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희라-신애라,'청춘기록'에 특별함을 더한 '찐청춘'

극과 극 이상적인 엄마 역할로 드라마에 온기 부여

2020.10.05

'청춘기록' 신애라(왼쪽)와 하희라. 사진제공=tvN

그 시절, 청춘스타 박보검과 박소담 부럽지 않던 두 배우가 새로운 ‘청춘’으로 다시 태어난 듯하다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로 인기몰이 중인 tvN 월화드라마 ‘청춘기록’(극본 하명희, 연출 안길호)에서 사혜준(박보검)의 엄마로 한애숙으로 변신한 하희라와, 원해효(변우석)의 엄마 김이영으로 변신한 신애라의 이야기다. 두 배우의 캐스팅 소식이 들리던 초반엔, 꽤 의아하다는 시선도 있었다. 이름도 비슷하고 나이도 같은 두 배우가 지금 이 시점, ‘청춘기록’의 엄마의 얼굴로 보여주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두 사람의 재회는 지난 91년, 시청률 60%에 육박하던 MBC 주말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이후 29년 만이다. 당시에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다른 성격이 판이한 자매를 연기했다면, 지금은 나란히 ‘엄마’가 되었다. 배우라는 같은 꿈을 가진 아들들을 뒀지만, 그들을 향한 사랑 방식도, 응원법도, 지원을 해주는 방식도 다르다. 어떤 방식이 옳다, 그르다를 얘기하기에 앞서, 두 엄마의 모습은 요즘의 ‘어머니상’을 그대로 담아냈기에 흥미롭다. 주인공 자녀들만큼이나 맞붙는 장면이 많은 두 엄마는, '청춘기록'에 분명 유의미한 캐릭터다. 


“우리 애들한테 숨통 좀 트여 주자. 그러려고 일하는 거다. 난 평생 노동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지만, 우리 애들은 나보다 나은 인생 살길 바래. 해보고 싶다는데, 그걸 꺾는 손이 내가 되고 싶지 않아.” 하희라가 연기하는 한애숙은 요즘 세상이 꿈꾸는 가장 이성적인 엄마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 탓에 해준 것도 없는 아들 혜준에게 늘 미안해하지만, 따뜻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아들을 한없이 지지한다. 혜준의 꿈을 허황된 것으로 여기는 아버지나 형의 틈바구니에서, 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한다. 그렇다고 과거 미디어가 그리던 어머니들의 모습처럼, 그는 무조건적으로 희생적이지도 않다. 혜준이 자신만의 꿈을 꾸고, 직접 무언가를 선택하고, 난관들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게끔 하는 주체성을 만들어주는 편이랄까. ‘라떼’를 들먹이지 않는 애숙은 요즘의 청춘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알맞은 방식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 단단한 지지력 덕에 혜준은 확고한 자기 판단으로, 올곧게 자신의 꿈을 이뤄갈 수 있다.

 

하희라, 사진제공=tvN


애숙의 인간성은 꼭 아들의 문제에만 국한해 보여지지 않는다. 그는 누구보다도 주체적인 삶을 산다. 어쩔 수 없는 형편에 아들 친구 해효의 집에서 가사도우미 일을 하지만, 기죽거나 타인의 시선이나 오가는 말에 휩쓸리지 않는다. 어린 혜준에게 이런 상황을 이해시킬 때에도 “네가 싫다고 하면 안 할게. 엄마 인생과 네 인생은 다른거야. 엄마가 이 일 한다고 네가 기죽을 필요 없어”라고 선택권을 줄 따름이다. 정확하게 갑과 을의 경계를 만들어내려는 김이영(신애라)에게도 자존심 굽히지 않고 할 말을 다 한다. 물건을 훔쳤다고 의심을 받는 통에 일을 그만뒀지만, 능력을 인정해 다시 찾아온 이영에게 “자신이 필요하면 가겠다”고 갑을 관계를 재정의하고, 초과된 노동시간에 대한 권리도 당당히 요구한다. 현실을 직시하고, 현명하게 받아들이는 덕에 자존감도 높다. 그의 당찬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통쾌함과 위로를 동시에 받는다. 젊은 층에게는 ‘필요한 엄마’, 혹은 ‘되고 싶은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녹록지 않은 현실을 살아내는 기성 엄마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청춘기록’에 따뜻한 판타지를 불어넣는 것이다.  


반면 김이영은 한애숙과 대척점에 있다. 아들에게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난 할 게 너무 많아. 70세까지는 애들 케어하고 살 것 같다”고 자신을 설명하는 그는, 아들과 딸의 인생을 완벽하게 설계하려고 고군분투한다. 아들 해효의 매니지먼트사가 분명 떡하니 버티고 있음에도, 직접 대본을 고르고, 팬들을 관리하고, 캐스팅에 관여하기도 하며, 자신이 가진 권력으로 그의 배우로서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아들도 은근슬쩍 거부하지 않는 눈치다. 엄마 덕에 그는 걸림돌 하나 없이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해효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지만, 이영 역시도 구시대적인 인물은 아니다. 아들이 관심 있어 하는 안정하(박소담)를 밑도 끝도 없이 밀어내려고 하기보단, 어떤 인물인지 직접 겪고, 판단하기 위해 그가 일하는 헤어숍을 직접 방문한다. 그러면서 아들이 “왜 좋아하는 알겠다”며 상황을 파악할 만큼 영리하기도 하다. 이영의 모든 행동들은 요즘의 엄마들이 자녀에게 쏟는 새로운 방식의 헌신을, 그대로 떠안아 보여준다. 과연 이것이 옳은 것인지를 돌이켜 보게 만드는 존재다. 


신애라, 사진제공=tvN


엄마의 모습을 떠나, 이영은 뛰어난 패션센스와 통통 튀는 감각을 지닌 인물이다. 히스테릭하지만 뒤끝은 없는 인물. ”깜빡했다”며 애숙에게 퇴근시간 무렵 빨래 업무를 추가로 시키기도 하지만, 수당은 꼬박꼬박 챙겨준다. 안 입는 옷들은 그와 기꺼이 나눈다. 연차나 직급과 상관없이, 메이크업이 맘에 들면 “맘에 든다”고 폭풍 칭찬하고,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더욱 잘 한다고 판단될 땐, 담당자를 아랫사람으로 바로 바꿔버린다. 애숙에게 갑-을의 선을 긋는 듯하면서도, 그가 던지는 ‘팩트폭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 또한 귀여운 구석. 남부러울 것 없는, 대학 겸임교수이자 대학 이사장의 아내이지만 “부럽다 그러더라 사람들이 나보고, 다 가졌다고? 그 사람들은 모르는 거지. 소통 안 되는 남편이랑 사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건지”라고 말하는 푸념에서는, 그가 자녀의 삶에 지나치게 몰두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추측할 수 있게끔 하기도 한다. 방식은 다르지만, 이영 또한 아들에 대한 사랑만큼은 애숙에게 뒤지지 않는 인물이다. 


신애라는 그간 작품에서 소위 ‘착하다’고 여겨지는 캔디형 역할들을 주로 연기해왔다. '청춘기록'의 이영은 그의 첫 연기 변신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는 ”두 번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꼭 해보고 싶었던 역”이라며 “그동안 캔디, 오뚝이 같은 씩씩한 역할을 많이 했다. 이제 비중과 상관없이 여러 역할을 해보고 싶다. 진짜 연기를 시작하는 것”이라며 이영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캐릭터 외적으로도, 신애라의 변신은 유의미하다. 


하희라 또한 그간의 모습과 달리, 새로운 엄마의 얼굴로 변신해 소위 ‘엄마 트렌드’를 앞서 이끌 듯하다. 그는 애숙에 대해 “굉장히 멋있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고, 프로 정신을 가지고 꼿꼿하게 살아간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전혀 다른 가치관으로 제각각 삶을 꾸리는 엄마들의 케미스트리에 더해진 두 배우의 맛깔나는 연기는, ‘청춘기록’을 인생작으로 만드는 하나의 요소다. 덧붙여 이는 동갑내기 두 배우가 한물간 청춘스타가 아닌, 여전한 ‘청춘’임을 증명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이여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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