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기록', 해피엔딩 염원하게 만드는 보검매직

청춘로맨스와 가족극 오가는 세련된 연출의 힘

2020.10.14
사진제공=tvN

알고 보면 뻔할 뻔자다. 그럼에도 그 장단에 시청자들의 마음이 널을 뛰고 있다. 월화 안방극장을 달구고 있는 tvN ‘청춘기록’(극본 하명희, 연출 안길호)이 그렇다.

‘청춘기록’은 분명 풋풋한 로맨스로 출발했지만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일상의 이야기에도 상당한 무게를 실으면서 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지난 13일 방송에서도 남녀주인공의 애정전선에 이상 기운이 감지되는 엔딩으로 또 한 번 청춘로맨스로 깜빡 속을 뻔했지만 곱씹으면 생각을 달리하게 된다.

‘청춘기록’은 대세배우 박보검과 박소담이 주인공으로 나섰다는 사실만으로 설명이 필요 없는 청춘물이 될 줄 알았다. 뭘 해도 빛나는 청춘스타들이 화면을 채우니 그 자체로 청춘의 기록이지 않나. 게다가 변우석과 권수현 등 박보검의 극중 친구로 등장하는 신진 배우들의 면면도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그러나 ‘청춘기록’은 차츰 이들 청춘만이 아니라 박보검이 맡은 사혜준을 중심으로 한 그의 가족들에게도 많은 지분을 할애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사혜준과 원해효(변우석)의 관계와 별개로 혜준의 엄마 한애숙(하희라)과 해효의 엄마 김이영(신애라)의 티키타카가 ‘청춘기록’의 또 다른 한 축이 됐다. 혜준의 아버지(박수영)와 할아버지(한진희)의 애증관계도 혜준의 인생은 물론 시청자들의 마음 한켠에 크게 자리를 잡는 중이다.

청춘인 혜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기록되어서 그렇지 어떻게든 자신의 실력을 펼쳐보이겠다고 노력하는 할아버지와 자식들에게 죽어도 짐은 되지 않겠노라 아픈 몸을 부여잡고 일을 놓지 않는 아버지 등 모든 연령대의 다양한 고민이 녹아있다. 어느새 ”이건 거의 KBS 주말드라마인데“하는 소감들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사진제공=tvN

최근 혜준이 톱스타로 등극하며 다뤄지는 이야기는 뻔해서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디자이너 찰리정(이승준)과의 동성애 루머에 휩쓸리는 등의 소재에 대해 일각에서 “올드하다”고 눈살을 찌푸릴 정도다. 가족들간의 이야기가 소소해도 충분히 재미있는 ‘청춘기록’인데 굳이 선정적인 이슈로 갈등을 일으키니 “결국 뻔한 통속극”이라는 품평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청춘기록’은 여느 통속극과는 다른 결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환심을 사는 게 분명하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주인공 박보검의 힘과 더불어 연출자 안길호 PD의 공로를 높이 사고 있다.

애당초 대본만 봤을 때 “으잉?!”하는 반응이 나왔다고 고백하는 사람이 있었을 정도로 주말극스러운 드라마 대본에 핫스타 박보검이 캐스팅됐다는 사실은 많은 관계자들을 의아하게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박보검의 빛나는 매력이 드라마를 거듭나게 했고 이를 가능하게 한 게 안길호 PD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안길호 PD가 박보검을 주인공으로 하면서 더 세련되게 찍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본과의 갭을 적절히 조율하면서 지금과 같은 매력적인 결로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아주 트렌디하게 찍다 보면 편안함은 놓칠 수 있는데 연속극과 트렌디 드라마의 경계를 잘 오가며 그 부분 또한 놓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안길호 PD가 tvN ‘비밀의 숲’으로 이름을 알리고 그뒤로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OCN ‘WATCHER(왓쳐)’ 등으로 세련된 연출력을 뽐내기도 했지만 그전에는 SBS ‘원더풀마마’를 비롯해 많은 주말극과 일일극을 맡으며 연속극에 일가견이 있던 덕분이다. 

사진제공=tvN

또 다른 관계자는 “안길호 PD가 최근 장르물들로는 마니아층이나 특정층을 위한 드라마를 연출했다면 이번에는 전세대를 아우르는 연출을 하는 것 같다. 주말드라마를 연출한 히스토리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밝혔다.

대본을 집필한 하명희 작가가 젊게 썼다 해도 사실 요즘 세대의 입에 붙는 대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그 역시 걸림돌이 되지 않은 건 박보검과 연출자의 공이다. 이 관계자는 “올드하게 보이진 않을까 걱정이 없지는 않았는데 안길호 PD의 연출력과 박보검 자체의 풋풋함으로 커버가 됐다”고 봤다. 특히 내레이션이 많은 ‘청춘기록’이어서 자칫 박보검의 광고처럼 비칠 수도 있었는데 연출로 잘 풀어냈다.

결국 알고 보면 충분히 예상이 되는 뻔한 스토리지만 빛나는 배우를 편하게 볼 수 있는 매력이 ‘청춘기록’에 있다. 엄청난 사건이 있다기보다 일상의 이야기 속에서 배우들의 연기력도 차분하게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설사 드라마에 부족한 부분이 드러나도 따뜻한 팀워크가 느껴지며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아무리 “진부한 소재”라고 지적을 하다가도 충분히 공감을 사는 대본이라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청춘기록’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최고 인기스타도, 실력을 인정받는 연출자도 다 ‘청춘기록’에 합류했을 것이다. 배우와 연출자가 공감하는 만큼 시청자들에게도 그 마음이 전해지는 것이리라.

사진제공=tvN

이제 앞으로 종영까지 2주만을 남겨놓은 ‘청춘기록’은 또 얼마나 뻔하게 전개될지, 그럼에도 얼마나 공감대를 살지 궁금해진다. 톱스타가 된 사혜준과 그의 연인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안정하은 과연 어떤 엔딩을 맞을까. 등장하는 청춘들의 우정과 사랑이 각각 어떻게 성장하고 변하게 될까.

‘청춘기록’이 제목다운 귀납법을 선사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본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라도 눈부신 청춘의 자취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남다른 감흥을 일으킨다. 심지어 ‘청춘기록’에서 제대로 매력이 터진 박보검의 매직엔딩일 테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성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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