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트로트의 미래를 바라보는 두 시선

트로트 열풍 이으려면 '제2의 임영웅' 찾아라!

2020.09.16

사진제공=TV CHOSUN '사랑의 콘센타'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반짝이는 별을 발견하면 시선이 머문다. 대중문화에서 스타의 존재가 그렇다. 수많은 연예인 중에서 시선을 강탈하는 연예인 중의 연예인도 있다. 좋다 싶다가도 금세 반응이 시큰둥해질 수 있는, 그래서 경쟁이 치열한 연예판에서 스타의 존재감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요즘 존재감을 드러내는 대세는 임영웅, 영탁, 이찬원, 정동원, 장민호 등 올초 TV조선 ‘미스터트롯’에서 배출한 스타들이다. 이들은 각종 예능과 광고를 섭렵해서 몇 개월째 판을 휩쓸고 있다. 이들을 앞세운 TV조선 ‘사랑의 콜센타’와 ‘뽕숭아 학당’ 등 스핀오프 프로그램들도 하나 같이 성공했다.

덕분에 ‘미스터트롯’의 전신인 ‘미스트롯’으로 시작한 트로트의 인기는 ‘미스터트롯’ 톱7의 스타성과 어우러져 회오리를 일으켰다. 그 여파로 올 상반기에 론칭되고 방영된 트로트 프로그램만 해도 한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졌다. 그런 가운데 현재 방송 중인 MBN ‘보이스트롯’과 지난주 시즌2로 새로 출발한 SBS ‘트롯신이 떴다-라스트 찬스’는 시청률 두 자릿수로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트로트를 향한 팬들의 관심이 대단하고 이에 부응하는 방송가의 노력도 가상하다. 그런데 과연 트로트 인기 돌풍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많은 연예 관계자들이 트로트 인기 장기화에 궁금증을 품고 지켜보고 있다. 트로트 프로그램의 ‘홍수’ 혹은 ‘쏠림 현상’이라는 표현에서 탐탁지 않은 심기도 느껴진다.

물론 한동안은 트로트가 인기를 지속할 여력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른 말로 전통가요라고 불릴 정도로 깊이와 내공이 있는 트로트가 오랫동안 방송으로부터 외면당하며 침체기를 겪다가 최근 새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만큼 보여줄 게 많기 때문이다.

사진제공=SBS

그러면서도 자꾸 의구심을 보이며 앞날을 점치려 하는 까닭은 뭘까. 몇 년 새 확인된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부침 현상이나 특정 장르의 득세 때문일 수도 있다. 트로트도 그 연장선상이 아닐까 하며 의문이 드는 이유다. 선례들을 돌아볼 때 새로운 시즌을 위해 최근 다시 참가자를 모집한 ‘미스트롯’도 몇 번쯤 더 하고 나면 역시나 기세가 꺾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트로트 프로그램들이 천편일률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 현재의 트로트 인기에 위협이 된다. “또 오디션”이라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심지어 심사위원들에 해당하는 고정 출연자들까지 겹치는 모습이어서 잘 모르고 보면 프로그램이 잘 구별되지 않을 정도다. 

이에 이구동성으로 가용할 트로트 레전드의 풀이 크지 않다고 답하고들 있다. 트로트 레전드가 많은 것 같지만, 의외로 많지 않아서 실력은 뛰어나도 방송과 예능에 능숙한 레전드를 찾자면 쉽지 않은 것. 한 트로트 기획사 관계자는 “얼굴과 노래가 매치되는 가수는 물론 노래도 유명하고, 후배 가수를 심사할 실력자들은 더더욱 별로 없다. 유명해도 최근 활동을 안 한 사람이라면 방송에 출연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 지상파 예능 PD도 “쓸 수 있는 사람이 한정적이다. 그 분야의 최고가 많지 않다. 사람은 문제가 아니다. 좋은 스타를 쓰는 건 (제작진으로서) 당연하다. 강호동과 유재석을 여러 프로그램에서 쓰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밝혔다. 다만 “포맷이 비슷한 것은 아쉽다 할 수 있다. 같은 심사위원이 심사하는 대상만 달라진 꼴이 됐다”고 봤다.

새로운 전설을 발굴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트로트가 재조명되고 판이 커진 것은 맞지만,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게 레전드 심사위원들에 의해 운영되며 시선을 끌지만 새로운 스타는 배출되지 않고, 스타가 나와도 자신의 곡으로 인기를 끄는 게 아니라서 가수로서 생명력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영웅, 사진제공=TV CHOSUN '사랑의 콜센타'

그렇다고 하더라도 트로트 업계의 낙관론에도 귀 기울여 줄만 하다. 현재의 트로트 드라이브에 브레이크가 걸리지는 않을까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전망을 밝히는 것인데, 지금처럼 조명을 받는 것만으로도 업계에 숨통이 트이고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게 고무적이기 때문이다. 연배 높은 어른들의 전유물로 치부되던 트로트에 나이 어린 팬들이 생기고, 방송사마다 앞다퉈 트로트를 다루는 현실만으로도 트로트계의 판도가 달라진 것이다.

앞으로 트로트가 저변을 더욱 넓히기 위해서는 현재의 방송 트렌드에 기댈 게 아니라 트로트 장르가 힘을 키워야 한다는 내부의 목소리도 있다. 트로트 프로그램들이 식상해졌다는 혹평에 대해서도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도 늘 식상해졌다. 그래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업그레이드됐다. 트로트도 시간을 두고 그러한 과정을 거칠 수 있으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고 보면 아직 물렸다고 하기에는 트로트 열풍이 채 몇 개월이 되지 않았다. 다른 예능들처럼 수정과 보완을 통해 충분히 거듭날 여지가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보면 예전에 KBS1 ‘가요무대’라면 아이돌이 나와도 안 봤는데, ‘가요무대’에서라면 패스했을 노래를 ‘미스터트롯’ 이후 다양한 트로트 프로그램을 통해 듣게 되니 채널이 고정되고 노래에 감동했다는 반응도 있다. 아무리 천편일률적이라고 해도 확실히 과거와 다른 기획과 연출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또한, 기쁠 일이 별로 없는 요즘 같은 코로나 정국에 마음을 달래줄 무엇이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데, 그게 트로트이고 임영웅이라는 팬들이다. 하물며 제2의 임영웅 혹은 제2의 송가인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지켜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임영웅의 존재만으로도 고맙다는 팬들에게 새롭게 왕좌에 등극한 스타도 그런 마음이 들게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스타의 존재가 중요한 문제인가 보다. 새로운 트로트 스타의 지속적인 배출이 트로트 인기가도의 관건이 될지 모른다. 대중문화 혹은 예능에서 소외되던 60~70대가 주축이 되고 과거 트로트를 좋아하지 않던 40~50대가 트로트의 맛에 빠진 이상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것이다. 제2의 임영웅을 기다려봐야겠다. 

조성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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