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솜,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해가는 배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서 인상적인 연기로 호평세례

2020.10.19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멀리서 벽에 살짝만 기대어도 패션 화보의 느낌이 났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 제작 더램프)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솜은 본인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세련되고 압도적인 ‘모델포스’가 물씬 풍겨졌다. 사춘기 시절 모델 대회에서 1등을 한 이력은 아무리 배우로 전향한 지 시간이 오래 돼도 없앨 순 없나 보다. 카메라 앞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미장센이 됐던 선배배우 고 장진영이 연상되는 느낌.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 회사 비리에 맞선 말단 여사원 3총사의 우정과 연대, 성장을 담은 영화. 이솜은 영화 속에서 똑똑하고 아이디어도 많지만 고졸 출신이라는 벽 때문에 마케팅부에서 잔심부름 일을 주로 하는 입사 8년차 정유나 역을 맡았다. 요즘 말로 ‘츤데레’ 스타일인 유나는 외모는 차가워 보이지만 우정과 의리 빼면 시체인 인물. 오지랖 넓은 절친 자영(고아성)이 폐수 방류 목격 이후 벌인 일에 보람(박혜수)과 함께 서서히 끌려들어가다 사건의 진실을 목도하고 누구보다 더 열심히 싸우게 된다. 이솜에게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오랜 가뭄 끝에 만나는 단비 같은 작품이었다.


“오랫동안 또래의 여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작품을 꿈꿔왔어요. 현재 충무로 현실에서 그런 작품을 만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정말 소중한 기회였고 잘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아성, 박혜수의 생각도 똑같았고요. 두 배우와 호흡이 영화 속 주인공들만큼 좋았어요. 촬영 기간에 정말 친해져 촬영 후 헤어지기 싫어 합숙을 하기도 했어요. 제가 가장 큰 언니였는데 요리를 하는 걸 원래 좋아해 동생들에게 파스타를 만들어주곤 했어요. 정말 다른 영화 촬영 현장선 꿈꿀 수 없던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솜이 연기한 정유나는 미스터리 추리소설 마니아. 독서량이 많고 아는 것도 많아 3총사가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는 데 브레인 역할을 담당한다. 이솜은 어쩌면 뻔할 수 있는 캐릭터에 자신만의 시크하면서도 엉뚱한 색채를 더해 귀엽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유나의 패션도 당시 살아온 세대에게 추억을 소환하게 할 재미있는 볼거리.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고 싶었던 이솜의 노력이 영화에 활기를 더한다.


“유나가 마냥 걸크러시적인 인물이었다면 제가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거예요. 강한 외적 모습 이면에 정서적인 느낌이 있었기에 매력을 느낀 거죠. 유나는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아이예요. 그래서 많은 책을 잃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아는 척을 많이 하죠. 그런 면 때문에 사실 영화 촬영 전에는 유나와 저는 정반대 성격이라고 생각했어요. 전 사실 남의 시선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편이거든요. 그러나 촬영하다보니 비슷한 점도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말 그대로 할 말은 하고야 마는 게 비슷하더라고요.(웃음) 영화를 보니 제 모습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유나가 저를 만나 새롭게 탄생한 거죠.”


90년생인 이솜에게 영화 속에 등장하는 90년대는 신기하면서도 매력적인 요소들이 가득한 곳. 당시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동묘시장을 찾아 패션 아이템을 찾으며 요즘 유행하는 ‘뉴트로’ 문화를 제대로 경험했다. 영화 속 유나의 갈매기 눈썹부터 가죽 치마까지 90년대 패션을 ‘이솜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90년대 스타일들을 찾아보니 오히려 요새 유행하는 스타일보다 더 멋지고 글래머러스하더라고요. 영상에 나와 있는 분들 패션도 더 세련되고 멋쟁이시더라고요. 영화를 준비하면서 가족 앨범을 찾아봤는데 95년도에 제가 다섯 살 때 찍은 엄마 사진이 놀라웠어요. 지금 봐도 놀랄 정도로 멋쟁이셨어요. 그때 모습을 영화 마지막 부분 유나의 스타일에 투영해 봤는데 감회가 남다르더라고요. 엄마가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궁금해요. 90년대 영상을 보니 정말 모두 열심히 사시더라고요. 요즘에는 볼 수 없는  일과 전 아침 체조, 여직원 유니폼, 사무실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이 신기했어요. 그걸 보면서 몇십년 후 현재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금융위기를 이겨냈듯이 대한민국 국민이 코로나19도 잘 이겨냈다는 모습이 담겨있으면 좋겠어요.”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톱모델로 활동하다 2015년 ‘마담뺑덕’으로 각종 영화제 신인상을 휩쓸며 배우로 자리잡은 이솜. 그 이후 나름 탄탄대로를 걸어왔지만 끼도 많고 열정도 많은 이솜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지난 1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촬영이 끝난 후 안재홍 감독의 단편 영화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 영화 ‘출장수사’를 촬영한 후 휴식기를 갖고 있다.


“고등학교 때 모델로 데뷔한 후 20대에 정말 일만 하고 살아 제대로 아무 생각없이 놀아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지금 철없이 후회없이 놀고 있어요. 그렇다고 제 20대를 후회하진 않아요. 일을 정말 좋아했고 열정적이었어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요? 이제까지 해온 것과 전혀 다른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저도 지고지순한 멜로 여주인공을 못해볼 이유는 없다고 봐요.(웃음) 영화 속 대사 ‘어제의 너보다 오늘 더 성장했어'처럼 작품을 하나씩 더해 갈 때마다 성장해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최재욱기자 jwch69@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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