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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잡으려면 좀더 용기내줘요, 박은빈씨!

'브람스'서 절제된 감정연기로 설렘과 감동 선사

2020.09.24
사진제공=SBS


"‘흥행요정’ 박은빈을 좋아하세요?"

SBS 월화극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극본 류보리, 연출 조영민)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피아니스트 박준영(김민재)과 늦깎이 바이올린 학도 채송아(박은빈)의 잔잔한 로맨스가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과 함께 깊은 여운을 주면서 가만히 극에 몰입하게 만든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혈안이 된 듯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콘텐츠가 쏟아지던 가운데 만나게 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다. 그동안에도 풋풋한 청춘 로맨스가 없지 않았지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마치 황순원의 ‘소나기’를 통해 느꼈던 감성이라 할 만큼 순수해서 더더욱 남다르게 다가온다.

처음에는 클래식을 소재로 하고, 낭만주의를 풍미한 음악가 슈만과 그의 아내 클라라, 그리고 슈만의 제자이자 클라라를 평생 사랑한 브람스의 삼각관계를 모티브로 한 듯한 이야기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두 남녀 주인공이 서로 가까워지는 모습에 시청자들의 마음이 더 기울어졌다. 준영의 말처럼 마음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지만, 누군가 상처받을 수 있는 상황이면 티 나지 않게 마음의 우산이 돼 주며 시청자들까지 ‘심쿵’하게 했다. 

무엇보다 송아가 보여주는 삶의 태도가 이러한 관계를 가능하게 했다.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령대의 경제학과에 가놓고 바이올린이 너무 좋아 4수 끝에 서령대 음대에 들어간 송아는 재능이 뛰어난 음악도들 사이에서 실력이 뒤처지는 상황이다. 오케스트라에서 맨 끝자리에 앉을 실력이라 서령대 대학원 입시로도 고군분투 중인데 그렇다고 비관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바이올린에 매진하며 담담히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중인 송아는 눈물은 날지언정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지난 22일 8회 방송 엔딩에서는 끝내 준영의 마음을 얻어내고야 말았다.

사진제공=SBS

송아가 준영의 첫사랑이었던 이정경(박지현)의 마스터클라스에 참여한 것도 그렇다. 앞서 “괜찮겠냐”고 묻는 준영에게는 “준영씨에 대한 내 마음도 중요하지만, 나한테는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다른 것도 있다. 그래서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내 감정에 휘둘려서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송아의 성숙함에 감탄하고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어쩜 이렇게 기특할 수가 있을까 하며 송아를 어여삐 바라보다 보면 그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가 박은빈이었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박은빈은 지난 2016년 JTBC ‘청춘시대’의 송지원 역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며 안방극장의 새로운 재원으로 떠올랐다. 올초엔 SBS ‘스토브리그’의 이세영 역으로 흥행을 이끌며 차세대 안방퀸으로서 입지를 확실히 했다. 그러나 비단 최근의 행보뿐 아니라 아역배우 출신으로 올해로 데뷔 25년차라는 사실을 곱씹어볼 때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묵묵히 걸어왔을 박은빈이 눈에 선하며 지금의 채송아와 겹쳐 보이는 것이다.

박은빈은 KBS1 ‘천추태후’(2009), MBC ‘선덕여왕’(2009), ‘계백’(2011), ‘구암허준’(2013), SBS ‘비밀의 문’(2014) 등 어린 시절 많은 사극에서 단아한 자태를 뽐내며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강단 있는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렇게 ‘사극요정’으로 잘 자란 그에게 그때 배운 것인지 본래 자신의 것인지 차분한 매력은 연기자로서 큰 무기이자 자산이 됐다.

그러나 ‘청춘시대’에서는 발랄함으로, ‘스토브리그’에서는 당찬 매력으로 눈도장을 쾅 찍으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팬들에게 박은빈이 명랑하고 쾌활한 이미지의 꽃띠스타가 돼버렸다. 실제로 ‘청춘시대’와 ‘스토브리그’로 박은빈의 팬이 된 사람들은 최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홍보차 예능과 라디오 등에 등장한 차분한 그를 보면서 “그때가 캐릭터였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사진제공=SBS

이렇듯 박은빈은 한 작품, 한 작품 출연하며 한 벌, 한 벌 옷을 갈아입듯 캐릭터를 바꿔가며 끊임없이 자신에게 맞는 새 옷을 찾아가는 중이다. 현재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차분히 꿈을 찾아가는 채송아에 딱 맞는 연기가 나오는 이유다.

박은빈이 채송아로 꼭 알맞은 모습을 보여주는 만큼 그와 호흡하는 박준영 역의 김민재도 그에 걸맞은 모습이 되고 있다. 송아가 준영의 페이지터너가 되어 피아노와 호흡을 맞췄듯 두 배우가 딱 맞는 템포로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다. 또 그들의 호흡에 맞춰 시청자들 역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이야기를 따라가는 중이다.

이 덕분에 요즘처럼 빠름과 강렬함이 미덕인 시대에 신기할 정도로 느리고 잔잔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오히려 더 색다르고 강한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있는 힘껏 다 드러내는 시대에 담아두고 함축하며 자신만의 템포로 흘러가고 있다. 준영에게 마음을 고백한 송아는 송아대로, 송아에게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준영은 준영대로 자신의 템포로 말이다. 잔잔하고 차분해도 요즘 청춘은 역시 다르다 싶게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고 자신을 지킬 줄 아는 모습이다.

사진제공=SBS

게다가 준영에게 서운하다고 말하는 모습조차 참 예의 바른 송아이고, 기다려달라고 말한 준영도 곳곳에서 송아를 배려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심지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어느 캐릭터 하나 위선적이거나 가식적이지 않아서 놀랍다.

최근 몇 회에서 정경이 이기적인 모습으로 혀를 끌끌 차게 하기는 했다. 그래도 서툴고 덜 영글어 그런것이지 이해 못할 캐릭터는 아니다. 재단 이사장(예수정)이나 준영의 한국 일을 맡게 된 박 과장(최대훈), 준영을 레슨 하는 류 교수(주석태) 등 여기저기서 급을 따지며 주인공들의 마음을 콕콕 찌르는 이들이 차라리 더 나쁘다고 느껴진다. 그럼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편치 않아도 일단 듣게 된다. 

두 사람의 로맨스가 이제 막 본궤도에 올랐는데, 월드클래스와 음대생의 레벨 차를 따지는 세간의 시선이 이들을  얼마나 힘들까 할까 벌써부터 가슴이 메어온다. 이 로맨스의 끝이 무조건 해피엔딩이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반환점을 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결말에 이르기 전 두 사람의 삐걱거림으로 팬들을 안타깝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면 기우일까.

채송아에게 송지원과 이세영의 발랄함과 당참이 필요한 시점 같다. ‘흥행요정’ 박은빈의 뒷심이 기대된다. 그게 준영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큰 힘이 될 듯하다.

조성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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