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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악' 이정재, 악역계 레전드가 될 상이로세!

역대급 나쁜놈 한국판 조커의 탄생!

2020.08.05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5일 개봉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하 다만악, 감독 홍원창)에서 배우 이정재가 연기한 ‘레이’는 참 어려운 캐릭터다. 출신은 재일교포요. 가족이라고는 인남(황정민)에게 살해당한 형 하나. 직업은 야쿠자인데 그중에서도 칼을 잘 쓰는 킬러다. 거기에 성격은 어찌나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인지. 딱히 우애가 깊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형의 복수를 하겠다며 만사 제쳐두고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대단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다. 몸을 앞세워 부딪히고, 수 틀리면 살해한다. 마치 무리에서 이탈한 이리처럼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며 시시각각 사각을 찔러온다. 이쯤이면 복수보다는 그저 사람 쫓고 죽이는 것을 즐기는 것 같은, 참으로 이상한 킬러다. 배우 입장에선 지금까지 본 적도 없고, 주변에서 찾아볼 수도 없는 인물. 누구나 버겁다고 느낄 법한 레이의 검은빛을 수렴한 건 바로 이정재다.

이정재는 항상 그랬다. 과거의 영화에 안주하지 않고 한발 내딛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1993년 초콜릿 광고로 눈도장을 찍고, 드라마 ‘느낌’을 통해 청춘스타로 발돋움했을 때 ‘모래시계’의 백재희를 선택했다. 대사나 연기를 포기하고 묵묵히 목검을 휘두른 덕분에 10~20대에 한정됐던 팬층의 연령대가 중장년층까지 넓어졌다. 60%를 넘어선 시청률과 백재희의 시너지가 맞물려 전국 검도장이 호황을 이룰 만큼 이정재 신드롬이 생성됐다.

하지만 그때 충무로로 눈을 돌렸다. 첫 영화 ‘젊은 남자’로 청룡영화상 신인상을 수상했고, ‘태양은 없다’(1999)로 청룡의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일찌감치 시작된 전성기에 누구보다 화려한 조명으로 몸을 감쌌지만, 그는 중심이 아닌 본인이 조명이 돼 상대를 비추는 것도 가능한 배우였다. 영화 ‘정사’(1998) ‘시월애’(2000) ‘선물’(2001) ‘오버 더 레인보우’(2002)로 이미숙과 전지현, 이영애, 故 장진영까지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 옆엔 그가 서 있었다. ‘태풍’(2005) 이후 슬럼프도 있었지만 ‘하녀’(2010)로 전도연과 함께 칸의 레드카펫을 밟으며 다시 발돋움할 수 있던 것도 다 그가 쌓아왔던 노력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그렇게 '1000만 배우'로 도약한다. 영화 ‘도둑들’(2012)로 1298만 관객을 동원하며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힌 이정재는 ‘신세계’ ‘관상’(2013)을 통해 자신의 연기 세계를 더욱 견고히 구축했다. 특히 ‘관상’은 913만 관객으로 흥행에 성공한 것은 물론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까지 거머쥐며 신인상-조연상-주연상의 청룡 그랜드슬램을 완성시켰다. 또한 도회적인 이미지를 걷어내고 사극을 잘하는 배우라는 인식도 심었다. 무엇보다 가장 으뜸인 건 “내가 왕이 될 상인가”라는 – 본인은 왜 유행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하는 - 이정재표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덕분에 이정재는 여전히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는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처음부터 다 가진 배우는 아니었다. 인생도, 연기도 굴곡이 있었다. 다만 언제나 연기를 통해 도전하고 정면돌파했기에 배우로서 대중의 곁에 오롯하게 서 있을 수 있는 현재가 됐다. 영화 ‘암살’(2015)로 쌍천만 배우가 됐을 때도 김치를 물에 씻어 먹으며 몸을 만들었다. ‘신과함께’(2017, 2018)를 통해 3천만, 4천만 배우가 됐을 때는 ‘특별출연’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30회 이상을 촬영하고 홍보 프로모션까지 모두 소화하며 ‘염라스틴’으로 빛났다. 이 모두 열정이 아니라면 불가했을 도전이었다.

영화 ‘다만악’의 ‘악’을 선택한 것도 같은 이치다. 그가 연기한 레이는 ‘다만악’이 가진 하드보일드를 내세운 만큼 작품 전체를 관통해야 할 캐릭터다. 누구보다 비정하게, 날것의 광기 속에 비장미를 뿜어야 했다. 표현의 한계가 없지만 과하지 않게 경계를 가늠해야 했다. 전사나 감정 표현이 없기에 인물을 알아서 소화하고, 관객에게 어필해야 했다. 하여 연기는 물론 메이크업과 문신, 의상, 소품 등 외양까지 디테일하게 신경 썼다. 액션 연기를 펼치다 어깨까지 파열돼 조만간 수술을 앞두고 있다. 말 그대로 고군분투, 허나 덕분에 한국판 ‘조커’라고 불릴 만한 멋들어진 캐릭터가 탄생했다.

‘다만악’으로 절대악의 상찬을 차려놨으니 이제 관객들과 마주할 일만 남았다. 무엇보다 악역에 좋은 기억이 많은 이정재다. 무엇보다 악역이라면 연상 이글거리는 눈빛과 분노 표정 등 뻔한 클리셰가 없다는 것이 이정재표 악역의 특징. 덕분에 ‘도둑들’과 ‘관상’, ‘암살’ 등 그의 악역 작품은 흥행과 평단,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그의 악역 필모그래피 중 최고의 악역이라 평가받을 ‘다만악’과 레이가 기대되는 이유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정재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먼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을 촬영 중이다. 무려 456억이라는 거금을 놓고 한판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더불어 최근 ‘헌트’(가제)의 연출과 출연을 확정했다. 배우를 넘어 감독 데뷔다. 절친 정우성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하니, ‘태양은 없다’ 이후 21년 만의 작품 속 재회가 성사되기를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배우 28년차, 하지만 아직도 열일의 심장이 뜨겁게 뛰고 있는 이정재는 분명 '악역의 레전드'가 될 상'이 틀림없다.

권구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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