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이 센언니 4인방에게 쫄지 않는 이유는?

'환불원정대' 유재석 특유의 리더십 빛을 발휘해

2020.08.31

사진출처=방송캡처

불안의 끝. 세상의 종말이 온 것같이 적응이 되지 않는다. 거리엔 사람도 거의 없고, 음식점과 상점들도 거의 문을 닫았다. 웃을 일이 없다. 잠시 피곤한 뇌를 이완시키려고 TV를 켰더니, 드라마는 심각한 스토리 천지고, 뉴스는 더 심각하다. TV의 자막은 붉은색이 많아졌다. ‘긴장’과 ‘위험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웃을 일은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일 뿐이다. 특히 MBC ‘놀면 뭐하니?’의 '환불원정대'. '환불원정대'가 출격을 시작했다. 지난 편에는 '부캐(부캐릭터)' 이름을 정하고, 서로 면접을 보고 간을 보더니, 이번 편에는 로드매니저들의 면접을 보는 과정이 그려졌다.

 

엄정화는 만옥. 이효리는 천옥, 제시는 은비, 화사는 실버. 유재석은 해외파 제작자‘지미 유’로 부캐(부캐릭터)의 이름을 정했다.(이효리 이외에는 확정이 아니어서 바뀔 가능성 있음) ‘지미 유’는 B급 정서 가득 실린 90년대 조폭영화에서 많이 보았던 의상을 입고 나와 센 언니 넷과, 상대적으로 연약해 보이는 세 명의 로드매니져 후보들과 아주 맛깔나는 케미를 보여주었다.

 

한 프로그램 안에서 연달아 7명의 캐릭터를 상대하면서, 7명 다 저리 재밌는 캐릭터로 만들어 줄 수 있다니! 유재석은 누굴 만나도 다 재미가 있다. 유재석이 재미있는 게 아니라, 유재석이 만나 사람들이 재미있어진다. 언어유희가 뛰어난 이효리도 다른 사람 앞에서보다, 유독 유재석 앞에서만 뛰어난 언어유희를 보인다.


사진제공=방송캡처


전에는 유재석의 장수비결이 성실함과 착한 이미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크게 웃기지는 않지만, 선하고 착한 이미지로 오래가는 것이라고. 하지만 '환불원정대'에서 네 명의 센언니들을 대하고, 또 로드 매니져 면접을 하는 것을 보니, 아무도 따라가지 못할 그의 강점은, 착함도 선함도 아닌 ‘안정감’이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느끼는 ‘안정감’이란 무엇이냐? 그건 바로, 내가 무슨 짓을 하건, 날 받아줄 것 같은 마음이다. 내가 이상한 짓을 해도 공격하지 않을 것 같은 마음. 그 마음이 들 때, 사람은 상대에게 안정감을 느낀다. 조금만 선을 벗어나는 행동을 해도 바로 무차별 공격의 대상이 되는 요즘, 이런 안정감을 주는 사람을 TV에서도 만나고, 현실에서도 옆에 두어야 불안함이 조금은 가시는 느낌이다. 아마도 그래서, 이효리는 유재석 앞에만 가면 유독 재미있어지고 많이 웃나보다. 이효리뿐만이 아니다. 엄정화도, 제시도, 화사도, 유독 유재석과 단 둘이 면접을 볼 땐 ‘무장해제’되어 가장 재밌는 모습들이 튀어나왔다. 사람은 누구나 편안할 때 제일 재밌어지고, 제일 유능해지며, 제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럼,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는 유재석의 편안함은 어디에서 올까? 내가 상대를 불편하게 느끼면, 상대도 나를 불편해 한다.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사람과 사람의 기운은 말로 안 해도 그렇게 느끼고 통하도록 되어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을 봐도 유재석은 사람을 어려워 하지 않는다. 자신이 사람을 어려워하지 않으니, 사람들도 유재석을 어려워하지 않고, 술술 자기 이야기를 잘 풀어낸다.


사진출처=방송캡처


면접 보러 온 예비 로드매니져들은 유독 네 명의 센 언니들을 부담스러워했다. 내가 보기엔 그리 세 보이지 않은 ‘그냥 개성이 강할 뿐인’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가 너무 세서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단 이야기들이었다. 면접 보러 온 양세찬,조세호,정재형도 만만치 않게 개성이 강해 보이는 캐릭터들이다. 그리고 모두 유재석에게 그 센 언니 넷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며 신기해하고 걱정도 했다. 실제로, 엄정화와 이효리, 제시, 화사와의 자리에선, 일순 유재석이 센 언니들의 기에 밀려 쩔쩔 매는 듯한 모습도 있었다.

 

그러나 진짜 ‘쩔쩔매는 것’과 ‘쩔쩔 매는 듯한’것은 다르다. ‘쩔쩔매는 것’은 끌려가는 것이고, ‘쩔쩔매는 듯한’것은 리드하는 것이다. 리드하려고 하면 상대가 내 말에 안 따라줄 때 ‘쩔쩔 매게’된다. 애초에 리드할 생각이 없고, 그렇다고 굳이 상대에게 다 맞춰줄 필요성도 못 느끼며 ‘너는 너고’ ‘나는 나’ 라고 생각해버리면 상대를 감당하지 못할 일은 없다. 센 언니들이 이따금 ‘지미 유’를 만만하게 대하기도 했지만, ‘지미 유’는 개의치 않았다. 거기서 발끈하고 자존심을 세우면 진짜 만만한 상대가 되지만, 개의치 않으면 편안한 상대가 된다. 소통이 되면 편안함이고, 소통이 안 되면 만만함이다.


실제로 유재석은 네 언니들이 무슨 이야길 해도 다 들어주었지만, 다 받아주진 않았다. 받아주지 않았을 뿐, 편견을 갖거나 거부하지도 않았다. 그게 바로 요즘 시대에 가장 시의적절한 리더쉽이 아닐까? '환불원정대'의 네 명의 센 언니들은 유재석에 기대어 산다. 그 센 언니들을 유재석만이 감당해낼 수 있는 이유다.


고윤희(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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