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꽃', 방심은 금물, 속단은 불허한다 !

선악을 넘나드는 이준기를 믿어도 될까요?

2020.08.07
사진제공=tvN

섣불리 넘겨짚은 탓이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의심의 여지없이 범인을 지목할 때면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얼얼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럼 범인은 누구지?' 금세 머리가 복잡해진다. 예측할 수 없고 단정 지을 수 없는.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극본 유정희 연출 김철규)은 한마디로 뻔하지 않은 드라마다. 

'14년간 사랑한 남편이 연쇄살인마로 의심된다면?'이라는 파격적인 설정부터 이미 호기심을 잔뜩 자극하지 않는가. 스토리의 큰 줄기는 형사 차지원(문채원)이 정체를 감추고 살아가는 남편 백희성(이준기)의 실체를 의심하면서 시작된다.

지난달 29일 첫 방송된 '악의 꽃'은 멜로와 서스펜스를 오가는 이야기 전개로 시작부터 몰입도를 높였다. 백희성과 차지원의 달콤한 키스신이 오프닝을 장식하며 멜로의 향기를 물씬 풍겼던 드라마는 백희성 앞에 김무진(서현우)가 나타난 순간 스릴러로 돌변했다. 살기 어린 눈의 백희성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김무진을 꽁꽁 묶어 지하실에 감금했다. 자상한 남편이자 다정한 아빠 백희성이 감정을 모르는 냉혈한 도현수(이준기)로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반전은 시작에 불과했다. 공방 지하실에서 도현수가 김무진을 위협하며 죽이려 들 때, 두 사람이 공조하게 될 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끝까지 대치하며 반대편에 설 거라고 예상됐던 도현수와 김무진은 필요에 따라 서로의 손을 잡았다. 인물 관계구도가 일반적이지 않고 예측이 어려워 쫄깃한 긴장감을 유발하는 지점이다. 

또, 살인 혐의로 수배 중인 도현수가 금속공예가 백희성의 삶을 살고 있다는 반전에 꼬리를 물고 진짜 백희성의 존재가 밝혀지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대학병원장 백만우(손종학)와 약사 공미자(남기애)의 진짜 아들 백희성(김지훈)이 식물인간 상태로 병상에 누워 있는 모습이 공개되며 향후 전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사진제공=tvN

도현수를 둘러싼 반전은 또 있다. 도현수의 아버지는 18년 전 연주시 연쇄살인 사건을 일으킨 도민석(최병모)이었고, 도현수는 남순길(이규복)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였다. 제작진도 의도적인 구성과 연출로 도현수를 범인으로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악의 꽃'은 보란 듯이 고개를 저었다. 진짜 범인은 도민석에 의해 살해당한 희생자 정미숙의 남편 박경춘(윤병희)이었다. 범인의 아지트 한 쪽 벽면을 빼곡히 채운 '사람을 찾습니다' 전단지 속 정미숙의 얼굴을 보니 퍼즐이 맞춰졌다. 재미로 보고 궁금해서 또 보게 되는 '악의 꽃'의 매력이 극대화된 장면이었다.

곳곳에 등장한 반전은 배우들의 열연으로 더욱 극대화됐다. 전면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인 백희성-도현수를 연기하는 이준기는 특유의 존재감으로 다시 한번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는데 성공했다. 선과 악을 교묘하게 넘나드는 그의 눈빛과 표정은 압도적인 흡인력을 발휘했다. 부부의 멜로, 아빠의 다정함, 잔혹한 과거를 들키지 않으려는 치열함 등 넓은 감정의 스펙트럼을 다채롭게 펼쳐내고 있다.

아내 차지원 역의 문채원은 극 초반 강력계 형사 역할에 완벽히 녹아들지 못했다는 평을 더러 받기도 했지만, 2회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복지관 직원을 강력하게 제압하는 신에서 좋은 집중력을 보여주며 앞으로 연기에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특히 주목하고 싶은 배우는 기자 김무진 역을 맡은 서현우다. '악의 꽃'을 통해 처음 주연으로 도약한 그는 대부분의 분량에서 이준기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주연으로 손색없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틀에 박히지 않은 그의 연기는 많은 비밀을 품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김무진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구현했다. 

사진제공=tvN

다만 아쉬운 점도 보인다. 도현수의 회상신과 김무진이 보관 중인 영상들이 중간중간 삽입되는데, 명확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고 이른바 '떡밥'만 깔아 놓는 느낌이라 영 답답한 느낌을 준다. 추후 '떡밥' 회수를 위한 포석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개연성이 떨어지면 몰입을 흐린다. 또, 극 초반인지라 큰 줄기가 짜임새 있게 뻗어 나가는 느낌보다는 여러 개의 사건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진다.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의 미덕은 예측하기 어려운 이야기 전개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악의 꽃'은 여러 가지 가능성 속 추리의 세계로 시청자를 초대한다. 

이제 '악의 꽃'을 본방사수하며 '서스펜스 스릴러'의 정수를 느껴볼 시간이다. 시청시 방심은 금물, 속단은 불허한다.

최지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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