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Dynamite’는 무엇이 달랐나

2020.09.03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BTS)이 드디어 빌보드 핫100 1위에 올랐다. 이들의 첫 영어 싱글 ‘Dynamite’는 발표와 동시에 유튜브 조회수, 라디오 방송 횟수 등 각 부문에서 BTS가 지금까지 발표했던 곡 가운데 가장 좋은 수치를 기록하며 1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미 차트가 발표되기도 전 경제 전문지 포브스 등 다수의 해외 언론은 ‘Dynamite’가 BTS의 싱글 차트 첫 1위 곡이 될 것이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8월 31일, 기대에 부응하듯 빌보드는 9월 5일 자 핫100 1위가 ‘Dynamite’라는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Dynamite’는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른 곡이자, BTS를 빌보드 메인 차트 정상에 모두 오른 가수로 만든 곡이 되었다. ‘Dynamite’가 어떻게 빌보드 1위가 되었는지에 대한 분석은 가지각색이겠지만 적어도 이 곡이 지금까지 BTS의 행보에서 다소 이례적인 곡이었음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Dynamite’가 가진 세 가지 다른 점으로 BTS의 다음을 살짝 엿보자.

#디지털 싱글

‘Dynamite’는 BTS가 2013년 데뷔 이후 처음 발표하는 디지털 싱글이다. 정규 앨범 개념이 희미해지고 앨범 한 장을 2, 3개로 나눠 발매하는 게 당연해진 지금 꽤 고전적인 방식으로 활동해왔구나 싶지만 실은 바로 그 지점이 BTS의 공고한 팬덤을 만들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이었다. BTS 음악 세계의 가장 큰 특징으로 지적되는 다층적 세계관은 한 곡의 노래로 풀어내기엔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복잡할수록 팬들의 몰입을 끌어낸다. 한 장의 앨범에 담긴 다양한 수록곡들 사이 촘촘히 연결된 서사와 메시지는 그대로 멤버들의 캐릭터와 연결되며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Dynamite’엔 그것이 없다. 그 빈자리에는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의 습격으로 고통 받고 있는 전 세계와 호흡하고자 하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이 밴드’의 경쾌한 모습이 채워졌다. 지금의 BTS이기에 택할 수 있는 카드였고, 지금의 BTS이기에 불러올 수 있는 폭발력이었다. BTS라는 이름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영어

BTS가 지금까지 영어로 발표한 곡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해외 아티스트와 합작한 곡이나 ‘MIC DROP’ 리믹스 버전 등에서 영어 위주로 가사를 구성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정식 활동 곡을 영어로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멤버들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영어로 작업하게 된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영어 가사가 멜로디에 더 잘 붙어서’. 영어가 아닌 자국어로 세계시장 진출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정체성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로서는 도전이 분명했을 이 새로운 시도는 뜻밖에 가벼운 무게였고, 그 가벼움은 그대로 노래가 가진 티 없는 희열로 이어졌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이러한 변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건 역시 일반 대중이었다. 지금껏 관행처럼 여겨졌던 금요일 저녁 6시가 아닌 오후 1시(미국 동부시간 해당일 자정) 공개된 ‘Dynamite’는 케이팝 최초로 글로벌 스포티파이 탑50에 1위로 진입한 것은 물론, 그동안 약체로 지적되었던 라디오 차트에서도 역대 최고 순위인 30위로 진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세인 유튜브에서는 공개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1억뷰를 돌파하며 자체 최고 기록은 물론 전세계 최단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 한 해 월드 투어로 이들을 직접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전세계 팬들 역시 익숙한 언어로 전해진 희망의 메시지가 더욱 반갑기는 마찬가지였다. 소속사 빅히트가 1월 발표한 일정에 따르면 BTS는 4월 11일 서울을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 영국, 스페인, 독일을 거쳐 9월 1일 도쿄까지 장장 5개월에 걸친 월드 투어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디스코

디지털 싱글과 영어라는 새로운 도전에 하나 더 얹혀진 건 디스코였다. 전 세계가 레트로로 떠들썩하다지만 힙합 아이돌로 시작해 팝 스타로서의 위용을 갖춘 지금까지 디스코는 BTS가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던 장르였다. 작곡 진부터가 이례적이었다. ‘Dynamite’의 크레딧에는 이들의 데뷔부터 지금까지 함께 호흡을 맞춰온 익숙한 이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헤일리 스타인펠드와 조나스 브러더스와의 작업으로 알려진 데이비드 스튜어트와 제시카 아곰바르가 함께 완성한 이 디스코 팝은 RM의 말에 따르면 ‘데모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가사, 분위기 등 모든 것이 완벽했다’. 아련한 신시사이저와 펑키한 기타 연주, 힘찬 브라스 세션이 쉼 없이 교차하는 가운데 비트에서 멜로디, 특정 동작을 강조한 안무, 복고풍 의상까지 노래는 디스코와 그로 인해 파생된 모든 것을 온몸으로 수용한다. 그 어느 때보다 밝은, 8, 90년대 미국 하이틴 영화를 연상시키는 파스텔 톤 뮤직비디오가 자극한 건 지구 위에 사는 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품고 있는 ‘좋았던 시절’에 대한 향수와 순수한 즐거움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곡이 BTS의 지난 어떤 노래보다 뉴에디션, 뉴 키즈 온더 블록, 엔싱크, 원디렉션 같은 해외 보이밴드들의 진용을 떠올리게 하는 건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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