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담기 힘든 '킹키부츠'의 흥과 매력

2020.09.08

뮤지컬 '킹키부츠' 김성규.

공연을 글로 소개하는 사람으로서 뮤지컬 '킹키부츠'와 같은 작품을 만나면 무력해진다. 개성 있는 캐릭터와 심플한 이야기, 그리고 선명한 메시지를 지닌 작품이지만 이것만 이야기해선 뮤지컬 '킹키부츠'의 진면목을 제대로 전달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야기보다는 드랙퀸 롤라와 엔젤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와 여기서 발생하는 열정과 에너지, 그리고 저절로 흥이 나서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음악이 주는 감흥이 진정한 '킹키부츠'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어린 시절부터 구두에 대한 다른 추억을 지닌 찰리와 롤라로부터 시작된다. 대대로 수제구두를 만들어오던 집안에서 태어나 가업을 이어받길 바라는 아버지로부터 구두 만드는 기술을 배워왔던 찰리, 그리고 프로복서인 아버지에게 자랐지만 어려서부터 구두가 좋았던 드랙퀸 롤라가 주인공이다. 가업을 이어받기 싫었던 찰리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적자로 허덕이는 회사를 인계받는다. 돌파구를 찾던 찰리는 우연히 드랙퀸 롤라를 만나게 되고 드랙 쇼에 사용될 신발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려고 한다. 보수적인 마을의 신발 공장에 개성 강하고 자존감 강한 드랙퀸 롤라가 오면서 생기는 갈등과 화해가 작품의 내용이다.

 

공장의 사람들과 롤라, 그리고 아버지의 기대 이상을 해내고 싶었던 찰리와 언제나 당당했던 롤라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공장 사람들과 찰리가 있는 그대로의 롤라를 받아들이면서 화해하는 극이다.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받아들이자는 메시지는 대중물에서 퀴어를 다룰 때 흔히 보이는 주제다. '헤드윅'의 창작자이자 주인공인 존 카메론 미첼은 퀴어를 성소수자의 특정한 취향으로 한정하지 않고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프리즘을 통해 제3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퀴어를 다루는 대중물은 세상을 좀더 성숙하게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보편적인 관객에게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처럼 뮤지컬 '킹키부츠'는 삶에 대한 성찰과 성장을 다룬다. 그러나 작품을 보고 나면 묵직한 메시지보다 경쾌하고 발랄한 롤라의 위트 넘치는 입담과, 엔젤들의 화려한 쇼가 먼저 들어온다. 가장 먼저 독창적이고 유쾌한 롤라의 화술에 매료된다. 누구보다도 패셔너블한 감각의 소유자인 롤라가 입고 등장하는 화려한 의상과, 화려하고 당당한 드랙퀸 엔젤들의 파워풀하고 역동적인 춤은 “신사 숙녀 그리고 아직 그 사이에서 자신이 어디에 설지 결정하지 못한 분들”에게 비주얼적으로 큰 만족감을 준다.


뮤지컬 '킹키부츠' 최재림.


음악이 나오는 순간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드는 신디 로퍼의 노래는 지금의 '킹키 부츠'가 있게 한 일등 공신이다. 디바의 등장을 알리는 팡파레 같은 ‘Land of Lola’나 원하는 킹키부츠를 만들고 엔젤들과 공장 일꾼들이 합창하는 ‘Everybody Say Yeah’, 그리고 밀라노 패션쇼 장면에서 부르는 ‘Raise You Up/ Just Be’은 동영상이라도 꼭 찾아보길 바란다. 극의 내용을 알지 못해도 작품의 에너지와 흥겨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네가 힘들 때 곁에 있을게, 삶이 지칠 때 힘이 돼줄게, 인생 꼬일 때 항상 네 곁에.” 특히 ‘Raise You Up’의 가사는 코로나로 의기소침한 마음에 희망을 주고 활기를 불러일으킨다.

 

'킹키부츠'는 신디 로퍼의 뮤지컬 데뷔작이었다. 그는 이 작품으로 토니상 작곡상을 받았다. 토니상 60여 년의 역사상 첫 여성 작곡상 수상자였다. 신디 로퍼의 신나는 음악과 위트 넘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 롤라, 그리고 그와 드랙퀸 엔젤들이 꾸미는 화려한 퍼포먼스는 글로는 다 옮기기 힘든 에너지와 활력을 준다.

 

2014년 한국 초연 이후 네 번째 시즌을 맞는다. 매 공연마다 완성도를 높여 왔는데 한국적인 정서를 제대로 반영한 성공적인 번역으로 라이선스 공연의 간극을 극복한다. 붉으죽죽한 가죽 부츠를 ‘육포와 선지’로 비유한 표현은 롤라의 위트 있고 개성 넘치는 유머를 한국적으로 소화한 좋은 예일 것이다. 이번 시즌에는 기존 캐스트와 롤라 역의 박은태, 찰리 역의 김성규, 그리고 로렌 역의 김환희 등 새로운 캐스트가 가세하여 다양한 조합을 선보인다. 특히 그동안 무게 있는 역할을 주로 연기한 박은태가 위트 넘치는 언니 롤라로 변신한다. 11월 1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박병성(공연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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