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아니! 헨리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중국 무협영화 '정도, 넷플릭스서 공개

2020.08.20
영화 스틸



하염없이 내리는 장맛비에 그저 집콕 말고는 답이 없을 때, 리모컨을 들고 넷플릭스 콘텐츠 목록을 뒤지다 깜짝 놀랐다. 영화의 모양새는 분명 중국 무협물인데,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이 메인 포스터를 장식하고 있었다. 그 주인공은 아직 우리에겐 ‘배우’라는 이름이 익숙지 않은 핸리였다. ‘아니, 왜 네가 거기서 나와?’

박형식과 똑 닮은 중국 드라마 ‘사조영웅전 2017’의 주인공 양욱문에 놀랐던 과거가 있기에 쉽게 믿지 않았다. 하지만 설마가 진짜였다. 그제야 지난 2018년 MBC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가 중국에서 영화 촬영에 여념 없던 헨리를 찾아갔던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당시 촬영하고 있던 영화가 바로 ‘정도’였던 것. 국내에서 크게 주목받은 영화는 아니었기에 개봉이 요원할 수 있었겠지만, 중국의 전 지역 영화 개봉 금지 조치로 인해 오히려 넷플릭스로 쉽게 만나 볼 수 있게 됐다.

사실 우리에게 헨리는 뮤지션의 이미지가 강하다. SM엔터테인먼트가 미처 피워내지 못한 음악 천재가 바로 헨리다. 슈퍼주니어의 중화권 공략 유닛 슈퍼주니어-M의 멤버로, 슈주 내에서도 리드 보컬과 메인 댄서의 실력을 뽐냈다. 심지어 ‘SM에서 13년 만의 첫 남자 솔로 가수’라는 타이틀과 함께 솔로 활동도 했다. 소속사의 푸시가 없던 것도 아니지만, 아이돌이란 그릇에 담아내기엔 버클리 음대 출신으로 10개 이상의 악기를 다루는 헨리의 음악적 역량이  너무 컸다.  

하지만 아이돌 활동은 예능의 헨리를 발굴해냈다. 전국민적인 인지도와 “1도 모르겠습니다”라는 유행어를 남긴 ‘진짜 사나이’나 호감의 이미지를 선물했던 ‘나 혼자 산다’가 그랬다. 리얼 버라이어티에 출연하며 우리는 헨리의 진짜 모습과 마주할 수 있었다. 영어, 한국어, 만다린어, 광둥어, 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고, 할리우드와 중국을 오가며 넘사벽 수준의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도 전해졌다.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말이 너무나도 겸손한, 사실 진즉 ‘월드 스타’라는 수식어를 붙였어야 할 헨리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영화 ‘정도’는 중국 남북조 시대에 무술 대회가 열리고, 사생아라 멸시받던 동일룡(헨리)이 부족의 운명을 쥐고 출전한다. 이야기와 설정은 딱 우리가 알고 있는 무협 영화다. 출생의 비밀이 있는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에 동료를 만나고, 천우신조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 생각도 못한 전개가 존재하지만, 권선징악을 표방하는 것 또한 역시 무협물의 기본 골자다.

하지만 스토리의 답습과 별개로 영화의 만듦새는 상당하다. “CG 발달의 최고 수혜자는 중국 무협물이 될 것”이라는 영화계 속설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중국 특유의 방대한 세트와 물량 공세가 CG와 맞물리니 환상적인 영상을 보여준다. 영화 속 등장하는 황제견 차우차우나 크리처의 모습은 그들의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건 헨리의 활약이다. 주연배우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만큼 그에 걸맞은 연기를 보여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헨리의 모습과 캐릭터가 닮아 있어 그의 매력을 십분 살려냈고, 액션이나 상반신 노출신 등으로 반전 매력까지 선보이니 팬들의 기쁨은 배가 된다. 당연한 일이지만 제작진은 OST에 헨리를 참여시키며 그가 가진 능력을 1도 허투루 소비하지 않았다.

영화 '정도' 포스터

타국(?)에서 고생했을 헨리의 열연이 마냥 반갑고 기쁘다. 그런데 사실 헨리의 공식 국적은 캐나다다. 한국어가 워낙 능숙해서 그렇지, 홍콩인 아버지와 대만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과거 ‘나 혼자 산다’에서 제주도 여행을 갈 때 “여권을 가지고 오느라 늦었다”는 말로 멤버들과 심하게 티격태격 한 적도 있다. 영화 ‘정도’의 포스터를 보고 ‘중화권 영화에 왜 우리나라 배우가 출연했지?’라며 낯설어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헨리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자주 잊는다는 건 헨리가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고 적응을 잘 해냈다는 방증이겠다. 

우리나라에서 개봉도 안 한 중국 영화가 안방극장을 넘나드는 지금이다. 경제, 정치를 넘어 심지어 몹쓸 질병까지 공유하는 국경이 무색한 글로벌 시대가 됐다. 하여 한국의 피가 1도 섞이지 않았지만, 우리의 엔터테인먼트 문화와 함께 한류 스타로 자리매김한 헨리의 활약이 자랑스럽다. 내가 알고, 친숙한 배우가 활약한다는데 즐겁지 아니할 이 누가 있을까? 그렇게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또 다른 의미와 함께 헨리의 맹활약을 기대해 본다.

권구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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