아 있는 멜로디와 착 달라붙으며 그룹이 보여줄 수 있는 경쾌한 에너지의 한계를 최대로 끌어올린다. ‘조금 다른 나를 만나게 해준다는 노래 속 약속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한 약속처럼 느껴지는 점도 매력적이다.


김윤하(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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