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이 고마운 5가지 이유

2020.08.12
사진출처='사랑의 콜센타' 캡처본


"임영웅이 고맙다."

요즘 이 말을 이곳 저곳에서 듣는다. 그의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달랜다는 의미다. 사람은 누구나 노래에 빚을 지고 산다. 세상을 살아오며 기쁘고, 슬프고, 화나고, 서글플 때 유난히 귓가를 파고드는 노래가 있다. 노래방에서 즐겨부르는 ‘18번’일 때도 있고, 그냥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해지는 노래도 있다. 

그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이 누군가에게는 탁월한 심리 치료사이자 정신과 의사다. 100개의 알약보다 마치 내 마음을 헤아리는 듯한 노래 한 곡이 더 위로가 될 때가 있다. 그래서 세월이 하 수상한 이 시기, 심금을 울리고 위로를 전하는 노래를 부르는 임영웅이 고마운 것이다. 

누군가는 "왜 꼭 임영웅이냐?"고 타박할 수 있다.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김희재, 장민호의 노래에 더 가슴이 흔들린 이들도 있을 터인데. 굳이 임영웅을 대명사로 사용한 이유는 그가 ‘미스터트롯’의 진(眞)이기 때문이다. 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상이자 특권이니 너그러이 이해 바란다

#가족 간 대화가 생겨 고맙다

연로한 부모와 자녀가 나눌 수 있는 대화거리는 많지 않다. 부모와 자식 세대의 공통 관심사를 찾기 어려운 건 모든 자녀들의 공통된 고민일 것이다.

하지만 임영웅은 부모 자식 간 말문이 트이게 만들었다. 그는 요즘 가장 트렌디한 스타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인 방탄소년단의 경우, 자식 세대가 말해도 부모 세대가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임영웅은 부모들이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가끔은 자식 세대보다 더 많이 안다. 그리고 자식들도 이에 대거리 할 수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그런 의미에서 트로트 열풍과 이에 발맞춘 임영웅 등의 인기는 아주 특이한 현상이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보고 공유할 수 있었던 ‘개그콘서트’의 전성기가 10년 전에 끝나 버린 상황에서, 임영웅은 그야말로 가족 간의 대화의 물꼬를 다시 튼 불세출의 영웅이다.

사진출처='사랑의 콜센타' 방송 캡처

#가족 나들이를 만들어줘 고맙다

지난 7일 ‘내일은 미스터트롯’ 콘서트가 개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수차례 연기되던 공연이 드디어 첫 삽을 떴다.

임영웅, 영탁 등 톱7을 비롯해 김경민, 신인선, 김수찬, 황윤성, 강태관, 류지광, 나태주, 고재근, 노지훈, 이대원, 김중연, 남승민 등 ‘미스터트롯’을 수놓았던 동료들이 모여 5000명의 관객과 만났다. 이 5000명 중에는 세대를 초월한 짝이 적잖았다. 부모와 자식이 손잡고 공연장을 찾았다. 이는 ‘트로트의 황제’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는 나훈아의 콘서트 외에는 본 적이 없는 광경이다.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은 많지 않다. 저마다의 취향이 다른 탓이다. 하지만 임영웅과 그의 동료들은 트로트로 가족을 대동단결시키는,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이에 이찬원은 공연장을 찾은 이들을 향해 "여기 계신 관객 분들도 가족 같다"고 했고, 임영웅은 "저희 톱7은 앞으로도 가족처럼 잘 지낼 테니까 여러분도 가족처럼 응원해달라"고 화답했다.

#공연의 포문을 열어줘 고맙다

‘미스터트롯’ 공연 개최는 가요 시장 전체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규모 관객을 모으는 가수들의 공연은 사실상 초토화됐다. 웬만한 가수들도 "이런 시기에 공연을 강행한다"는 매서운 질타와 함께 ‘시범타’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잔뜩 몸을 움츠렸다.

‘미스터트롯’ 역시 강한 진통을 겪었다. 이미 연기됐다가 재개된 공연은 개막을 불과 3일 앞두고 송파구청의 대규모 공연 집합금지 행정명령 공고에 의해 또다시 막혔다. 10억 원 넘게 투입된 방역 비용이 공중분해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다시 문을 두드렸다. 1만 5000석 규모의 공연장 중 3분의1만 채워 5000명의 관객과 호흡하며 안전을 기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에서 5000명이나 되는 인원이 한자리에 모여 진행된 첫 공연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날 공연장에서 마스크 착용, 좌석 간 거리두기, 손소독제 사용을 강조한 임영웅은 ‘일편단심 민들레야’ 무대를 마친 뒤 "여러분 보고 싶었다. 오늘을 기다렸다. 여러분들의 반짝이는 눈을 보니까 뭔가 울컥한다"면서도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미스터트롯’ 이전에도 뮤지컬 및 각종 클래식 공연은 열렸다. 하지만 대중적 지지도가 높고, 많은 대중이 밀집되는 가수들의 공연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유독 강했다. 그래서 가요계가 임영웅을 필두로 한 트로트 신성들의 이번 공연에 더 주목했다. 그들은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가 아니라 ‘위드 코로나’(with coro na) 시대의 공연 해법을 제시한 셈이다.

사진출처='사랑의 콜센타' 방송 캡처

#트로트를 부활시켜줘 고맙다

트로트는 우리의 전통 가요다. 1970년대 이전에는 트로트 일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장르가 쏟아져 들어오며 트로트는 어느덧 ‘노년층의 전유물’이 됐다.

이건 참 억울한 편견이다. 1970년대 이전에는 20∼30대도 트로트를 즐겼다. 아주 보편적 콘텐츠이자 하나의 장르였다는 의미다. 20∼30대 때 록과 댄스곡을 듣던 이들이 나이 먹었다고 갑자기 트로트를 좋아하게 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로트는 ‘장년층이나 듣는 음악’이라는 식으로 매도됐다.

하지만 임영웅 등이 들려주는 ‘젊은 트로트’는 전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다. 그 구슬프고 아련한 멜로디와 폐부를 찌르는 듯한 가사가 곱씹을수록 맛이 배어 나온다. 이제는 전 세대가 트로트를 향유한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트로트는 세대를 구분짓는 노래가 아니라, 하나의 장르일 뿐이다.

#존재 자체가 고맙다

임영웅은 노래를 참 잘 부른다. 하지만 과거에도, 지금도 가창력이 빼어난 트로트 가수는 즐비하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임영웅과 같은 인기를 누리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왜 임영웅은 인기가 높을까? 홀어머니를 모시고 어렵게 살면서도 비뚤어지지 않은 인성, 그의 왼쪽 뺨에 깊이 새겨진 흉터가 가진 안타까운 사연, 말 한 마디와 행동 하나에서 느껴지는 진정성 등이 임영웅이라는 시대의 아이콘을 빚어낸 셈이다.

물론 임영웅의 인기가 영원하리란 보장은 없다. 지금껏 모든 스타들이 참 덧없는 인기를 경험하고 또 누군가에게 내줬다. 어느 시점에는 임영웅을 대체하는 또 다른 스타가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영원히 기억될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 때 임영웅이 전한 위로의 가치는 남다르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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