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매력적이지만 아쉬운 1%

매력적이지만 현실성 부족한 멜로라인

2020.08.03

사진제공=tvN

'tvN 토일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극본 조용, 연출 박신우)는 참 매력적이고 독특한 드라마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매회 동화로 시작되는 소제목과 독특하게 삽입된 애니메이션들. 두 번째로 매력적인 건 여주인공 서예지의 잘록한 허리. 아무리 보아도 어찌 저리 가늘 수 있을까 싶게 잘록해서 어떤 옷을 입어도 옷빨이 완전히 산다. 그저 부럽다. 단지 허리만 잘록해서 매력적인 건 절대 아니다. 서예지가 연기하는 고문영 캐릭터가 아주 독특하고 중저음의 낮은 목소리와 말투 또한 고문영 캐릭터와 딱 맞아서 극 속에서 더욱 빛이 난다. 다소 과장되고 과한 중세풍의 드레스를 자주 입고 나오지만, 그것 또한 드라마의 동화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져 독특하고 매력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고문영의 전사 또한 매우 독특하다. 추리작가인 엄마가 살인범이고, 아빠가 그런 엄마를 죽였다. 그래서 고문영은 그 트라우마로 소시오패스적인 폭력성향의 사이코틱한 성격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또 글은 엄청 잘 써서, 잘 나가는 유명 동화작가다. 한마디로 고문영의 캐릭터는 현실에선 보기 힘든 독특+독특+독특한 캐릭터인 것.

 

세 번째로 이 드라마의 매력포인트는 오정세의 발달장애 연기다. 연기가 아니라 진짜 같다. “저 사람이 동백꽃 필 무렵의 그 바람둥이 노규태 맞아?” 봐도 봐도 신기하게 연기를 정말 잘해서 오정세 연기 보는 맛 하나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참 볼 만하다.


사진제공=tvN
 

동화와 서예지 그리고 오정세의 연기력. 이 반짝반짝 빛나는 세 가지 요소 때문에 드라마도 반짝반짝 빛나고 아주 독특해 보인다. 그러면 김수현은? 사실 김수현의 캐릭터가 서예지나 오정세만큼 독특하진 않다. 처음엔 의아했다. 왜 김수현은 저렇게 평범한 캐릭터를 선택했을까? 그러나 10회를 넘어가며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 드라마의 내러티브(그러니까 주요 스토리와 감정을 끌고 가는 내용의 힘)는 온전히 김수현이 연기하는 문강태의 것이었다.

 

우리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스토리를 따라가게 된다. 그 주인공은 우리의 경험치와 우리의 수준과 가장 비슷한 사람이 등장했을 때, 가장 이입이 잘 되고 스토리에 동화될 수 있다. 극 초반이 방송되고 있을 때, 친구가 “김수현이 꼭 내 남친 같아, 이제야 남친을 이해할 것 같아”라며 자폐 신드롬을 앓고 있는 형을 가진 남친의 이야기를 꺼냈다. 장애인 가족으로 사는 게 어떤 건지, 그 심정을 김수현이 너무 잘 표현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사이코는 아니지만, 괜찮지도 않게 살아간다. 그 모습이 바로 김수현이 연기한 문강태의 모습이다. 그래서 남들과 다르지만, 괜찮게 너무 잘 살아가는 고문영이나 문상태보다 문강태에게 이입이 되는 것이다. 너무 독특한 설정들의 조합을 온전하게 봉합하고 다 어우르며 이끌어 가는 것 또한 문강태다.

 

이 드라마의 독특함을 담당했던 고문영 캐릭터는 사실 다소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드라마의 특색과 매력을 발산하는 데는 큰 일조를 했지만, 멜로에는 사실상 방해가 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 퍼주는 사랑만 하고 받아 본 적이 없는 애정결핍증후군의 강태가, 또 다시 자기 형처럼 온 힘을 다해 돌봐줘야 할 상대를 만나면 피하고 싶지, 사랑하고 싶진 않을 것 같다. 그런데 극 속에서 문강태는 아무 거리낌 없이 고문영에게 돌봄의 에너지를 퍼붓고 극적인 순간에 흑기사처럼 나타나 고문영을 구해준다. 극적인 순간에 구해주고 나서도 ‘다신 안 그래야지’ 하고 자책과 번민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진짜 감정이다. 그래야 멜로의 갈등이 발생하고, 멜로가 진행된다.


사진제공=tvN


고문영은 또 어떤가? 이리 혹독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은 아무나(아무나라니? 감히 김수현인데!)보고 쉽게 사랑에 빠지지 못한다. 빠진다 쳐도 그리 순수하게 아이처럼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다. 사랑할수록 병적으로 문강태를 다치게 하고 자신의 엄마에게 받았던 방식대로 학대하고 괴롭히게 될 것이다.

 

캐릭터는 아주 매력적으로 잘 만들었는데, 캐릭터가 가지는 멜로 감정의 디테일이 어느 순간 붕 떠버렸다. 멜로는 남녀 둘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해야 진행되는데, 이 드라마의 갈등은 오히려 문강태 엄마의 죽음과 고문영의 엄마라는 외부적인 갈등이다. 그러니까 멜로는 멈춰있고, 미스터리 스릴러적인 스토리만 계속 진행된다. 고문영에게 독특한 매력만 주지 말고, 현실에서 볼 수 있는 리얼한 설정을 조금만 줬더라면, 멜로는 훨씬 깊고 진하고 풍부했을 것이다.

 

현실의 펑범한 사람들을 보라. 장애를 가진 가족도 없고, 겉보기엔 너무 평범하고 착하고 잘 사는 것 같이 보이는데, 속을 들여다보면 가족사의 상처로 비비꼬여, 연애도 못하고 인간관계에서도 몹시 어려움을 겪으며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적어도 가장 평범해 보이는 남주리(박규영)나 조재수(강기둥)에게만이라도 이런 디테일을 살려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윤희(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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