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규영, 가랑비처럼 소리없이 스며든 心스틸러

2020.08.29

사진제공=사람엔터테인먼트


착실한 모범생의 이미지가 강했다. 화제리에 끝난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극본 조용, 연출 박신우)서 남주리 역할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배우 박규영은 신인답지 않은 자연스러운 연기력과 수수한 매력으로 팬층을 넓히고 있다. 여기에 성실함과 근성까지 갖춰 많은 제작 관계자들과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제2의 신혜선’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


박규영이 신혜선과 비교되는 건 아주 작은 역할부터 시작해 한 계단씩 올라가 주연급 연기자로 올라서는 과정이 비슷하기 때문. 우연한 기회에 촬영한 대학생 잡지 표지 화보가 전 소속사 관계자의 눈에 띄어 배우의 길에 들어선 박규영은 2016년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을 시작으로 ‘그냥 사랑하는 사이’, ‘제3의 매력’, ‘로맨스는 별책부록’ ‘녹두꽃’ 등에서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인지도를 넓혀갔다. 박규영이 더욱 기대를 모으는 건 매 작품 같은 배우라는 걸 눈치 못 챌 정도로 색깔이 다른 캐릭터들을 똑 떨어지게 연기해내서다. 나중에야 같은 인물인 걸 알아챈 후 박규영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박규영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많은 분들이 ‘사이코지만 괜찮아’ 전 제가 출연했던 필모그래피를 보고 ‘같은 사람인지 몰랐다’고 말씀하세요. 배우로서 최고의 칭찬이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아주 좋아요. 전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신인으로서 그렇게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니까요. 감독님이랑 작가님들이 절 예쁘게 봐주신 덕분이에요. 제가 오디션에 강하다고 하는데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오디션에서 역할을 따내든 아니든 상관없이 나만의 매력을 제 방식대로 차분하게 보여드리고 오자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결과들이 좋았어요.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제가 연기한 남주리는 이제까지 제가 연기했던 역할 중 제 본연의 모습과 가장 닮은 구석이 많았어요. 남들에게는 감정을 억제하며 늘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억눌렀던 감정이 표출되는 게 많이 비슷했어요.”


박규영이 김수현 서예지 오정세와 호흡을 맞춘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자폐신드롬을 앓고 있는 형을 보살펴야 한다는 삶의 무게 때문에 사랑을 거부하던 정신병원 보호사 문강태(김수현)와 태생적인 결함으로 사랑을 모르고 살아온 동화작가 고문영(서예지)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사랑을 이루는 과정을 담은 작품. 박규영은 암울한 분위기가 가득한 드라마 속에서 봄 햇살 같은 밝음을 담당하는 정신병원 간호사 남주리 역을 매력적으로 소화해내 호평을 받았다. ‘단발병’을 부르는 헤어스타일에 노메이크업의 청순한 얼굴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화려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서예지의 패션스타일과 대비를 이루며 결코 밀리지 않는 매력을 과시했다.


사진제공=사람엔터테인먼트


“노메이크업은 아니었어요. 사실 화장은 할 만큼 한 것이었는데 깨끗하고 수수한 스타일의 메이크업이 저에게 더 어울리나 봐요. 단정하고 깔끔한 주리 캐릭터와 잘 맞아 떨어지니 더 예쁘게 봐주신 같아요.(웃음) 단발머리는 주리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결정했어요. 정신 병원 간호사니 차분하고 단정하게, 머리를 짧게 잘라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시청자 게시판에서 ‘단발여신’이라는 표현을 봤는데 예상치 못한 칭찬이었어요. 감사할 따름이에요. 서예지 선배님과 매력대결요? 에이 말도 안돼요. 제가 감히 어떻게.(웃음) 그리고 캐릭터 색깔이 전혀 다른데요. 촬영 내내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감탄했어요.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내는 걸 보며 많이 배웠어요. 또한 촬영장에선 절 많이 챙겨주셨어요. 극중에서 문영과 주리는 초등학교 친구지만 아무래도 제가 후배다 보니 어려워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나 선배님이 먼저 다가와 절 이끌어주시더라고요. 정말 감사했어요.”


남주리는 문강태를 오랫동안 짝사랑해왔지만 문강태의 마음은 고문영을 향하고 남주리는 고문영의 출판사 대표인 이상인(김주헌)과 러브라인을 이루게 된다. 특히 박규영은 섬세한 감정연기로 김주헌과 미묘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썸을 귀엽게 그려내 극에 깨알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문강태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고 이상인에게 펼친 만취 주사 연기는 실감나게 리얼해 시청자들에게 큰웃음을 주었다. ‘주사연기가 생활형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자 박규영은 폭소를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제가 원래 술을 잘 못해요. 맥주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져 더 못 마셔요. 절대 경험이 아닌 다 상상을 통해 펼친 연기일 따름이에요.(옷음) 김수현 선배님은 제가 배우가 되기 전부터 정말 대스타이셨기 때문에 함께 연기를 하면 어떨까 정말 많이 궁금하고 기대됐어요. 캐스팅되고 나서 무척 기뻤지만 부담이 없는 건 아니었어요. 그러나 선배님이 정말 잘 이끌어주셨어요.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였죠. 연기를 하면서 제가 궁금한 걸 물으면 친절하게 대답해주고 많이 도와줬어요. 함께할 수 있어 정말 영광이었어요. 김주헌 선배님은 정말 가슴이 따뜻한 분이세요. 극중 이상인 대표의 따뜻함이 실제 모습이라고 보시면 돼요. 선배님 덕분에 정말 많이 웃었고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누가 더 매력적이냐고요? 두 분 다 색깔이 다른 매력이 넘치셔서 우위를 따질 수 없어요. 절대!”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박규영에게 주연급으로 올라선 첫 작품. 그러나 이미 ‘사이코지만 괜찮아’ 촬영 이전 하반기 공개될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에서도 주연을 맡아 모든 촬영을 마쳤다. 동명 인기 웹툰을 드라마화한 ‘스위트 홈’은 ‘태양의 후예’ ‘도깨비’를 연출한 이응복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올 하반기 기대작. 박규영은 이 드라마에서 송강, 이진욱 등과 호흡을 맞췄다. 주연급으로 올라선 소감을 묻는 질문에 박규영은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었다.


사진제공=사람엔터테인먼트


"주연이든 조연이든 역할의 크기가 크든 작든 저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면 솔직하지 못한 거겠죠. 그러나 그것보다 역할이 가진 서사와 특성을 내 자신에 녹여나가는 게 더욱 중요한 것 같아요. 역할의 크기가 커질수록 제 이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고 봐요. 책임감이 더해졌으니 더욱 노력해야죠.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요? 그냥 앞으로 무슨 캐릭터를 연기할지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하얀 백지 위에 다양한 색깔의 캐릭터를 그려나가 나중에 보면 다양한 그림이 담긴 두툼한 스케치북과 같은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스타라기보다 아직 풋풋한 대학생의 향취가 더 강한 박규영. 매니저에게 제안을 받기 전에는 배우가 되는 걸 한 번도 생각한 적도 없고 특별히 연기수업을 받은 적도 없는데 화제작에 잇달아 캐스팅되며 주목받게 된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 연기자 이전의 인간 박규영의 실제 모습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순간이다. 명문대 재학 중인 공부 잘하는 대학생에서 배우로 인생의 키를 돌렸을 때 두렵지는 않았을까? “인간 박규영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박규영은 당황스러운지 폭소를 터뜨렸다.


“실제로는 별로 재미없는 사람이에요. 뭐 특별한 취미도 없고 특기도 없고요. 운동이 유일한 취미예요. 필라테스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요리도 이제부터 배워 보려고 해요. 연기자 제의를 처음 받았을 때 놀랍기는 했지만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주저하지 않고 하겠다고 결정을 내렸죠. 부모님도 전혀 말리시지 않고 지지해주셨어요.연기는 하면 할수록 재미있어요. 앞으로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를 만날지 정말 기대돼요. 최근에 마지막 학기 수강신청을 했어요. 제가 학교를 이리 오래 다닐지 생각을 못했어요. 이번 학기만 끝내면 졸업한다는 게 시원하기도 하지만 섭섭한 마음도 커요. 더 이상 학교라는 울타리가 없으니까요. 더 열심히 연기에 몰입할 일만 남은 것 같아요.”

 

최재욱기자 jwch69@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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