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수', 예뻐지고 싶은 탐욕이 낳은 비극

2020.09.15

사진제공=(주)에스에스애니멘트


네! 물론입니다. 바른 후 찰흙처럼 쪼물딱 거려서 얼굴을 만들 수 있는 화장품이 나온다면 좀 비싸더라도 한병에 100만원 정도는 내고 살 의향이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 저와 비슷한 생각일 겁니다.

 

지난 9월9일 개봉한 기기괴괴 성형수(감독 조경훈)는 오성대 작가가 네이버 웹툰에 연재 중인 '기기괴괴'중 69화부터 79화까지의 단편 '성형수'를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 올해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공개됐다. 

 

오랜만에 간 극장은 참으로 낯설었다. 거리두기 2.5단계의 위력이 몸으로 체감되었다. 극장 입구에서 체온을 재고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적고 극장 안으로 들어가 보니,좌석과 좌석 사이의 거리두기를 위해 한칸 걸러 한칸씩 하얀 띠로 좌석이 포장되어 있었다. 그래서 같이 간 친구와 따로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영화가 시작되자, 친구와 나 포함, 극장엔 총 5명뿐이었다. 영화계가 얼마나 불황을 겪고 있는지, 또 앞으로 얼마나 힘든 불황이 기다리고 있을지, 영상산업 전체의 판이 이젠 완전히 바뀔 것 같은 예감이 스쳐지나갔다. 불과 9달 전까진 극장에 가는 일이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다 큰 어른이 동물원 구경가는 것만큼이나 희귀한 일이 되고 말았다.

모든 변화는 그렇게 급격히 오는 것 같다.

 

‘기기괴괴 성형수’도 그렇다.물과 성형수를 4:1 비율로 섞은 후, 20분간 얼굴을 담가주면 근육과 살의 성질이 찰흙처럼 변해서 전혀 다른 얼굴로 순식간에 만들 수 있다. 관객으로 보고 있는 나도 땡긴다. 저런 게 있다면 당장 구매하고 싶다.


사진제공=(주)에스에스애니멘트


영화는 뚱뚱하고 못생겼단 이유로 늘 천대받아 심한 외모컴플렉스를 안고 사는 여주인공 예지가 ‘성형수’를 통해 전혀 다른 외모로 변신한다는 내용. 뚱뚱하고 못 생겨서 차별받는 여자가 성형으로 아름다워지고 ‘아싸’에서 ‘인싸’로 거듭나는 이야기는, 앞서 2006년에 ‘미녀는 괴로워(감독 김용화)’에서 보았다. 그런데 성형이란 소재와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이라는 주제를 빼놓곤 참 다르다.


실사영화인 ‘미녀는 괴로워’는 오히려 동화적이고 따뜻한 이야기다. 여주인공이 착하고 결말도 착하게 끝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기괴괴 성형수’는 애니메이션인데도 실사영화보다 더 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기괴한 걸 뛰어넘어 무섭고 섬뜩하다. 단지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주제를 뛰어넘어 인간의 무서운 탐욕과 이기심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보면서 이렇게 불편하고 울렁거려지는 애니메이션은 머리털 나고 처음이다. 하지만 그래서 신선하고 인상 깊다.

 

주인공 예지는 처음엔 성형수를 얼굴에만 바른다. 얼굴은 날씬하고 예쁜데 몸만 뚱뚱한 채로 남게 되자, 부모님께 2억원을 마련해달라고 졸라 성형수 전문관리 샵을 찾아가 몸까지 완벽하게 뜯어고친다.그리고 모든 남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잘 나가는 연예인이 된다.

 

하지만 예지의 욕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살이 조금 붙었다고, 또 성형수를 구입한다. 욕실에 성형수를 가득 풀어놓고, 알람을 맞춘 뒤 욕조에 들어가서 잠들어버린다. 휴대전화 배터리가 떨어져서 알람이 울리지 않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나 예지가 깨어난다. 예지의 몸과 얼굴은 어떻게 돼 있을까? 스포일러 때문에 여기까지만 하겠다. 궁금하면 웹툰으로 먼저 찾아봐도 된다.

 

영화는 예지가 끝없이 더 예뻐지고 싶은 욕망이, 이기적인 탐욕으로 그리고 광끼로 변해가는 걸 보여준다. 보고 있자니, 정말 현실감 있는 스토리다. 인간의 탐욕은 정말로 끝이 없고, 이기적이다. 지금의 코로나 사태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코로나19의 원인도 결국 인간의 이기적인 탐욕 때문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어젯밤 3호선 지하철에서 턱스크 상태로 30분 넘게 전화통화를 하던 아저씨! 공원에서 노마스크 상태로 술파티를 하며 노래를 부르던 아저씨들! 당신들의 이기심이 정말 ‘예지’만큼이나 징글징글합니다요!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를 보기 전에 오성대 작가의 웹툰 '기기괴괴'를 먼저 보고 가라고 추천하고 싶다. '기기괴괴'는 기괴한 괴담들의 단편 모음들인데, 하나같이 상상 이상의 상상을 보여주는 기발하고 독특한 이야기들이다. ‘성형수’ 이후의 이야기인 ‘뉴성형수’라는 단편도 있으니, 찾아보길.


고윤희(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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